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밤] 요즘 TV 켜면 이 사람이 계속 보인다...'서초동' 임성재

홍동희 선임기자 2025. 8. 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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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으로서, 임성재의 전성기 이제 막 시작

(MHN 홍동희 선임기자) 요즘 tvN 드라마 '서초동'에는 묘하게 시선을 끄는 변호사가 한 명 있다. 돈을 최고로 여기는 현실주의자지만 어딘가 짠하고, 계란말이처럼 모를 귀여움이 있다는 '하상기'. 배우 임성재는 이 평범한 듯 비범한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들어, 시청자들의 호평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채널을 돌리면 그의 얼굴이 또 나온다는 점이다. 케이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쿠팡플레이, 그리고 스크린까지, 그야말로 종횡무진이다. 2025년 현재, 대한민국 콘텐츠 판에서 가장 뜨거운 '신스틸러'를 꼽으라면 단연 임성재의 이름이 가장 먼저 튀어나올 것이다.

'천의 얼굴', 우리는 왜 그를 알아보지 못했나

그의 이름이 대중에게 각인된 것은 2022년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털보사장' 김민식 역을 통해서였다. 푸근한 인상과 능청스러운 아재 개그로 극의 활력을 불어넣었던 그는, 시청자들에게 '기분 좋은 배우'로 눈도장을 찍었다. 본인 스스로 "연기를 더 해도 되겠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말할 만큼, 이 작품은 그의 커리어에 결정적인 변곡점이 되었다.

하지만 진짜 놀라움은 그다음부터였다. '우영우'의 푸근한 사장님은, '무빙'에서 주원(류승룡)을 배신하는 비열한 동료 '배민기'가 되었고, '최악의 악'에서는 보스의 곁을 지키는 냉혹한 조직원 '최정배'가 되었으며, 영화 '타겟'에서는 평범한 직장인의 일상을 무너뜨리는 소름 끼치는 '그놈'이 되었다. 시청자들은 뒤늦게 "아, 그 배우가 이 배우였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별한 외적 변신 없이도, 오직 눈빛과 호흡만으로 선과 악, 코믹과 스릴러를 오가는 그의 '천의 얼굴'은, 그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다.

감독과 동료들이 먼저 알아본 '진짜 배우'

이러한 그의 진가는 대중보다 감독과 동료들이 먼저 알아봤다. 배우 박정민은 2016년 영화 '순정'에서 대사 한마디 없는 단역으로 만난 무명의 임성재를 기억해뒀다가, 2년 뒤 이준익 감독의 '변산'에 직접 추천했다. 당시 연출부의 연락을 보이스피싱으로 오해해 끊어버렸다는 그의 일화는,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기회를 기다려왔는지를 보여준다. 연상호 감독은 "70년대 시대성을 함축한 얼굴"이라며 신작 '얼굴'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겼고, 김성균은 'D.P.2'에서 함께한 그의 연기에 "진짜 XX놈 같더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그가 단순히 운이 좋은 배우가 아님을 증명한다. 오랜 연극배우 시절부터 다져온 탄탄한 기본기와, "한 장면이라도 잘해내지 않으면 만회할 기회가 없다"는 절박함으로 무장한 그의 성실함은, 현장에서 최고의 신뢰를 주는 보증수표다. "감독님이 작품에 대한 열망이 어마어마한데, 배우는 연출자의 그런 열정적인 모습에 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작품을 대하는 진심과 동료에 대한 깊은 존중이 느껴진다.

'성실함'이라는 가장 단단한 무기

'우영우' 이후 쉼 없이 이어진 다작 행보에 번아웃이 온 적도 있었다고 그는 고백한다. 하지만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 또한 연기였다. 그는 "결국 내게 가장 많이 생각하게끔 만드는 게 이 일밖에 없다"며, 매번 현장에서 배우고 성장한다. 강렬한 역할에 대한 우려에는 "스스로 귀엽다는 걸 잘 알기에 전혀 걱정 안 한다"며 웃어넘기는 여유까지 갖췄다.

그의 성실함은 연기 밖에서도 이어진다. 소소한 일들을 메모하는 습관이 있고, "일이라는 게 늘 즐거울 수만은 없는 것"이라며 담담히 말하면서도, "백여 명이 지켜보는 앞에서 이상하게 연기하고 싶지 않다"는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매 순간 공포를 이겨내며 연기한다. "'OK' 사인이 나면 다 같이 하이파이브를 할 때의 쾌감", 그것이 그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결국 '요즘 TV를 켜면 임성재가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시청자는 그의 연기를 믿고, 감독들은 그의 재능을 믿으며, 동료들은 그의 인품을 믿기 때문이다. 고향 광주에서 10년간 연극을 하며 묵묵히 자신의 때를 기다렸던 준비된 배우. '들러리'가 아닌,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주역'으로서, 그의 전성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사진=tvN, ENA, 디즈니+,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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