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 연봉 실화냐… '돈 벌려면 게임을 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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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과거에는 '게임만 하면 인생 망한다'며 자녀 게임을 막으려 애쓰는 학부모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오히려 '게임 잘하는 게 부자가 되는 길'이라는 말이 더 우세하다. 톱스타 e스포츠 선수의 경우 연봉만 수십억원을 받는가하면, 20대에 100억 원대 부동산을 대출 없이 현금으로 사는 일이 현실이 됐다. 게임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새로운 '금맥'이 된 세태를 살펴봤다.

야구선수보다 돈 많이 버는 게이머들
한국 프로야구 KBO 최저 연봉은 5000만 원. 그런데 e스포츠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 한국 리그인 LCK 최저 연봉은 6000만 원이다. 최저 연봉은 말 그대로 최저치일 뿐 실제로 대부분 LCK 선수들은 연봉으로 적어도 1억 3000만 원 이상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게이머 연봉이 야구 신인 최저 연봉의 2배가 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고액 연봉자들의 수입이다. LCK 주전 멤버들은 야구에서도 흔하지 않은 10억 원대 연봉을 받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최상위권 선수들은 30억 원에서 50억 원을 받는다고 한다. 인기 스포츠인 야구, 축구, 농구에서는 아예 찾아볼 수 없는 고액 연봉을 e스포츠 게임 선수들이 받고 있는 것이다.
e스포츠는 다른 스포츠 업계와 달리 연봉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LoL 황제' 페이커(FAKER, T1 이상혁)는 연봉 50억 원으로, T1 주식까지 포함하면 70억 원 이상 대우를 받는다. 한화생명의 바이퍼는 40억 원, KT 기인은 15억~20억 원, 캐니언은 담원 기아 당시 20억 원의 연봉을 받았다고 한다.
한 LCK 관계자는 "SK텔레콤 T1 페이커의 경우 중국에서 연봉 5~10배까지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현됐다면 연봉으로 약 300억 원 이상 받을 수도 있었다. 한국에 남아 게임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전했다.
SK텔레콤 T1의 다른 주전 멤버들도 상당한 연봉을 받고 있다. 케리아는 10억 원 이상, 제우스와 오너, 구마유시도 10억 원 이상 연봉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팀의 선수 연봉만 합쳐도 100억 원을 훌쩍 넘는 셈이다.
20대 억만장자들의 라이프스타일
LCK 선수들의 일상은 일반인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 구단 프론트 관계자 A 씨는 "선수들이 하루 12~14시간을 연습에 투자하기 때문에, 고액 연봉자라고 해서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선수들이 숙소 생활을 하며 엄격한 일정을 소화한다. 오전 10시 기상, 오후 1시부터 새벽 2~3시까지 스크림(연습 경기)과 솔로 랭크 게임을 반복한다. 주말에도 공식 경기가 있어 휴식 시간은 극히 제한적이다.
억대 연봉자들의 소비 패턴
그럼에도 일부 선수들은 고급 외제차를 구입하거나 명품을 수집하는 등의 취미 생활을 즐긴다. 앞서 프론트 관계자는 "연봉이 높아서 그런가 명품 옷이나 액세서리를 사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과시하는 느낌은 아니다. 아마 고급차를 샀다고 해도 타고 다닐 시간이 없어서 주차장에만 세워둘 것 같다"고 말했다.
쓸 시간이 제한적이다 보니 대부분은 현명한 소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페이커는 연봉과 대회 상금을 합쳐 연간 수십억원을 벌어들이고 있음에도 과거 방송에서 '한 달에 용돈 20만 원만 쓴다'고 말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고연봉을 받는 이들을 위한 재테크 상품도 탄생했다. 2020년 하나은행은 세계적 e스포츠 팀 SK텔레콤 T1 소속 선수 66명만을 위한 전용 자산관리팀을 신설하며 화제가 됐다. 이 팀에는 전문 프라이빗뱅커(PB)는 물론 세무사, 변호사, 부동산 전문가까지 포함돼 있다. 부동산 투자에 관심 있는 선수들에게는 현장 답사부터 매물 검토, 계약 진행까지 원스톱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하나손해보험은 프로게이머 특성상 자주 발생하는 손목이나 허리 부상을 보장하는 특별 보험상품 개발에도 나선 바 있다.

