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식우 선발 걸린 문젠데”…당국, 특정 회사 ‘기회 몰아주기’ 논란

이문수 기자 2025. 8. 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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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유전체 분석 활용 ‘칩’…특정 제품 시장독점 유도 우려
국내선 두 업체 칩 주로 활용
축과원 ‘일루미나’ 칩 중점 사용
“국가사업 표준화 위한 조치”
업계 “사용 가능한 칩 다양해야”
일루미나사의 한우 유전체 분석 칩.

정부가 특정 회사의 제품을 중심으로 한우 유전체 분석사업을 시행하려 한다는 의구심이 끊이지 않으면서 정부와 농가 간 논쟁이 일고 있다. 유전체 분석은 한우 개량의 핵심으로 꼽힌다. 한우 각 개체의 유전정보를 아는 것은 맞춤형 사육 방식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유전체 분석 왜 중요?=농가는 소 유전체 분석 결과를 토대로 근내지방·등심단면적·등지방두께·도체중과 같은 형질은 물론, 유전성 질환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다. 한우 경락값을 좌우하는 이 지표들을 통해 농가는 해당 암송아지를 번식용으로 활용할지, 조기에 도태시켜 고기를 생산할지 선택할 수 있다.

유전체 분석은 한우 꼬리털의 모근을 채취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농가는 채취한 시료를 분석기관에 보내고, 분석기관은 유전자 칩을 활용해 유전자(DNA) 속 단일염기다형성(SNP) 데이터를 뽑아낸다. 한우 유전체 분석사업은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주도해왔다. 축과원은 현재 ‘한우 유전능력 평가시스템’을 운영 중인데, 이는 ‘일루미나’ 칩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선 외국계 회사인 일루미나와 써모피셔 2곳의 유전체 분석 칩이 주로 사용된다. 그런데 축과원은 써모피셔 칩에 대해서는 매년 호환성 테스트를 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쳐 논란이 되고 있다.

일루미나냐 써모피셔냐…우수 정액 수령과 연계돼 농가 ‘민감’=문제는 민간 분석기관에서 일루미나뿐만 아니라 써모피셔의 칩도 널리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축과원에서는 써모피셔 칩을 쓰는 분석기관을 대상으로 매년 호환성 테스트를 한 후 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영석 전국한우협회 정책지도국장은 최근 전북 부안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국내 유전체 분석은 정부·민간기관 7곳에서 2개의 외국 회사 칩을 사용해 수행하고 있다”며 “주관기관이 여러 유전체 분석 칩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농가 혼란과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한우업계가 유전자 칩에 민감한 이유는 유전체 분석 성적에 따라 우수 정액을 받을 우선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A분석기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유전체 분석 결과 전국 상위 3000마리에 해당하는 암소가 우수 정액을 받을 수 있다”면서 “실제 써모피셔 칩을 사용해온 한 분석기관은 올초 축과원의 호환성 테스트에서 탈락했는데, 이렇게 되면 해당 분석기관을 이용한 농가는 사실상 우수 정액을 받을 기회가 박탈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가·국익 생각하면 사용 칩 다양해야=업계에선 사용 칩이 다양할수록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다수다. B분석기관의 한 관계자는 “특정 유전자 칩만 유통된다면 독점 현상이 생겨 가격이 올라갈 수 있고, 독점화된 칩의 품질에 문제가 생긴다면 한우 개량사업 전체에 위기가 올 수 있다”며 “실제 써모피셔 칩이 국내에 상용화하면서 분석 가격이 떨어지는 효과가 났다”고 했다.

써모피셔 칩을 쓰는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의 한 관계자는 “농협이 보유한 유전체 분석 참조 집단만 2만7000마리에 이르는데 이러한 참조집단이 많아질수록 데이터 신뢰성은 한층 높아진다”면서 “여러 칩의 참조집단을 통합·평가할 수 있는 체계가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축과원 등에서 일루미나 칩을 선호하는 것에 대해선 ‘재현성’을 중시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재현성이란 유전체 분석에서 같은 시료를 여러번 반복해 썼을 때 얼마나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재현성 측면으로만 본다면 일루미나가 써모피셔보다 좀더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축과원 관계자는 “국가사업을 하려면 표준이 되는 형식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일루미나 칩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을 중점적으로 사용하는 것일 뿐”이라며 “유전체 분석은 오랜 기간 축적된 데이터가 농가 개량활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써모피셔 칩에 대한) 호환성 테스트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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