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G엔솔·KKR, ‘40조’ BESS 시장 공략 위해 손잡았다
엔솔은 배터리 공급, KKR은 메자닌 투자
시범 사업서 모든 사업자 엔솔 선택
1차 사업에선 삼성SDI 압승

이 기사는 2025년 8월 6일 08시 31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BESS) 사업을 위해 LG에너지솔루션과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손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BESS는 초과 생산된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장치로, 정부는 향후 2038년까지 총 20기가와트(GW) 규모의 BESS를 운영할 사업자를 순차적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시장 규모는 4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KKR은 최근 ‘코리아기가플랫폼’이라는 이름의 조인트벤처를 설립했다. 자본금은 100억원이며 대표이사는 KKR 아시아태평양 인프라팀 이사인 싱가포르 국적의 매튜 고가 맡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하는 BESS 사업은 전국에 540메가와트(MW)급 BESS를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6시간 운전 기준 총 3240MWh의 저장 용량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500MW는 호남 등 육지 지역에, 40MW는 제주도에 설치한다. 발전 사업자들이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BESS를 구축·운영하면 한국전력이 고정단가로 전력을 구매하는 구조다.
BESS 사업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540MW씩 4년에 걸쳐서 계속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지난달 1차로 한국남부발전 등 8개 사업자를 선정했으며, 오는 9월 2차 사업자 선정 절차가 시작된다. 이번 1차 사업만 해도 총 사업비(금융비용 포함)가 2조5000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단가가 떨어진다는 가정은 배제하고 약 10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KKR은 배터리 공급과 투자 집행을 위해 손을 잡았다. 사업자가 선정되면 LG에너지솔루션이 리튬인산철(LFP) 제품을 공급하고 KKR은 메자닌 형태로 자금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제품력에서 경쟁 우위에 있기 때문에 공급 단가와 메자닌 금리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면서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세운 전략이라고 한다.
BESS 사업 입찰에 뛰어드는 회사들은 각각 어떤 회사의 배터리를 탑재할지 미리 정하고 나서 해당 제품의 사양을 기준으로 단가를 포함한 제안서를 제출한다. 이 시장은 사실상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양분하고 있다. 1차 사업 전 시범 사업(65MW 규모) 때는 선정된 모든 사업자가 LG에너지솔루션의 LFP 제품을 채택했지만, 2차 사업에서는 8개사 중 6개사가 삼성SDI의 삼원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제품을, 2개사만이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을 택한 상태다.
이번에는 물밑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간 가격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당초 킬로와트시(kWh)당 30원대 초반으로 예상됐던 낙찰 단가가 29원 내외로 떨어졌다. 삼성SDI와 손잡고 뛰어든 곳들이 29원 내외의 단가를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KKR이 이 사업에 진출해 메자닌으로 얻을 수 있는 투자 수익률은 높지 않을 전망이다. BESS 사업의 특성상 상방(업사이드)이 막혀있기 때문이다. BESS 사업은 한전과의 장기 고정 계약에 따라 수익이 미리 정해지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그럼에도 KKR이 참여하려는 이유가 시장의 확장 가능성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정부 및 관련 업계에서는 국내 BESS 시장 규모가 장비·시공·유지보수까지 포함해 장기적으로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신재생 에너지 시장이 계속 커나가려면 BESS가 필수적이다. EPC 사업자들이 장기 수요를 보고 인프라 투자를 서두르고 있는 것처럼, KKR 역시 초기 선점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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