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식우 선발 걸린 문젠데”…당국, 특정 회사 ‘기회 몰아주기’ 논란
국내선 두 업체 칩 주로 활용
축과원 ‘일루미나’ 칩 중점 사용
“국가사업 표준화 위한 조치”
업계 “사용 가능한 칩 다양해야”


정부가 특정 회사의 제품을 중심으로 한우 유전체 분석사업을 시행하려 한다는 의구심이 끊이지 않으면서 정부와 농가 간 논쟁이 일고 있다. 유전체 분석은 한우 개량의 핵심으로 꼽힌다. 한우 각 개체의 유전정보를 아는 것은 맞춤형 사육 방식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 유전체 분석 왜 중요?=농가는 소 유전체 분석 결과를 토대로 근내지방·등심단면적·등지방두께·도체중과 같은 형질은 물론, 유전성 질환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다. 한우 경락값을 좌우하는 이 지표들을 통해 농가는 해당 암송아지를 번식용으로 활용할지, 조기에 도태시켜 고기를 생산할지 선택할 수 있다.
유전체 분석은 한우 꼬리털의 모근을 채취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농가는 채취한 시료를 분석기관에 보내고, 분석기관은 유전자 칩을 활용해 유전자(DNA) 속 단일염기다형성(SNP) 데이터를 뽑아낸다. 한우 유전체 분석사업은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주도해왔다. 축과원은 현재 ‘한우 유전능력 평가시스템’을 운영 중인데, 이는 ‘일루미나’ 칩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선 외국계 회사인 일루미나와 써모피셔 2곳의 유전체 분석 칩이 주로 사용된다. 그런데 축과원은 써모피셔 칩에 대해서는 매년 호환성 테스트를 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쳐 논란이 되고 있다.
◆ 일루미나냐 써모피셔냐…우수 정액 수령과 연계돼 농가 ‘민감’=문제는 민간 분석기관에서 일루미나뿐만 아니라 써모피셔의 칩도 널리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축과원에서는 써모피셔 칩을 쓰는 분석기관을 대상으로 매년 호환성 테스트를 한 후 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영석 전국한우협회 정책지도국장은 최근 전북 부안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국내 유전체 분석은 정부·민간기관 7곳에서 2개의 외국 회사 칩을 사용해 수행하고 있다”며 “주관기관이 여러 유전체 분석 칩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농가 혼란과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한우업계가 유전자 칩에 민감한 이유는 유전체 분석 성적에 따라 우수 정액을 받을 우선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A분석기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유전체 분석 결과 전국 상위 3000마리에 해당하는 암소가 우수 정액을 받을 수 있다”면서 “실제 써모피셔 칩을 사용해온 한 분석기관은 올초 축과원의 호환성 테스트에서 탈락했는데, 이렇게 되면 해당 분석기관을 이용한 농가는 사실상 우수 정액을 받을 기회가 박탈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농가·국익 생각하면 사용 칩 다양해야=업계에선 사용 칩이 다양할수록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다수다. B분석기관의 한 관계자는 “특정 유전자 칩만 유통된다면 독점 현상이 생겨 가격이 올라갈 수 있고, 독점화된 칩의 품질에 문제가 생긴다면 한우 개량사업 전체에 위기가 올 수 있다”며 “실제 써모피셔 칩이 국내에 상용화하면서 분석 가격이 떨어지는 효과가 났다”고 했다.
써모피셔 칩을 쓰는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의 한 관계자는 “농협이 보유한 유전체 분석 참조 집단만 2만7000마리에 이르는데 이러한 참조집단이 많아질수록 데이터 신뢰성은 한층 높아진다”면서 “여러 칩의 참조집단을 통합·평가할 수 있는 체계가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축과원 등에서 일루미나 칩을 선호하는 것에 대해선 ‘재현성’을 중시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재현성이란 유전체 분석에서 같은 시료를 여러번 반복해 썼을 때 얼마나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재현성 측면으로만 본다면 일루미나가 써모피셔보다 좀더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축과원 관계자는 “국가사업을 하려면 표준이 되는 형식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일루미나 칩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을 중점적으로 사용하는 것일 뿐”이라며 “유전체 분석은 오랜 기간 축적된 데이터가 농가 개량활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써모피셔 칩에 대한) 호환성 테스트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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