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선생님’이 문답하며 학습 돕는데… 입시 교육에 갇힌 교실[맹성현의 AI시대 생존 가이드]
GPT, 질문하는 ‘학습 모드’ 도입… 정답 제시하는 기존 도구와 차별화
AI 통한 교육혁신 담론만 활발한 韓… 해외선 사고-언어능력 확장에 활용
시행착오가 학습 핵심, AI는 보조로… 지역도서관을 실험장으로 활용하자


한국에서는 챗GPT 출시를 전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교육혁명’에 관한 책이 다수 출간됐다. 하지만 대부분 교사가 AI를 활용해 수업 효율을 높이는 방법, 학생이 AI를 어느 정도까지 사용하게 할 것인지 등 표면적 논의에 머문 경우가 많았다. 최근 논란 속에 ‘교육자료’로 법적 지위가 격화된 ‘AI 디지털교과서’도 AI 혁명의 발원인 생성형 AI를 활용하진 않았다.

물론 위험성도 존재한다. 단순히 ‘정답 찾기’에만 AI를 활용할 경우 비판적 사고력이나 자기주도성 저하의 위험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의 연구에서는 챗GPT를 활용한 그룹이 구글 등 일반 검색서비스를 활용한 그룹이나 스스로 답을 찾는 그룹에 비해 뇌 활성도 및 인지·행동 측정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이해와 사고를 대신해 주면 학습 과정의 성취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다.
AI가 아직 교사의 역할을 대체하지 못하며, 보조적 역할로 활용될 때 최적의 효과를 낸다는 점은 거의 모든 비교연구의 일관된 결론이다. “학생들이 궁금해하고 헤매면서 실수하는 과정 없이 바로 답을 얻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이런 시행착오 과정에서 진짜 공부가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해외 교육자들의 통찰은 향후 AI 기반 교육도구가 어떤 식으로 발전해 가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
AI 시대에 미래 세대의 생존 역량으로 창의성, 비판적 사고, 협업 능력 등이 중요하다는 전망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역량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안은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정책 입안자, 교사, 학부모 대부분도 AI 시대에 교육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여기지만, 현실에서는 입시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AI 교육 혁신’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수능에 기반한 체계를 고수하고 있다. 교사들은 ‘창의 인재 양성’을 외치지만 여전히 문제풀이 중심 교육에 집중한다. 학부모들도 자녀의 ‘미래 역량’을 걱정하면서 입시 위주의 사교육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상용 AI에 의해 교육 풍토가 급격히 변화할 가능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챗GPT의 ‘학습 모드’와 같은 교육도구들이 밀려온다면 기존 교육시스템의 한계가 더 뚜렷해져 붕괴가 현실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서관에서 ‘AI와 함께하는 비판적 독서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어떨까. 참가자들이 함께 책을 읽고 AI에게 다양한 질문을 하면서 AI의 답변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인간만의 통찰을 찾는 과정이다. AI 리터러시 교육에서도 단순히 챗GPT 사용법을 가르칠 게 아니라 AI와 함께 사고하고, AI의 한계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탐구하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여러 해외 대학과 도서관 등에서 이 같은 실험적 수업과 커뮤니티 활동을 시도하고 있다. AI와 상호작용하며 스스로 사고를 훈련하는 것이 진정한 혁신이라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넓게 형성되고 있다.
도서관 중심의 풀뿌리 교육혁신이 가능한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접근성이 탁월하다. 전국적으로 도서관이 널리 분포해 있고,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프로그램의 내용과 방식도 지역 특성이나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다. 물론 한계도 있다. 도서관 사서 역량 강화와 지역사회의 관심, 기존 교육시스템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작은 시도로부터 출발할 수 있다. 하나의 도서관, 한 명의 사서, 소수의 참가자와 함께 AI 시대의 진정한 교육 실험을 해볼 수 있다. 이런 작은 실험이 모여 진짜 교육혁명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진부한 교육혁명 담론에 휩쓸리기보다, 지금 당장 우리 지역 도서관에서 작은 변화를 시작할 때다. 진짜 혁명은 현장에서부터 시작된다.
맹성현 태재대 부총장·KAIST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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