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궁전엔 ‘롤리타’ 초판… 정·재계 거물들 사진 전시해놨다

뉴욕/윤주헌 특파원 2025. 8. 6.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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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입수해 보도
트럼프·클린턴·믹 재거 등과 찍은 사진
“수천억원 대 재산 모은 배경 의문”
뉴욕타임스는 5일 미성년자 성 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이 과거 사용한 맨해튼 대저택 내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달 스코틀랜드 시내에서 엡스타인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함께 직은 사진을 보여주는 차량./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동 성 착취 혐의로 구치소 수감 중 2019년 8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억만장자 월가 투자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과거 친분 관계가 부각되면서 정치적 위기를 겪는 가운데 뉴욕타임스(NYT)가 5일 엡스타인의 뉴욕 맨해튼 고급 타운하우스 내부 사진을 입수했다며 보도했다. 엡스타인은 2008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미성년자 성매매 등의 혐의로 기소됐는데, 범행 중 일부가 벌어진 곳으로 맨해튼 타운하우스가 지목된 바 있다. 이날 보도를 통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사진이 전해지면서 트럼프 정부가 사건의 실체를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NYT에 따르면, 이날 공개된 사진은 엡스타인이 지인들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졌던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의 7층짜리 궁전 같은 타운하우스 내부를 촬영한 것이다. 누가, 언제, 무슨 의도로 사진을 촬영했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뉴욕의 명물 센트럴파크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 타운하우스는 약 1983㎡(약 600평) 규모로 유명 속옷 회사 빅토리아 시크릿 창업자이자 억만장자인 레슬리 웩스너가 1998년 엡스타인에게 매각했다고 한다. 저택에 들어서면 보이는 중앙 홀에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밧줄을 움켜쥔 여성 조각상이 매달려 있다. 1층 식당에는 커다란 직사각형 테이블과 표범 무늬 의자가 놓여 있어 손님들이 사용할 수 있었다. 엡스타인의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인터뷰에서 때때로 마술사가 공연하기도 하고, 손님이 도표를 그리거나 수학 공식을 쓸 수 있도록 칠판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엡스타인은 마치 자신의 황금 인맥을 과시하려는 듯 유력 인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타운하우스 내부에 진열해 놓기도 했다. 엡스타인이 교황이었던 요한 바오로 2세, 록 밴드 롤링 스톤스의 리드 보컬 믹 재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쿠바 공산당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와 각각 찍은 사진은 액자에 담겨 나무 탁자 위에 함께 세워져 있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리처드 브랜슨 영국 버진그룹 창업자와 함께 찍은 사진도 있고 하버드 교수이자 전직 미국 재무장관인 래리 서머스의 독사진도 있었다. 트럼프의 경우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된 2000년에 찍은 사진이 테이블에 놓여 있었다. 당시 여자친구였던 멜라니아 그리고 엡스타인의 연인이었던 길레인 맥스웰 등 총 네 명이 함께 찍은 사진인데, 맥스웰 부분은 잘려나가 있었다. 트럼프 사진 옆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내가 틀렸다!(I was wrong!)”라고 쓴 1달러 지폐가 빨간색 액자에 담겨 있었다. ‘트럼프의 책사’로 알려진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의 사진도 최소 두 방에서 발견됐다.

NYT는 이 타운하우스에서 엡스타인의 성범죄를 연상케 하는 물건과 공간도 발견됐다고 전했다. 엡스타인은 방 한쪽에 1955년 출간된 소설 ‘롤리타’의 초판본을 전시해 놨다. 이 소설은 어린 소녀에게 병적인 집착을 가진 중년 남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3층에는 엡스타인의 침실, 마사지룸, 여러 개의 욕실이 있는 스위트룸이 있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미성년자들이 자신의 손님들에게 마사지하도록 시킨 혐의도 받는다.

이곳을 거쳐 간 유명 인사들은 입을 모아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고 한다. 영화감독 우디 앨런은 2016년 엡스타인의 63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보낸 편지에서 타운하우스에 대해 “드라큘라의 성을 떠올리게 했다”고 묘사했다. 엡스타인과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거나 타운하우스에서 열린 모임에 초대됐다고 지목된 인사들은 대부분 사실 관계를 부인하거나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NYT는 “엡스타인이 어떻게 수천억 원대 재산을 모았고, 그가 (2008년) 성범죄자로 등록된 후에도 왜 그렇게 많은 유력 인사들이 계속 친분을 유지했는지 등 많은 미스터리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남아 있다”고 했다.

한편 엡스타인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며 나선 미 의회 하원 감독위원회는 이날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등 10명에 대한 소환장을 발부했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이 위원회는 이들에게 이달부터 10월 중순 사이 위원회에 나와 비공개 증언을 하라고 요구했다. 소환장이 발부된 대상에는 조 바이든 정부 시절 법무장관인 메릭 갈런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연방수사국(FBI) 국장 제임스 코미 등이 포함됐다. 위원회는 또 법무부에 엡스타인에 대한 파일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팸 본디 법무장관은 지난 2월 엡스타인의 접대 리스트가 있는 것처럼 발언했다가 지난달 돌연 “특별히 공개할 만한 것이 없다”고 해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자료 요구로) 의회와 트럼프 정부 간의 긴장감 넘치는 대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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