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 여론조사 이상봉 ‘폭탄발언’에 제주도의회 ‘대혼란’

행정체제개편에 대한 도민 여론을 제주도의회가 수렴하겠다는 이상봉 의장의 기습 발언으로
의회 내부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의장의 발언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의원들은 의회 위상 문제를 비롯해 '당혹감', '자괴감' 등도 언급하면서 의장 제안을 사실상 '반대'했다.
6일 오전 10시 열린 제442회 임시회 의회운영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임시회 의사일정(안) 협의의 건과 제주도의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는 자리에서 의원들의 질의가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에 집중됐다.
행정체제개편 현안 소관위원회가 아님에도 의회운영위는 출석한 제주도 양기철 기획조정실장과 의회 강동원 사무처장에게 관련 질의를 쏟아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위원회 및 교섭단체 구성과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의회운영위는 의회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를 맡으며, 각 정당 원내대표 등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한다.
특히 지난 5일 제441회 임시회에서 이상봉 의장의 "도민의 뜻과 타당성을 직접 묻는 절차를 의회가 이행하겠다"는 개회사 발언이 논란이다.
이 의장은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해 모든 과정은 8월 내에 마무리돼야 한다"며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에 대한 도민 의견 수렴을 언급했는데, 제주도는 물론 각 지역구 국회의원에 더해 도의회 의원들조차 알지 못해 소위 '폭탄발언'으로 불리고 있다.
이날 의회운영위는 행정체제개편 소관 행정자치위원회의 업무를 지원하는 행정자치전문위원에게 이 의장과 논의하거나 자문한 적이 있느냐고 묻고, 의장 메시지 작성 체계에 대해 질의했다. 의장의 개회사 등은 비서실장과, 공보관, 담당 주무관과 협의가 이뤄지는데, 이번 이 의장은 폭탄발언은 초안에 없었다는 대답이 나왔다.
아무도 몰랐던 폭탄발언에 대해 의회운영위는 "제주도가 행정체제개편에 대한 도민 의견 수렴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며 이 의장의 위상을 챙기면서도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의회 박호형(더불어민주당, 일도2동) 행정자치위원장은 "소관위 위원장인데, 어제(5일) 의장님 발언으로 당혹스럽다. 상임위원장과도 상의가 없었다는 점에서 자괴감 등으로 밤을 지새웠다"며 강동원 사무처장에게 의장 뿐만 아니라 의원들과의 소통 강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제주도가 내년 7월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물리적으로 8월 안에는 행정안전부장관의 주민투표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주민투표 없이 입법을 통해 행정체제개편이 가능하지만, 제주도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때 4개 시·군 폐지 의견을 묻는 주민투표가 이뤄졌기에 주민 수용성을 위해 3개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주민투표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회운영위는 여론조사의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해서는 문항이 중요한데, 행정체제개편은 제주도와 시민사회, 정부 등의 인사가 참여한 토론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관련 법률에 따라 직접 여론조사를 의뢰할 수 없어 제3의 기관 의뢰 등 절차가 더해지면 여론조사를 실시하는데 1개월 정도 소요된다는 의견이다. 8월 안에 실시해야 하는 주민투표 전 여론조사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취지다.
주민수용성 문제도 더해졌다. 제주도가 행정체제개편을 위해 거친 숙의형 공론화 과정 등에 이미 30~40억원 정도의 예산이 투입됐는데, 여론조사가 굳이 필요하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제주도 양기철 기획조정실장은 여론조사에 대한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입장이 아니라 실무 논의에서 나온 얘기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반대'했다.
양 기조실장은 "3개 기초자치단체 도입이라는 행정체제개편(안) 자체가 숙의형 공론화 과정 등을 거쳤다. 또 주민투표는 법적 근거도 갖고 있는데, 굳이 주민 수용성이 가장 낮은 단계의 여론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문, 이 의장의 여론조사 제안을 반대했다.
김황국(국민의힘, 용담1·용담2동) 의원은 "여론조사는 공신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식적으로 이 의장과의 비공개 간담회를 제안한다. 의회의 자존심과 위상 문제, 또 의장님 개인에 대한 신뢰 문제까지 얽혔다. 운영위 차원에서 논의해 의장님과 의견을 조율했으면 좋겠다"며 이 의장에게 폭탄발언 철회를 요구하자는 취지로 동료 의원들을 설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