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홍 칼럼] 미국, 과연 ‘덜 위험한 열강’인가?

2025. 8. 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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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덜 위험한 열강'이란 이름은 세계 2차대전 후 미국에게 붙여진 가장 근사한 애칭이다.

2차대전의 전범국들인 나치 독일, 군국주의 일본, 파시스트 이탈리아가 20세기 역사에서 가장 위험한 열강이었다.

일본은 오히려 미국과 소련의 냉전적 대결 속에서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모순된 수혜국'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미국은 이미 한국에 '덜 위험한 열강'이라는 명예를 버리는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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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덜 위험한 열강’이란 이름은 세계 2차대전 후 미국에게 붙여진 가장 근사한 애칭이다. 2차대전의 전범국들인 나치 독일, 군국주의 일본, 파시스트 이탈리아가 20세기 역사에서 가장 위험한 열강이었다. 전체주의 독재자들이 세계 지배의 망상으로 전쟁을 도발했다. 이에 대항해 공산 소련도 미국 등 서방 자유 진영과 함께 연합국의 일원으로 싸웠다. 종전 후 독일은 국제사회의 요구보다 더 앞서 나가며 나치 전범들을 단죄했다. 위험한 열강의 오명을 벗기에 충분할 만큼 폴란드 등 피해국에 사죄하고 민주주의 국민교육에 집중했다.

이에 비해 동아시아 여러 나라를 가혹하게 식민 통치한 일본은 어떤가. 군 위안부 성노예와 갖가지 강제징용을 자행한 죄과에 대해서도 사죄하기를 거부해 왔다. 아시아의 예술인들이 문학, 영화, 드라마 등을 통해 전개해 온 일본의 과거 비행에 대한 고발은 유럽에서 나치 독일의 경우에 비하면 턱없이 미미하다. 일본은 오히려 미국과 소련의 냉전적 대결 속에서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모순된 수혜국’이 됐다. 악의 전범국이 선의 서방 진영 동맹국으로 변신한 것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다. 일본이 그런 모순을 해소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은 진정성 있는 사과라 할 것이다.

일본은 1965년 박정희 정권을 상대로 체결한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자금을 주었다고 내세운다. 그러나 그것은 식민지 수탈에 대한 배상이 아니라 ‘독립 축하금’으로 당시 협정에 명기돼 있다. 해방 80주년을 맞는 올해 8월 15일 일본의 식민통치 흑역사를 어떻게 제대로 청산할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미국은 이미 한국에 ‘덜 위험한 열강’이라는 명예를 버리는 듯 싶었다. 2019년 한국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종료를 선언하려 하자 미 국무부와 국방부 최고위급 당국자들이 서울에 모여들어 한국 정부에 압박을 가했다. 당시 한국은 일본이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면서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군사정보 협력을 계속할 이유가 없어 주권적 결정을 내리려 했다.

미국은 “서로 입장이 다른 과거사를 뒤로하고 현재의 안보동맹을 우선시해야 한다”면서 중국 견제라는 자국의 대외정책에 필요하니 지소미아를 유지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더해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하루아침에 다섯 배 올리라고 주문했다. 자국의 중국 견제 대외정책용으로 이용하려는 주한미군의 주둔비용을 완전히 전가하는 것이다. 한국의 금강산 관광 재개도 미국의 대북한 협상에 보조를 맞추라면서 반대했다. 민간기업인 SK텔레콤과 KT가 중국 화웨이의 저가 장비를 쓰는 것도 간섭했다.

그 트럼프 행정부가 재등장한 미국은 지금 한국에 국방비를 GDP 대비 현재 2.32%인 것을 5%로 올리라고 주문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한국의 국익과 실용외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미국과 함께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형국이다.

한미정상회담의 일정과 구체적 의제도 협의하기 전에 이재명 대통령이 2주 안에 백악관을 방문할 것이라는 일방적 공표 또한 ‘외교적 반칙’에 속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은 과연 ‘덜 위험한 열강’인가?

김재홍 서울미디어대학원대 석좌교수·ESG실천국민연대 상임의장(전 서울디지털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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