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증 어려운 직장 내 괴롭힘, 사측 ‘셀프 조사’ 때문

진휘준 2025. 8. 5.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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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사측이 스스로 입증하는 구조 탓에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정받지 못하는 '괴롭힘'= 의령군에서 기계 수리 업무를 하는 50대 A씨는 최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측에 조사를 요청했다.

참다 못한 A씨는 사측에 직장 내 괴롭힘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렇듯 사측이 스스로 직장 내 괴롭힘 실태를 확인하게 돼 있어 직장 내 괴롭힘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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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동료 간 갈등 사측이 해결
따돌림 신고하자 ‘주의’ 조치 그쳐
조사 맡길 노무법인도 회사가 선정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사측이 스스로 입증하는 구조 탓에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정받지 못하는 ‘괴롭힘’= 의령군에서 기계 수리 업무를 하는 50대 A씨는 최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측에 조사를 요청했다. 직장 상사 B씨의 주도로 같은 팀원들이 수개월째 A씨를 따돌려 온 탓이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만한 걸 넌 왜 이해를 못하냐.”, “너같이 멍청하고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놈은 저기 가서 청소나 해라.” B씨는 수시로 A씨에게 모멸적인 폭언을 쏟아냈다. B씨의 괴롭힘 수위가 거세지던 어느 날, 팀원들마저 A씨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말조차 걸지 않았다. B씨는 팀원 중 A씨에게만 화장실을 갈 때 보고를 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최근 근무 중 허리를 다쳤을 때도 바로 옆에서 목격한 팀원들은 그를 못 본 척 지나갔다. 결국 A씨는 산재를 입증받기 위해 같은 현장에 있던 팀원이 아닌 거래처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참다 못한 A씨는 사측에 직장 내 괴롭힘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그러나 조사 주체인 사측은 B씨와 팀원들에게 구두로 주의를 주는 데 그쳤다. “그 정도는 괴롭힘이 아닌 것 같다”는 게 사측의 입장이었다.

직장 생활에 몸과 정신이 모두 피폐해졌다는 A씨는 정신과를 다니며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 또 자신을 따돌리는 팀원들과 같은 공간에 있기가 힘들어 반년 넘게 직장 내 식당도 이용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자료사진./픽사베이/

◇‘셀프 조사’는 해결하지 못한다= 현행 법령(근로기준법 제76조 3항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들어오면 사측은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그 사실 확인을 위하여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필요한 경우 조치를 해야 한다’ 고 명시한다. 이렇듯 사측이 스스로 직장 내 괴롭힘 실태를 확인하게 돼 있어 직장 내 괴롭힘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노동부에 진정을 넣는 경우에도 입증은 쉽지 않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처음 해당 표현이 법제화된 2020년 5823건에서 지난해 1만2253건으로 4년 새 두 배 이상(110.4%)으로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아 법 위반 판정을 받은 건수는 전체의 12.4%(1458건)에 불과했다.

김기홍 노무사는 “사용자가 이용자에게 괴롭힘을 가하는 경우는 노동청에서 주도적으로 상황을 조사하게 돼 있지만, 동료 간의 괴롭힘은 회사가 일차적으로 조사하게 돼 있다”며 “현행법은 취지 자체가 사측 내에서 문제가 해결되도록 유도하는 게 원칙으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측이 노무법인에 조사를 맡기는 경우에도, 선임자가 회사이기에 당사자 측에서 이를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병훈 민주노총 경남지부 노동안전국장은 “법 위반 여부 판단을 사측에 맡기고 있어 중소사업장의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괴롭힘을 당하고도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직장 내 괴롭힘 당사자의 경우 대부분은 우울증 등의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데,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하면 산재 인정도 받지 못해 스스로 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휘준 기자 geni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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