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 “우리가 판 회사를 우리가 샀다” 세컨더리 M&A 전성시대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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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하나의 공식이 눈에 띈다.
사모펀드(PE)가 팔고 PE가 사는, 이른바 세컨더리 딜 일색이다.
다른 PE로부터 회사를 산 PE도 펀드의 만기가 다가오면 자산을 정리해야 하는데, 그때 가서 과연 누가 이 회사를 인수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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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하나의 공식이 눈에 띈다. 사모펀드(PE)가 팔고 PE가 사는, 이른바 세컨더리 딜 일색이다.
그러다보니 다소 어처구니없는 풍경도 빈번하게 볼 수 있다. 같은 날 같은 공제회가 오전엔 매도자 측 프레젠테이션(PT)을 듣고 오후엔 매수 측 PT를 듣는다. 매도 측 PE는 분명 “비싸게 잘 팔았다”고 자랑했는데, 매수 측 PE는 “싸게 잘 샀다”고 어필하더라는 것이다. 대형 운용사들의 펀드 출자자(LP)가 대체로 겹치다 보니 발생하는 일이다.
이런 웃지 못할 에피소드의 이면에는 한국 M&A 시장이 최종 인수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가 깔려 있다. 기업을 잘 키워 되팔 수 있는 상대, 즉 전략적투자자(SI)가 사라졌다는 얘기다.
세컨더리 딜의 범람은 LP의 리스크 분산이라는 기본 원칙마저 흔들고 있다. LP는 여러 펀드에 분산 투자함으로써 자산별, GP별, 시점별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런데 A펀드가 B펀드에 회사를 매각하면, 두 펀드 모두에 출자한 LP는 결국 같은 회사의 가치 변동에 두 번 노출된다. 그 결과 리스크는 분산되지 않고 LP 입장에선 특정 자산에 집중 투자한 것과 유사한 상황이 펼쳐진다.
또 A펀드가 매도하고 B펀드가 인수할 경우 둘 다 수익을 내려면, A는 고평가된 가격으로 팔아야 하고 B는 싸게 사야만 최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즉 양립 불가능한 목표가 같은 거래에서 충돌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 특정 LP가 양쪽 펀드에 모두 출자했다면 실제 수익은 제자리인데 리스크와 비용만 두 배로 떠안게 된다.
이 모든 불균형은 결국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점에서 문제를 드러낸다. 다른 PE로부터 회사를 산 PE도 펀드의 만기가 다가오면 자산을 정리해야 하는데, 그때 가서 과연 누가 이 회사를 인수해 줄 수 있을까. 물론 다른 PE가 또다시 매수자로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세 번, 네 번씩 바통을 넘기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결국 이 회사를 최종적으로 인수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낼 SI가 나서야 하는데 지금 한국 시장에선 그런 역할을 해줄 주체가 사실상 실종 상태다. 많은 대기업이 유동성 확보에 몰두하며 오히려 계열사나 자산 매각에 집중하고 있다. 자금 여력이 있는 기업들도 불확실성 회피, ESG 리스크, 지배구조 문제 등으로 인해 M&A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현상은 시장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굳어지고 있다. 매각 환경이 막힌 상황이 지속된다면 KKR처럼 ‘퍼머넌트 캐피탈(permanent capital)’ 전략을 의도한 운용사가 아니라도 상당수 PE가 사실상 회사를 반영구적으로 보유하는 상태에 놓일 수 있다.
책임 있는 최종 종착지가 복원되지 않는 한 세컨더리는 결국 PE 간 ‘꼬리 자르기’가 될 수밖에 없다. M&A 시장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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