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대 출신 ‘춤추는 지휘자’
대학때 합창단 활동한 뒤 음대 편입
이달 29일 세종문화회관 무대 올라

서울 페스타 필하모닉 지휘자인 백윤학(50) 영남대 음대 교수의 별명은 ‘춤추는 지휘자’다. 무대에서 스텝을 밟는 건 기본이고, 온몸을 흔드는 듯한 열정적 동작 때문에 생긴 별명이다. 유튜브에서 그의 영상 조회 수도 많게는 330만회에 이른다. 지난 4월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면서 그를 알아보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백 교수는 “일부러 주목을 끌려고 하는 건 아니다. 다만 단원들에게 더욱 뚜렷하게 전달하고 설명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심지어 나이 든 뒤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던 카라얀도 젊은 시절에는 동작이 큰 편이었다”며 웃었다.
알고 보면 그는 서울과학고와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한 ‘공학도’ 출신이다. 고교 시절에는 전국 수학과학경시대회에서도 입상했다. 그는 “수학 과학상은 받아보았지만, 정작 음악상은 받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대학 시절 학내 동아리인 혼성 합창단에 들어가면서 ‘인생 경로’가 달라졌다. 낮은 저음의 베이스 단원으로 활동했다. 대학 3학년 때는 혼성 합창단 연주회에서 난생처음 지휘봉도 잡았다. 당시 연주곡은 프랑스 작곡가 포레(1845~1924)의 레퀴엠. 그는 “아마추어 무대였지만 함께 음악을 만들어 나간다는 느낌에 무척 행복했다”고 기억했다. 당시 공연은 지금도 녹음으로 보관하고 있다. “서툴고 거친 구석도 많지만 열정만큼은 전해져 온다”고 했다.
결국 공대 졸업 이후 다시 음대 3학년으로 편입했다. 일곱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대학 시절에도 화성학과 관현악법 같은 음대 수업을 틈틈이 찾아가 들었다. 하지만 공대생의 음대생 변신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족들의 반대가 컸다. 그는 “한번 결심하면 그대로 밀고 나가는 편이지만, ‘부모님 생각은 안 하느냐’는 여동생의 말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고 했다. 음대 졸업 이후 미국 커티스 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났고, 그 뒤 템플대에서 오페라 코치 과정을 공부했다.
유학 시절에도 지휘 콩쿠르나 미 오케스트라 부지휘자 오디션에 응모했지만 수없이 떨어졌다. 그는 “당시 받았던 불합격 통지서 30~40여 장은 지금도 보관 중”이라고 했다. 거절과 탈락이 거꾸로 그의 성장 동력이 된 셈이다.
공대 시절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은 대부분 IT 기업과 대기업, 대학과 연구소에서 자리를 잡았다. 혹시 부럽진 않을까. 그는 “거꾸로 친구들이 제 모습이 신기한지 지금도 많이 도와준다”고 했다. 그는 2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서울시합창단의 ‘여름 가족 음악회’에서 지휘봉을 잡는다. 연주회 첫 곡인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는 그가 대학 시절 베이스의 낮은 저음으로 불렀던 곡이다. 30년 전 초심으로 돌아가는 무대인 셈이다. 백 교수는 “합창 지휘는 무엇보다 단원들과 지휘자가 서로 눈을 맞추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인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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