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 "고진감래" 4050 "성장 중추" 2030 "무한경쟁"... 청년들이 더 불행해했다

김현종 2025. 8. 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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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별 좌담회서 '우린 어떤 세대인가' 질문
6070 "고단했지만 그만큼 치열하게 살아"
4050 "생활 안정… 한 경제 중추" 긍정 평가
2030만 "기회 소멸·무한 경쟁" 자신감 낮아
지난달 24일 서울 한 대학교 일자리센터에 기업들의 채용공고 안내문 앞을 한 청년이 지나가고 있다.뉴시스

"굉장히 고단했던 세대였죠. 하지만 '요즘 애들'이 부럽지는 않아요." (73세 여성)

"경제 성장과 맞물려 풍족하게 지냈고, 지금도 한국 경제에서 중추를 차지하고 있다고 봅니다."(50세 남성)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던 윗세대가 부러워요. 지금의 청년들은 실패하면 끝장이거든요." (29세 여성)

광복 80주년,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각 구성원들의 세대 인식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6070 및 4050 세대들은 '희생'과 '노력'으로 일궈낸 자신의 삶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동일시하며 큰 자긍심을 느끼고 있었던 반면, 2030은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스스로를 단군 이래 가장 불행한 세대로 규정했다.

한국일보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각 세대별 인식의 차이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 21일부터 23일까지 6070, 4050, 2030 그룹별 좌담회를 열었다. 앞서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국민인식조사의 심화버전으로, 세대별로 남녀 각 4명씩 총 24명이 참여했다. 웹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가운데 대상자를 추렸다.


자부심 빛난 6070·4050 세대

고 박태준(가운데) 포스코 명예회장과 임직원들이 1973년 6월 9일 경북 포항에 있던 당시 포항종합제철의 포항제철소 1고로에서 첫 쇳물이 쏟아져 나오자 만세를 부르고 있다. 포스코 제공

좌담회에서 청년세대와 장년세대의 세대 인식은 크게 엇갈렸다. 6070세대는 먹고살기 어려워 힘겨웠던 시절의 역경을 토로하면서도 나라 경제를 일으킨 산업 역군이라는 자부심에서 존재 가치를 찾았다. 고도 성장기의 수혜를 누린 4050세대도 지금은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는 중추 역할이 됐다는 데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힘들었지만, 그만큼 치열하게 잘 살았다"는 게 스스로에 대한 평가였다. 이 같은 만족감 때문인지 대화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자기 긍정이 가장 높았던 세대는 4050이었다. 50세 남성은 "유년기를 풍족하게 시작했고 현재도 생산에 가장 활발하게 투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연평균 9% 안팎의 초고속 성장률을 보이던 1970, 80년대 태어나 이제는 한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세대가 됐다는 자부심이다. 57세 여성은 "우리는 (구세대 가수인) 구창모 조용필과 (K팝 그룹) 아이브 방탄소년단을 모두 좋아할 수 있는 유일한 세대"라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사회문화적 스펙트럼을 갖추고 있다고 자평했다.

한국일보 그래픽팀

가장 어른 세대였던 6070의 감정은 양가적이었다. 6·25 전쟁과 경제적 어려움을 뚫고 한국 사회를 일궈온 노력과 성취에도 사회적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도 내비쳤다. "어릴 땐 시부모 눈치 보다가 이제는 며느리 눈치 보고 있다. 아랫세대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것 같다(73세 여성)" "자식 위해 40년을 밤낮없이 일했지만 정작 생각이 너무 달라서 사이 좋게 지내지 못하고 있다(62세 남성)" 등 급변한 사회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낀 세대'로서의 서글픔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힘들었던 지난날을 정산하는 표현은 "자랑스럽다"였다. 61세 남성은 "집사람과 힘들었던 삶을 돌아보다 보면 결국 '당신과 나 지금까지 후회 없이 잘 살아왔다'는 결론에 다다른다"고 말했다. 73세 여성도 "고생도 고생대로 해봤고 풍요도 누려봤다"며 "참 치열하게, 그리고 다양하게 경험했다. 이런 경험은 다른 세대에 없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기회의 문 점점 닫힌다" 불안한 2030

한 여성이 지난 6월 2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분유 코너를 지나가고 있다. 뉴스1

반면 2030세대는 암울한 미래에 짓눌려 있었다. 어느 세대보다도 경제적으로 유복하게 자랐다고 인정하면서도, 무한 경쟁에 시달리느라 생애주기 각 단계마다 '도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미래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적어 보였다. 대한민국의 내일을 짊어질 청년세대가 가장 위축돼 있는 씁쓸한 단면이다.

2030세대는 자기 인식부터 엇갈렸다. "사회 생활 등에서 의사 표현이 자유롭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했지만, "열린 마음으로 다양성을 존중한다(36세 여성)" "책임감이 떨어진다(26세 남성)" 등 평가가 나뉘었다. 성별 갈등 측면에서도 "실제로 주변에서 극우로 치우치는 남자들이 많아지고 있다(30세 남성)"며 정치적 양극화를 해소할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의견도 많았다.

특히 경제 상황 이야기를 할 땐 냉소가 두드러졌다. 26세 남성은 "월급만으로 서울에 집 살 방법이 없다. 결혼하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사회적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분노했다. 36세 남성도 "내 집 마련은 지금 30대가 막차 탄 것 아닌가 싶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탓에 20대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36세 여성은 "자녀를 낳으면 외벌이로는 생활이 불가능하고 맞벌이를 하려면 아이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표현도 옛말이 돼 자녀 교육도 더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무한 경쟁에 따른 환멸과 상대적 박탈감도 극심했다. 34세 여성은 "윗세대가 우리보다 어렵게 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학창시절에는 성적표로 줄 세우기 당했고 커서는 취업한 기업, 결혼식장, 육아 용품 브랜드까지 온갖 걸로 비교당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때문에 과시와 비교가 더 심해졌다"고 했다.

"어른들과 달리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36세 남성)" "4050세대 땐 실패해도 재기할 기회가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도전 자체가 불가능하다(29세 여성)" 등 윗세대를 기득권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강했다.


"살기 좋은 나라 계속 되길"

한 여성이 지난달 22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청 외벽에 설치된 태극기 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어른 세대도 청년들의 불안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67세 여성은 "인구는 줄고 부양 의무는 늘어나는데 이걸 전부 감당할 수 있을지 젊은 세대가 많이 부담스러워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49세 남성은 "기성 세대가 이뤄놓은 좋은 것들을 아래 직원들과 함께 이어나가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며 '중간 세대'로서 청년들을 더 나은 미래로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물론 "궂은일을 안 하면서도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할 수 있는 게 부럽다(43세 남성)" "과거보다 풍요로운데 희생하고 싶지 않아 결혼과 출산을 안 하는 것 아니냐(73세 여성)"는 부정적 시선도 있었다. 이에 대해 29세 여성은 "취업난과 미래 불안에 시달리는 지금 젊은 층은 자신감이 많이 결여돼 있는 것 같다"며 "'한국은 살기 좋은 나라'라는 말이 계속 나올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그래픽팀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최현빈 기자 gonnal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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