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진 임기 최대 6년 못박아… 정권 바뀌어도 ‘親민주 방송’ 못막아

이해인 기자 2025. 8. 6.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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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만에 바뀌는 KBS 지배구조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자 참석 의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남강호 기자

5일 국회 본회의에서 KBS의 이사회 설치·운영 규정을 바꾸는 방송법 개정안이 의결됨에 따라 38년 만에 KBS 지배 구조가 크게 바뀔 전망이다.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국무회의 심의·의결과 대통령 서명을 거쳐 이르면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쯤 공포될 것으로 보인다. KBS는 법 시행 3개월 안에 이사회를 새로 구성해야 한다. 이르면 11월 말에 현 이사진이 물갈이된다는 뜻이다. 야권에선 “공영방송이 특정 세력과 진영 논리에 의해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통과된 방송법 개정안의 핵심은 KBS 이사 수를 늘리고, 이사 추천권자를 다양화하는 것이다. 기존 방송법은 KBS 이사회를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 11명으로 구성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한 이사를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했다. 다만 그간 관행적으로 여당 성향 이사 7명, 야당 성향 이사 4명의 비율이 지켜져 왔다. 방통위 상임위원 5명 중 위원장과 위원 1명은 대통령이, 1명은 여당이, 2명은 야당이 추천하면서 형성된 관행이었다. 여야가 간접적으로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해 왔다고 볼 수도 있다.

반면 이번 개정안은 이사 수를 15명으로 늘리고 추천권은 국회(6명), 시청자위원회(2명), 임직원(3명), 방송·미디어 학회(2명), 변호사 단체(2명)가 나눠서 행사하도록 규정했다. 여권에서는 이처럼 외부 추천을 확대해야 방송이 정권의 영향에서 벗어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친민주당 성향이 뚜렷한 학계와 노조의 공영방송 장악력이 커질 수 있고, 심지어 이 같은 체제가 ‘영구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외부 추천인을 어떻게 선정·구성하느냐에 따라 KBS 이사 15명 중 최소 9명에서 최대 10명까지 친민주당 성향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선 국회가 추천하는 이사 6명 중 4명은 민주당, 2명은 국민의힘 몫이 될 전망이다. KBS 임직원이 추천하는 이사는 3명인데, KBS 직원 상당수는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소속으로 알려져 있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개정안에 따르면 노조가 이사 구성에 크게 관여하게 돼 KBS 경영이 사실상 노동조합의 방침에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정 노조와 정치 세력이 방송을 지배하는 ‘새로운 장악 체제’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민주노총은 이날 “언론 자유와 독립, 공정 방송 보장하는 방송 3법을 통과시키라”고 촉구했다.

이사 2명을 추천하는 변호사 단체에도 민변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시청자위원회(2인), 방송·미디어 학회(2인)도 친민주당 성향이란 게 야권의 주장이다. 특히 이 법이 통과되면 새로 선출되는 이사진 임기는 최대 6년으로, 정권이 바뀌더라도 친민주당 이사진 구성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과방위 관계자는 “여권은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권 영향을 줄인다는 것을 방송법 개정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정반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새 이사회가 구성되는 올 연말쯤 KBS 사장 교체 압박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개정안은 100명 이상으로 구성되는 ‘사장 후보 국민 추천위원회’가 사장 후보를 추천한 뒤, 이사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해 사장을 정하도록 했다. ‘성별·연령·지역 다양성’을 반영해 추천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것 외에 누가 포함될지 불분명해, KBS 임직원 단체와 노조에 좌우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사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사실상 ‘사장 임명 하이패스’까지 갖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개정안에는 KBS를 포함한 지상파 방송뿐만 아니라 종합편성 채널, 보도전문 채널 사업자도 10명의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를 꾸려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노조가 방송 편성에 개입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일방 처리된 법안은 다음 정권에서 다시 뒤집힐 게 뻔하고 공영방송은 점점 더 정파 간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보수·진보를 떠나 정치권 전체가 ‘공영방송의 국민 환원’이라는 원칙에 합의하지 않는 한, 이번 개정안은 한시적 도구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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