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폭염 피해 커지는데…지원 예산 ‘제자리’

반기웅 기자 2025. 8. 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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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3년째 95억원 편성 그쳐
예산 부족에 신청액 절반만 지원
취약계층 ‘기후위기 불평등’ 심화
다시 ‘복구’의 시간…6일은 수도권·강원에 ‘큰비’ 극한호우가 쏟아진 전남 함평군 함평천지전통시장에서 5일 상인들이 30도가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 침수 피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기상청은 6일부터 수도권과 강원 지역을 중심으로 최대 12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함평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한창 더울 때 옥상 바로 아랫방은 40도까지 올라갔어. 전기요금이 비싸서 에어컨은 마음 놓고 켤 수도 없고, 정말 힘들어. 그래도 옥상 바닥에 페인트칠을 했더니 전보다는 나아.”

서울 전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4일 성동구 송정동의 한 단독주택. 옥상에 오르자 달궈진 바닥에서 열기가 올라왔다. 30년째 이 집에서 살고 있는 이영란씨(71)는 지난 6월 옥상 바닥에 차열 페인트를 칠했다. 장애가 있는 이씨 부부는 ‘기후위기 취약계층’으로 선정돼 성동구에서 무상으로 도장 작업을 지원받았다.

차열 페인트 도장(쿨루프)은 집 옥상과 지붕에 열차단 기능성 페인트를 칠해 태양광을 반사하고 열의 유입을 차단하는 작업이다. 차열 페인트 작업만으로 실외 온도는 10도 이상, 실내 온도는 3도가량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이 사업은 정부의 기후위기 취약계층·지역 지원사업 중 하나다. 사업비는 정부(국비)와 지방자치단체(지방비)가 절반씩 분담한다. 지자체가 신청하면 환경부가 심사를 거쳐 지원 여부를 정한다. 차열 페인트 도장과 야외근로자 쉼터, 그늘막·쿨링포그 등 폭염대응 시설 조성사업이 포함된다.

인근 단독주택에 사는 유후자씨(85)도 차열 페인트로 숨통이 트였다. 옥탑방까지 모두 6가구가 사는 집인데 생각보다 열 저감 효과가 커 세입자도 만족도가 높다. 유씨는 “더워서 힘든데 나라 도움을 받으니 그래도 살 만하다”며 “전보다 훨씬 시원한 거 같아 형편이 비슷한 이웃들에게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씨 이웃들이 올해 추가로 혜택을 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사업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올해 성동구에서는 88가구가 서울시에 차열 페인트 도장 지원사업을 신청했지만 20가구만 선정됐다.

여름철 극심한 폭염이 일상화하면서 관련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기후위기 취약계층·지역 지원사업 예산은 3년째 제자리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요 계속 늘어…환경부 “예산 확대 협의 중”

5일 환경부에 따르면 2022년 47억5000만원 수준이었던 기후위기 취약계층·지역 지원사업 예산은 2023년 95억원으로 증액된 뒤 3년째 제자리다. 신청 금액이 예산 규모를 웃돌면서 올해 각 지자체가 신청한 금액의 절반 수준인 52%만 실제 지원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원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올해 기후변화 취약계층·지역 지원사업 신청 내역을 보면 전국 15개 시도에서 폭염대응 쉼터 조성(60건·79억4500만원), 취약가구·시설 차열 페인트 도장(59건·47억5600만원) 등 총 157건, 179억4800만원이었다. 그러나 환경부가 실제 지원한 금액은 올해 예산 한도인 95억원(89건)으로 신청액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폭염 피해가 매년 커지고 기후위기가 취약계층에게 집중되는 ‘기후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통령·환경부 장관·광역자치단체장에게 기후위기로 인해 더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는 기후위기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후위기 취약계층 지원사업은 사업 집행률 90%에 이르는 주요 사업”이라며 “사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고, 내년 예산 책정을 위해 재정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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