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만에 공영방송이 달라진다
5일 '공영방송 정치독립' 방송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의결
공영방송 이사 추천 다양화·보도 독립성 강화 장치 마련
언론노조위원장 "공영방송 역사의 새로운 길을 여는 법안"
[미디어오늘 박서연, 금준경 기자]

1987년 방송법 제정 38년 만에 공영방송 지배구조가 달라진다.
공영방송 정치 독립을 위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중 방송법 개정안이 지난 5일 오후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된 방송법은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될 전망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방송3법 가운데 첫 번째 법안인 방송법 개정안을 찬성 178표, 반대 2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 방송 만들기 프로젝트”, “민주노총 방송 만들기 프로젝트”라고 주장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지난 4일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방송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해 맞받았다.


앞서 유사한 방송3법 개정안이 2023년 11월9일과 2024년 7월30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2번 모두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은 폐기됐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민주당 등 야당이 사장 선임 시 특별다수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했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 민주당이 시민참여 등을 통한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면서 논의가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여당 시절 특별다수제 법안에 반대하다가 야당이 되자 찬성하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고, 이번 국면에선 구체적 대안 없이 반대만 이어갔다.
5일 통과한 방송법은 공영방송 이사 추천 단체를 다양화해 정치적 후견주의를 줄인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새 방송법에 따르면 KBS 이사 수가 기존 11명에서 15명으로 4명 늘어난다. 국회 교섭단체가 사실상 100% 추천권을 갖던 과거와 달리 의석 비율을 반영해 6명만 추천한다. 남은 9명은 KBS 시청자위원회가 2명, KBS의 보도·제작·기술 직종 대표성을 고려한 집단이 3명,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3곳이 합의한 2명, 2개 변호사 단체가 각각 1명씩 2명을 추천한다. 학회와 변호사 단체 기준은 방송통신위원회 규칙으로 정한다.
사장 선임 방식도 달라진다. KBS 사장 선임 때는 100명 이상으로 구성된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가 3명 이하의 사장 후보자를 추천하면 이사회가 재적 이사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뽑는 특별다수제 방식을 적용한다. YTN, 연합뉴스TV 사장은 노사 합의로 구성한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한 후보 중에서 이사회가 임명하는 방식이다.
방송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문제적 방송을 견제하는 여러 장치도 마련됐다.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은 10명의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제청으로 방송편성책임자를 선임하고 편성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편성 규약을 제·개정해야 한다.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때 편성 규약 준수 여부와 편성위 운영 및 의결 사항 준수 여부를 심사 항목으로 추가한다. 편성위를 구성하지 않거나 편성규약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제재 조항도 마련했다. 공영방송 3사와 보도전문채널 보도 책임자는 보도 분야 직원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임명할 수 있다. 케이블TV·IPTV·위성방송도 시청자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7월 임시국회가 5일 종료되면서 방송3법 가운데 방송문화진흥회법과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은 오는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8월 임시국회에서도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는 등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호찬 언론노조위원장은 “공영방송 역사의 새로운 길을 여는 법안이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민주화를 위한 강력한 토대가 될 것이다. 더 이상 정권의 낙하산 사장은 불가능해졌다”며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정치권에 종속되지 않는 보도를 하고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니, 제대로 보도하고,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언론노조 구성원들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2017년 이용마 전 MBC 기자가 '공영방송 사장을 왜 국민이 못 뽑냐'라고 외친 이후에 법안이 발의됐지만 제정되지 못했고, 두 번이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며 “이번 입법은 공영방송의 주인이 시민이라는 정신과 취지를 입법화하는 첫 사례다.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안이 가진 한계도 있다. 정치권 추천 몫을 줄였으나 여전히 40% 가량을 정치권이 추천하고, 그간 비공식적 관행에 따른 정치권 추천 몫을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비판이 있다. 특히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적용 대상에 민영 지상파방송과 지역MBC가 빠지면서 언론계의 반발도 잇따랐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5일 논평을 내고 “협치의 관점에서, 이번 입법이 숙의 과정 없이 속도전으로 진행된 점은 아쉽다”며 “법안을 주도한 여당 의원들도 법의 미비점이 존재한다고 인정하는 만큼, 후속 논의는 개방적인 공론장에서 투명한 절차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향후 제기될 수 있는 법적 분쟁에 대해서도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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