LCK 선수들의 수입은 연봉이 전부가 아니다. 스폰서십, 광고 출연료, 스트리밍 수익 등 다양한 수입원이 있다. 한 마케팅 전문가는 "페이커 같은 톱스타의 경우 광고 모델료만 연간 30억 원이 넘는다"며 "글로벌 전체에서 인기가 많기 때문에 게임 장비 브랜드부터 자동차, 치킨 브랜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러브콜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스트리밍도 주요 수입원이다. 인기 선수의 경우 경기가 없는 날 스트리밍을 하면 시청자가 10만 명씩 몰린다. 도네이션과 구독료만으로도 월 수천만 원 추가 수입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투자자가 된 20대 게이머들
도인비, 한남더힐 아파트 103억 현금 매입
이렇게 모은 돈이 부동산 투자로 이어지기도 한다. 20대 프로게이머 도인비(김태상)는 지난 2023년 8월 서울 용산구 한남더힐 100평대 아파트를 103억 원에 전액 현금으로 매입했다. 도인비는 중국 LoL리그인 LPL리그 대표 선수로, 2019년 월드챔피언십(롤드컵)에서 우승하는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2018년 중국 재벌 2세로 알려진 방송인 탕 사오유와 결혼해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기도 했다.
페이커, 화곡동 '페이커타워' 건물주로
페이커는 2020년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상가건물을 113억 원에 매입해 '페이커타워'라 건물명을 지었다. 지하 2층~지상 9층 규모의 메디컬 빌딩으로, 현재 연 임대수익만 수 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VIP PB B 씨는 "게임에서도 전략적인 플레이로 유명한 페이커답게 부동산 투자도 철저히 분석해서 진행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강남보다 화곡동을 선택한 것도 수익률을 우선시한 결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게임이 새로운 '금맥'이 된 이유 - 짧지만 강렬한 선수 생명
그렇다면 LoL 선수는 어떻게 고액 연봉을 받게 된걸까. 또 다른 LCK 관계자는 "e스포츠인 LoL 연봉이 상대적으로 후한 이유는 다른 스포츠 대비 선수 생명이 짧고, 경쟁 체제가 심하기 때문이다. 한 팀이 5명이고 후보를 포함해도 10명이 되지 않는다"며 최저 연봉 6000만 원이 과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LCK 1군에서 뛰려면 주전 기준 50명 안에 들어가야 한다. 한국 LoL 인구가 수백만 명인 것을 고려하면 상위 0.0002% 안에 드는 실력자들이다. 이에 해외 리그에서 한국 선수를 영입하려는 경쟁도 치열해 연봉이 덩달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한 e스포츠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선수들의 몸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LCK가 선수들을 잡아두려면 어느 정도 연봉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물론 빛만 있는 건 아니다. 앞서 구단 프론트 관계자 A 씨는 "e스포츠 평균 선수 생명이 3~4년 정도다. 20대 초중반에 은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고액 연봉이 좋게만 보이지만, 반면 짧은 기간 동안 평생 벌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도 크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의 인식 변화
e스포츠 게이머 연봉이 천문학적으로 높아지면서 학부모 인식도 변하고 있다. e스포츠 선수를 준비하는 학원이나 아카데미가 급격히 늘었음이 이를 방증한다. 각 구단에서도 재능 있는 신인 선수를 발굴하기 위해 아카데미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e스포츠 학원 및 아카데미의 급증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고등학교 교사 C 씨는 "성공하면 좋겠지만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다"며 "일반적인 진로가 아닌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고, 학업과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덧붙여 "프로게이머 성공 확률은 0.01%도 안 되는 만큼 꿈을 응원하되 현실적인 대안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더 이상 게임이 인생을 낭비하는 취미가 아닌, 최고액 연봉자가 될 수 있는 기회의 발판이 된 시대. e스포츠 산업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새싹들이 '제2의 페이커'를 꿈꾸며 키보드와 마우스를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태현 기자 toyo@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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