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일 도립미술관 없는 강원…20년째 여전히 ‘계획 없음’

최우은 2025. 8. 6.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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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충남·경북은 건립 속도 내
강원 지역문화지수 ‘하위’ 등급
작품 보존·연구 제도적 기반 시급
“후세 물려줄 준비 마지막 시점”

[강원 미술계 새 전환점] 2. 지역 미술사 전시 공간의 공백

한국 근대조각을 대표하는 권진규(1922~1972) 조각가(춘천), 서민화가 박수근(1914~1965) 화백(양구), 한국 미인도의 전형을 만든 장운상(1929~1982) 화백(춘천) 등 한국 미술사의 흐름을 만들어 낸 인물부터 변희천(1909~1991·춘천), 이철이(1909~1969·횡성), 홍석창(1941~2025·영월) 등 강원 미술계에 굵직한 자취를 남긴 인물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이들의 예술적 유산을 온전히 보존하고 계승할 기반은 아직 없다. 강원에서 작품 수집, 연구, 보존을 통해 지역 미술사를 체계적으로 전시할 공공 미술관, 즉 도립미술관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도립미술관 건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곳을 제외하면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도립미술관이 없는 곳은 강원이 유일(세종 제외)하다.

▲ 제주도립미술관 전경,

■ 지역예술 전문성·정체성 부재

강원은 일찍부터 도립미술관의 필요성을 인지했다. 2004년 수립된 ‘강원문화인프라 기본계획’에 도립미술관 건립이 포함됐고, 2006년에는 관련 추진위원회까지 구성됐다.

당시 춘천·원주·강릉·양구 등이 유치 경쟁을 벌이며 관심을 모았지만, 끝내 건립지조차 정하지 못한 채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당시 추진위 부위원장이었던 유병훈 강원대 미술학과 명예교수는 “문화예술계는 열망이 컸지만, 정치적 의지와 행정적 뒷받침이 따라오지 못했다”며 “치열한 토론과 전문성의 부재에서 비롯됐다. 모두가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2023년 특별자치도 전환을 계기로 도립미술관 재논의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태다.

반면 제주도는 2006년 특별자치도로 전환된 직후 도립미술관 건립을 본격 추진해 2009년 개관에 성공했다. 강원과 비슷하게 표류하던 충청북도 역시 최근 들어 도립미술관 및 문학관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 2027년 개관을 목표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경상북도 또한 2029년 개관을 목표로 미술관 건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 ‘공립미술관 설립 타당성 사전 평가’를 통과했으며 중앙투자심사, 국제지명설계공모, 실시설계 등을 계획하고 있다. 충청남도도 2028년 도립미술관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도립미술관 건립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은 현재 없다”며 “다만 여건을 면밀히 살피며 장기적으로 검토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 충남도립미술관 조감도

■ 지역 문화 정체성의 빈칸, 언제쯤 채워질까

지역 미술사가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있는 사이, 도내 문화예술인들의 정체성과 자존감은 흔들리고 있다.

도내 한 문화예술인 A씨는 “도립미술관 하나 없는 불모지대에서 우리가 미술인이라고 명함을 내민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상황은 객관적 지표로도 드러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2023년 기준 지역문화실태조사’에 따르면, 강원의 지역문화지수는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경북, 대전, 전남, 충북과 함께 ‘하위’ 등급에 해당됐다.

또 2017년 강원연구원의 ‘강원도립미술관 건립 타당성조사 및 기본구상’ 보고서에서도 “강원도는 오랜 미술활동의 역사와 많은 예술인 인구에도 불구하고 문화기반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도립미술관이 단순한 전시공간이 아니라 창작과 발표의 장, 주민과 미술문화의 접점을 제공하는 소통의 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강원이 도립미술관을 논의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이유로 ‘시간’을 꼽는다. 고인이 된 권진규, 박수근, 장운상 작가를 비롯해 지역 원로작가들 역시 고령이거나 이미 세상을 떠났다. 예술적 성과가 사라지기 전에, 작품을 수집·보존하고 연구할 제도적 기반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 경북도립미술관 조감도

이재언 미술평론가는 “도립미술관이 필요하다는 건 단순히 ‘다른 지역에 있으니 우리도 있어야 한다’는 식의 비교 논리가 아니다”라며 “강원은 18개 시군이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어, 시립미술관만으로는 도 전체의 예술을 아우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고인이 된 작가도 많고, 살아 계신 원로작가들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며 “도 차원에서 작품을 수집하고 보존하며, 이를 후세에 물려줄 준비를 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이 지금”이라고 덧붙였다. 최우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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