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없이 매일 알 낳듯 사건 처리 급급… “양계장 닭 같다” [심층기획-갈 길 먼 근로감독관제]
2025년 상반기 접수 사건 총 1만3455건
5년 새 42.2%나 폭증… 인원은 제자리
지역별 편차… 경기, 평균 85건比 44%↑
상반기만 47건… 4년연속 증가 불 보듯
조사관 91% “판정서 질에 부정적 영향”
정확성 제고 ‘직권조사’도 45% “불충분”
업무 과중·악성 민원에 10% 질병 휴직
“노동분쟁 갈수록 증가… 대폭 증원 시급”
“우리끼리 ‘노동위원회 조사관이 양계장 닭 같다’는 농담을 해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을 ‘노동경찰’로 본다면, 노사 간 분쟁을 조정하고 부당노동행위나 부당해고 등에 대한 구제 신청을 처리하는 합의제 기관인 노동위는 ‘노동법원’이라 할 수 있다. 조사관은 ‘판사’ 역할을 하는 노동위원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사건 진술·증거를 조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한다. 법원으로 따지면 ‘법원 사무관’ 역할이다. 조사관 업무를 하려면 보통 ‘근로감독관 근무 경력 2년 이상’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두 직군은 긴밀한 연관성을 갖는다.

◆1인당 사건 122건… “쳐내기 바쁘다”

지난해 1인당 사건 수가 무려 122.5건이나 된다. 전체 노동위 평균(85.2건)과 비교해도 43.8%나 많은 수준이다. 1인당 사건 수 기준으로 2위인 서울지노위(99.5건)과 견줘도 그 격차가 23.1%나 난다. 더 암담한 건 해가 갈수록 1인당 사건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2021년 93.4건을 찍은 이후 2022년 97.1건, 2023년 118.4건, 지난해 122.5건으로 3년 연속 증가세를 그린 터다. 올 상반기 집계(69.4건)를 고려할 때 이 추세가 올해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 지난해 3월 조사관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10명 중 9명 이상(91.2%)이 사건 수 등 증가가 조사보고서와 판정서 질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답했다. 조사관 업무만 7년 넘게 해오고 있는 다른 관계자 B씨는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서면이나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가 있는데 직권조사를 통해 보완하는 경우가 있다”며 “노동위 차원에서 판정 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해 직권조사를 활성화하자는 기조를 갖고 있지만 현장에선 정해진 기한 내 사건을 처리하는 데 허덕이다 보니 직권조사에 소극적인 측면도 있다”고 했다. 노동위 사건은 접수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심문회의를 개최해야 한다. 실제 설문조사에서 조사보고서 작성 시 직권조사를 어느 정도 하고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 45.2%(불충분 32.1%·매우 불충분 13.1%)가 불충분하다고 답했다.

1인당 사건 수 폭증이 악영향을 끼치는 건 조사보고서나 판정서의 질만이 아니다.
사실상 조사관의 건강조차 해치고 있다는 게 노동위 안팎의 평가다. 당장 최근 3년간 조사관 질병휴직 현황만 봐도 경기지노위는 9명으로, 지노위 중 경기지노위보다 현원이 많은 서울지노위(5명)의 2배 가까이 됐다. 현재 질병으로 휴직 중인 경기지노위 조사관은 총 4명으로 정원(40명) 대비 10%나 되는 형편이다. 휴직 중인 경기지노위 조사관 한 명은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얼굴 반쪽이 마비되는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실제 사건 수 증가에 악성 민원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단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표적인 게 부당해고 사건 처리 중 화해 절차를 악용해 사용자로부터 일정 수준의 금전 보상을 받아달라고 노골적으로 조사관을 압박하는 경우다. 한 관계자는 “사측이 화해 의사가 없다면 조사관이 강제로 종용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데 심문회의에 가기 전에 돈부터 받아달라는 악성 민원이 잦다”며 “심한 경우는 사건 접수만 단 한 명이 100건 넘게 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조사관이 어느 한 쪽 편을 들어주는 인력이 아님에도 마치 고용된 변호사처럼 여기는 경우가 허다하단 것이다.
당장 조사관 보호 차원에서라도 증원이 급선무지만 여태 미미한 수준에 그친 게 현실이다. 전체 노동위 조사관 정원은 5년 전 244명이었는데 올 상반기 기준 248명으로 4명 늘었을 뿐이다. 경기지노위 정원 또한 같은 기간 증원 규모가 3명(37명→40명)에 그쳤다. 최근 중노위는 내년도 직제 개정 심의에 들어간 행정안전부에 조사관 증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여당이 조만간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라 노조 창구 단일화 사안 등 노동분쟁 또한 앞으로 더 증가할 수밖에 없는 만큼 조사관 증원이 필수라는 게 중노위 측 설명이다. 중노위 관계자는 “경기지노위에 과를 하나 더 만들기 위해 12∼13명 증원 의사를 전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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