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법은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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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현장의 노동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회자하는 말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노동자의 죽음을 막기 위한, 그야말로 '죽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마지막 안전망이다.
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현장의 산업재해는 줄지 않았고, 오히려 사망 사고는 반복됐다.
법이 노동자를 지키지 못한다면, 법은 존중받을 수 없고, 현장의 신뢰는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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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개정 중요하지만 당장 실행력 높여야

"사람이 죽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현장의 노동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회자하는 말이다. 법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에 잠시 희망을 품었던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법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목숨을 지킬 수는 없다는 것을, 우리는 다시 쓰라리게 배웠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노동자의 죽음을 막기 위한, 그야말로 '죽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마지막 안전망이다.
이 법은 노동자의 사망이나 중대한 부상을 일으킨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 과거의 산업안전보건법보다 훨씬 강력한 제재 수단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는 기대와 거리가 멀다. 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현장의 산업재해는 줄지 않았고, 오히려 사망 사고는 반복됐다. 실제로 지난해만 해도 6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산재로 목숨을 잃었고, 올해 상반기까지도 그 숫자는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경남 지역만 해도 올해 7월까지 산재 사망자가 27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실제로 법에 따라 실형을 받은 기업 경영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의 사건은 '관리자 책임'으로 축소되고, 원청은 책임을 회피한다. 실제 경남에서 선고된 사건 6건 중 사업주 등 대상으로 실형이 선고된 것은 총 3건에 그치고 있다. 그마저도 징역형 1건, 집행유예 2건에 불과하다. 이쯤 되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아니라, '중간 관리자 처벌법'이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경영계는 법이 과도하고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경영 책임자에게 안전관리의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며, 법의 모호한 기준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의 우려가 전혀 근거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노동자의 생명보다 중요한 경영 위험성이란 존재할 수 없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법이 사후 처벌에만 치우쳐 있고, 사고를 막는 예방 구조가 약하다는 데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기업은 벌금을 내고, 보험 처리로 대응하며, 구조적으로는 변하지 않는다. 법에 따른 제재보다는 '안전 투자가 이익보다 더 절실하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도록 만드는 유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징벌적 손해배상제, 반복 사고 기업의 입찰 제한, 안전 정보 공개 등 실질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는 올해를 '산재 사망 제로 원년'으로 선포하고 강도 높은 산업안전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면허 정지, 금융 제재, 원청 책임 강화 등 어느 때보다 강한 드라이브가 걸리고 있다.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반갑다.
하지만 그 의지에 걸맞은 제도적 기반과 집행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 법이 노동자를 지키지 못한다면, 법은 존중받을 수 없고, 현장의 신뢰는 무너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법의 강화가 아니라, 실질적인 실행력이다. 법 위에 서 있는 자가 법 아래로 내려와야 법은 비로소 정의로 작동한다.
노동자들은 매일 아침 "오늘도 무사히"를 기도하며 작업장에 들어선다. 이 기도가 언젠가는 필요 없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법이 이름값을 하고, 책임이 책임답게 이뤄지는 그날까지, 우리는 물을 것이다. "사람이 죽었는데, 대체 누가 책임졌느냐"라고.
/정성인 편집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