“사료도 못 먹고 헥헥”…제주 양돈농가, 물 뿌리고 팬 돌려도 역부족

6일 오전 10시께 찾은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의 한 양돈농가.
거대한 냉풍기가 '윙윙' 돌아가고 있었지만, 축사 안 돼지들은 힘 없이 바닥에 축 늘어져 있었다. 사료통엔 사료가 그대로 담겨 있었지만, 더위에 지친 돼지들은 입만 벌린 채 헥헥거릴 뿐이었다.
일부는 호스에 입을 대고 차가운 물로 더위를 식혀보려다 이내 포기하고는 다시 바닥에 드러눕기도 했다.
축사 바깥 온도계는 27.2도를 가리켰다. 흐리고 비까지 내려 기온은 높지 않았지만, 습도가 무려 97.3%에 달해 체감온도는 훨씬 더 높았다. 축사 안은 마치 사우나처럼 숨이 턱턱 막히는 듯한 열기로 가득했다.
약 3000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는 40대 농장주 강모씨는 깊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냉방 설비를 사용하면서 여름철에는 평소보다 전기세만 한 달에 150만 원가량 더 든다.
강씨는 "평소엔 180일 키워 출하하던 돼지를 여름에는 성장이 더뎌 200일까지 키워야 한다"며 "출하가 늦어지면 그만큼 판매 물량도 줄고, 축사엔 돼지가 꽉 차버려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 그러면 더 안 크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마다 더위가 심해지고, 그 기간도 점점 길어지면서 양돈농가는 해마다 반복되는 '폭염 대응 투자'를 감당해야 한다.
강씨는 "최근 전기 용량을 늘리기 위해 승압 공사만 2000만 원 들었고, 5000만원을 들여 냉풍기를 두 대 추가로 들였다"며 "겨울엔 쓸 일도 없는 장비인데 여름 3개월 때문에 이런 지출을 반복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농가들은 이제 단순한 폭염이 아닌 기후위기 문제로 이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강씨는 "예전엔 선풍기 하나로 여름을 버텼지만, 지금은 선풍기, 냉방기, 물까지 총동원해야 한다"며 "이젠 태풍보다 폭염이 더 무섭다. 점점 더 일찍 찾아오고, 더 오래간다"고 했다.
폭염 피해는 강씨 농장만의 일이 아니다.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은 총 2674마리에 달한다.
돼지 2211마리, 닭 463마리 등 38개 농가가 가축재해보험에 피해를 신고했다. 보험 미가입 농가 등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