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열(熱) 받은 완도 바다…광어 양식장 3곳서 하루 4만6천마리 떼죽음
7월 초부터 고수온 폐사 시작
하루 200마리 이상 죽어 '울상'
액화산소 비용 수천만원 부담

"7월 이후 하루하루가 전쟁입니다. 매일 수백 마리씩 죽어가는데, 속수무책이에요."
5일 오후 완도군 군외면의 한 넙치 양식장. 17만 마리 규모의 넙치를 키우는 김재홍(66)씨는 수조 위로 고개를 떨군 채 긴 한숨을 토해냈다. 수온계는 이미 30도를 훌쩍 넘긴 상태. 수조 곳곳에는 하얗게 변색된 채 바닥에 가라앉은 폐사체들이 눈에 띄었다.
완도군 내에서도 수심이 얕아 고수온 경보가 잦은 군외면은 7월 들어 이미 폐사가 시작됐다. 지난해도 전체 생산량의 38%에 달하는 8t의 넙치를 고수온 피해로 폐기해야 했던 김씨는 올해도 같은 악몽을 겪게 될까 걱정이 앞선다.

양식장 옆 냉동창고로 향한 김씨는 참담한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본래는 어류 먹이로 가득 차 있어야 할 공간이지만, 팔레트 위에 수북이 쌓인 폐사체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말을 잃은 김씨는 냉동창고 안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떨궜다.

김씨는 매일 폐사체를 따로 모아 이 냉동창고에 보관한다. 향후 재해보험 접수 시 물량 확인을 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손해사정인이 매일 나와서 폐사 현황을 확인하긴 한다. 하지만 자부담 비율이 20%나 되고, 작년에 이미 보상을 받았기 때문에 올해는 보상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보험금만으로 손실을 메울 수 없을 것 같아 정말 막막하다"고 한숨 쉬었다.
피해는 단순한 폐사에 그치지 않는다. 살아있는 넙치를 지키기 위한 '사투'도 만만치 않은 비용을 요구한다. 고수온으로 인해 바닷물의 용존산소량이 급격히 떨어지자, 양식 어가들은 액화산소를 대량 투입해 생존율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추씨는 "평소에는 하루에 5만원어치 쓰던 산소를 지금은 20만원어치 이상 쓰고 있다. 순환펌프도 기존 1대론 부족해서 지금은 2대를 동시에 돌리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액화산소만 6천만원 넘게 썼는데, 정부 보전금은 고작 100만원 남짓이었다.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해 보인다"고 하소연했다.
넙치는 수온 18도 전후에서 가장 잘 자라는 저수온 어종이라 더 우려가 크다. 추씨는 출하 가능한 무게인 1㎏ 이상으로 키우기 위해 앞으로도 한 달 이상을 더 버텨야 한다. 하지만 이 시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추씨는 "조기 출하도 고려해 봤지만, 이미 고수온에 대응하려고 들어간 비용이 너무 많아서 손해가 크다. 게다가 고수온에서 기른 넙치를 저온 수족관에 옮기면 스트레스를 받아 유통 도중 폐사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추씨는 "지난해부터 확실히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이상기후가 점점 심해지면 앞으로 더 큰 피해가 올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어종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전남 해역에는 고수온 특보가 계속 발효 중이다. 이날 완도군 내 양식장 3곳에서 4만6천여 마리의 넙치가 폐사했다는 신고가 당국에 접수됐다. 군외면 일대 바닷물 온도는 평균 27도, 최고 29도까지 오르며 양식 어가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완도에서는 132곳의 양식 어가에서 총 35억원이 넘는 고수온 피해가 발생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완도=조성근기자 chosg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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