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 지나가니 이번엔 '대벌레'
'해충' 분류돼…11월까지 생존
주민 “징그러워서 등산 못 할듯”
이상 기후 탓 개체 급증 가능성
전문가 “빅데이터 사례 구축을”

5일 오전 10시 인천 서구 원적산 등산로.
등산객들이 지나다니는 길목 곳곳에는 주변의 모습으로 위장한 대벌레가 있었으며, 나무에 설치된 끈끈이 롤트랩에도 붙어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초록색과 흑갈색 등 주변과 비슷한 보호색을 한 대벌레는 나뭇가지처럼 긴 몸통과 이제 막 자라나기 시작한 풀처럼 자연에 동화돼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이은우(28)씨는 "대벌레를 처음 보고 깜짝 놀랐다"라며 "싫은 건 아니지만 몸에 달라붙을 것 같아 너무 무섭다"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미추홀구 문학산에서도 대벌레는 쉽게 목격됐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세워진 나무 펜스 곳곳에선 대벌레들이 자리를 잡고 주변을 경계했다.

최근 인천 곳곳에서 대량의 대벌레가 출몰한다는 소식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대벌레는 산림·과수 해충으로, 주로 3월말에 부화하기 시작해 6월말이면 성충이 돼 11월 중순까지 생존한다.
피해 입은 나무는 고사하거나 죽진 않지만, 미관상 보기 흉해지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에선 사전에 에토펜프록스 등을 희석해 방제한다.
인천은 이미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한 차례 휩쓸고 간 바 있다.
지난 6월23일부터 30일까지 8일간 러브버그 관련 민원이 총 1392건 접수될 만큼 러브버그가 인천 계양산 일대에 대거 출몰하자 환경부 등에서 현장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이날까지 대벌레 관련해서 민원은 따로 들어온 게 없다"라며 "대벌레가 많이 출몰한다는 영상이 얼마 전 게시돼 담당자가 현장을 확인했으나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7월 중순과 비교했을 때는 개체수가 현저히 많이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해 특정 개체가 급증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재근 동아보건대 곤충산업전공 교수는 "대벌레의 성장 조건이 현재 우리나라의 온습도와 맞고 부화 시기가 겹치며 급증했을 가능성과, 몇 해 전 대거 발생했을 당시 낳은 알들이 부화한 것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갑작스러운 폭우와 가뭄 등 우리나라의 기후 현상이 과거와 크게 달라진 양상을 띄고 있어, 특정 곤충에게 유리한 조건이 만들어지면 해당 개체들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대벌레 등 곤충들이 급증하면 시민들이 '뉴슨스(Nuisance·주관적 혐오감)' 현상을 경험할 수 있기에, 빅데이터로 사례를 구축해 개체수 증감률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 준비가 필요하다"라고 짚었다.
/홍준기 기자 ho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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