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갈라파고스 기업규제' 전면재검토"…한편에선 '반기업법' 강행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기업이 대한민국의 '진짜 성장'의 중심"이라며 갈라파고스 기업 규제 전면 재검토 방침을 밝혔다. 배임죄 등 경제형벌도 형사처벌이 아닌 금전벌 등으로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계에선 정부가 이른바 '노란봉투법'과 '더 센 상법' 등 반기업 법안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내놓는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 부담을 없애기 전에 새로운 부담을 주지 않는 게 먼저라는 얘기다.
정부는 기업 부담을 덜기 위해 재정·세제·금융 지원은 물론 규제 완화까지 검토한다.
또 국내 기업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고, 중견·대기업 규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개선한다. 중소·중견기업 지원도 △투자 △R&D(연구개발) △AI 도입 △수출시장 개척 등 성장 중심 활동으로 재편한다. 지원이 급감하지 않도록 제도를 점감형으로 설계하고 지원방식도 다양화한다.
이 대통령이 지시한 '경제형벌 30% 개선' 과제도 추진한다. 구 부총리는 "배임죄 등 형벌을 금전벌로 전환해 CEO의 형사처벌 리스크를 낮추고 피해자에겐 실질적 배상이 이뤄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가 성장전략 TF 첫 회의를 주재하며 꺼낸 첫마디도 "기업이 대한민국 진짜 성장의 중심"이었다.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를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의 기조를 그대로 담은 발언이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끝내고 귀국한 구 부총리가 처음 주재한 회의가 성장전략 TF다.
성장전략 TF가 내세운 방향성은 명확하다. 규제를 풀고 기업 성장을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중견·대기업 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재검토하고 기업 규모에 따른 차등 규제도 조정한다.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피터팬 증후군'은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갈수록 규제가 늘어나 성장을 회피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규제 완화는 이 대통령이 줄곧 강조해왔던 사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경제6단체장과 만나 "불필요한 규제들은 과감하게 정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배임죄 등 경제 형벌규정을 개선하는 작업도 성장전략TF와 맞물려 이뤄질 전망이다.
기재부는 성장전략TF를 기업부담 완화와 규제 개선을 위한 건의 등 현장 의견을 공론화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무역투자진흥회의가 규제 개선 의제를 모아냈던 방식과 유사하다.
구 부총리는 "정부는 초혁신경제 전환을 위한 아이템을 찾아 적극 지원하는 방안을 8월 중 발표할 예정"이라며 "기업과 경제단체가 앞장서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담김 상법 개정안 처리에 이어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회 분리 선출 등을 담은 '더 센 상법'을 추진 중이다. 국내외 기업들이 모두 반발하는 '노란봉투법'도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노란봉투법에는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 등이 들어갔다. 정부가 대한민국 성장의 진짜 중심이 기업이라면서도 재계가 반발하는 법안들은 정부와 여당 주도로 국회 통과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기업 현장에선 친기업과 반기업의 오락가락 행보에 정신을 차릴 수 없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날 성장전략TF에 참석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기업 활동의 자유와 창의가 보장돼야 한다"며 "기업이 성장할수록 차별적 규제를 받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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