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까지 날 알아봐… 이런 작품은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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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안 된다고 체념했을 때 기꺼이 도전하고 성공한 이들이 있다.
베테랑 여배우 엄지원은 TV 드라마의 '퇴장 시대'에 끈기와 집념으로 시청률 두 자릿수 달성에 톡톡히 한몫했다.
엄지원은 "어른들까지 저를 다 알아보시는 작품은 처음이었다. 식당갈 때마다 응원을 받으며 '힘은 여기에 있구나'라고 생각했다"며 "부모님도 제가 그동안 출연한 작품 중 가장 좋아하신다"고 빙그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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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폼 시대 속 의미있는 성과
“20%대 시청률·4회 연장방영
배우로서는 훈장과 같은 결과
마광숙 캐릭터 사랑받아 기뻐”

남들이 안 된다고 체념했을 때 기꺼이 도전하고 성공한 이들이 있다. 베테랑 여배우 엄지원은 TV 드라마의 ‘퇴장 시대’에 끈기와 집념으로 시청률 두 자릿수 달성에 톡톡히 한몫했다. 뮤지컬 배우 김수하는 외롭고 낯선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를 노크한 후 10년 만에 한류 뮤지컬로 당당히 다시 진출하게 됐다.
“시청률 20%·연장… 배우로서 훈장 같아요.”
배우 엄지원은 KBS 2TV 주말극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독수리)와 함께한 6개월의 대장정을 마치며 이 같은 소감을 내놨다.
‘독수리’는 지난 2월 1일 시작해 3일 막을 내렸다. 당초 50부작으로 기획됐으나, 시청자들의 지지 속에 4회가 연장됐다. 시청률은 최고 22%에 육박했다. 쇼트폼의 시대, 시청률의 무덤이라 불리는 요즘 방송가에서 긴 호흡의 드라마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낸 셈이다.
지난달 말 서울 강남에 위치한 소속사 사무실에서 문화일보와 만난 엄지원은 “정말 긴 시간이었다. ‘이렇게 촬영하다가 죽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더라”고 엄살을 부리며 “4회 연장은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의 동의를 얻었기에 가능했다. 배우로서는 훈장과 같은 결과”라며 흡족해했다.
‘독수리’는 올해 유일한 ‘시청률 20%’ 콘텐츠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유튜브, SNS 중심으로 콘텐츠 소비 행태가 바뀌면서 0%대 시청률에 그치는 드라마와 예능이 속출하고 있다. 그 속에서 ‘독수리’는 고공비행하며 TV의 자존심을 지켰다.
엄지원은 “어른들까지 저를 다 알아보시는 작품은 처음이었다. 식당갈 때마다 응원을 받으며 ‘힘은 여기에 있구나’라고 생각했다”며 “부모님도 제가 그동안 출연한 작품 중 가장 좋아하신다”고 빙그레 웃었다.
엄지원은 ‘독수리’에서 술을 빚는 도가를 운영하는 주체적인 여성 마광숙 역을 맡았다. 결혼한 지 열흘 만에 남편이 사망하며 ‘기센 여자’라는 눈총 속에서도 4명의 시동생과 함께 꿋꿋이 독수리 술도가를 운영하는 인물이다. 대쪽 같던 마광숙이 술에 취해 흐트러지는 모습은 가슴을 짠하게 만든다.
엄지원은 “마광숙을 연기하며 저 역시 마광숙에서 배운 점이 많다. 본인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면서도 상대방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배려한다.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를 꼭 건네는 광숙의 모습이 참 예뻤다”면서 “막걸리를 마시는 장면에서는 색이 비슷한 음료수를 마셨다.(웃음) 취한 상태지만 대사는 정확히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더 집중해서 연기했다”고 전했다.
어느덧 데뷔 23년 차에 접어든 엄지원. 그는 유독 스스로 삶을 개척해가는 전문직 여성 역을 많이 맡았다. 마광숙 역시 그 연장선 어딘가에 놓인 인물이다. 상반기 공개됐던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주인공 애순(아이유)의 새어머니 나민옥으로 특별출연했다. 애순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그의 삶을 이해하며 학자금을 챙겨주고, 애순의 아들 돌잔치 때는 금두꺼비까지 척 내놓는 모습은 퍽 인상적이었다. 엄지원에게 이런 섭외가 자주 오는 것일까? 엄지원이 이런 역할을 즐겨 선택하는 것일까?
“둘 다 맞아요. 저 역시 배우로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하는 여성의 희로애락에 끌리고, 그런 이야기들에서 더 많은 공감을 느껴요. 제 연기의 모토는 ‘이 인물을, 이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예요. 광숙이와 함께한 54회는 정말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시청자들이 사랑해주시고 공감해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이겨낼 수 있었어요. 다음에도 ‘마음이 힘들 때 웃을 수 있는 작품’으로 돌아오고 싶어요.”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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