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인천을 왜 '짠물'이라고 할까?

김명균 논설위원 2025. 8. 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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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균 주필

전국 어디를 가나 고향을 '인천'이라고 하면 십중팔구는 "인천 짠물?"이라고 반문한다. '인천 짠물'처럼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 등 대부분 지역도 나름의 별칭이 있다. 경상도 '보리문ⅹ이', 전라도 '깽ⅹ이', 강원도 '감자ⅹⅹ' 등이다. 특정 지역을 깎아내리거나 얕보는 비속어로 느껴지는 게 현실이다.

'인천 짠물'은 염전으로 유명했던 지리적 특성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인천 바닷물의 염분 농도는 동해나 남해보다 낮다. 우리나라의 모든 강물이 대부분 서해로 유입돼 염분 농도를 낮추기 때문이다. 염전 시초는 1908년 인천 주안 염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주안 염전은 국내 소금 생산량의 70~80%를 차지할 정도로 유명했다. 이후 인천 남동, 군자, 소래 지역으로 생산지역이 확장됐다.

짠물이란 표현은 소금의 주산지였던 이유로 유래했다는 주장이 많지만, '돈을 잘 쓰지 않는다' 또는 '검소하다'라는 뜻으로 의미 부여가 되기도 한다. 전쟁통에 혈혈단신으로 고향 이북을 떠나 월남한 실향민들이 알뜰살뜰 절약하며 살다 보니 생겨났다는 것이다.

인천 향토사 학자들은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주몽의 아들이자 '미추홀' (현재의 인천) 최초 이주민인 '비류'를 짠물 태동의 주인공으로 해석한다. 삼국사기에는 미추홀 국가를 세운 통치자(비류)가 백성을 배부르게 하려 했으나 "물이 짜서 농사를 못 지었다"라는 얘기도 나온다.

짠물이야말로 세상을 살맛 나게 하는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사리 분별 능력이 없는 사람을 '맹물'이라고 한다. 맹물은 그대로 놔두면 썩어서 독이 되지만, '짠물'은 놔두면 소금의 결정이 된다.

소금은 맛의 근원, 생활의 근원으로 짠물은 인천의 모든 것을 포용한다고 역설적 주장을 하는 이도 있다. "너희가 세상의 소금이 되라"는 성경 속 '소금'은 방부제를 뜻한다. 짠물은 세상을 건강하게 살아가게 하는 긍정적인 말인 셈이다.

'인천 짠물'이란 말은 레저 스포츠인 당구에서도 등장한다. 흔히 인천 당구를 '짠 당구'라고 말한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인천의 당구 규정에는 4구 대회에서 '3 쿠션(공이 부딪치는 당구대 안쪽의 가장자리 면)'에서 파울을 하면 다시 4구를 쳐야 하는 벌칙이 있다. 이 때문에 당구인들 사이에서는 인천 당구를 '짠 당구'로 부른다.

한 향토사 학자는 "인천은 다양성·포용성·역동성을 지닌 짠물"이라며 "어느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포용하는 '해불양수(海不讓水)'라고 할 수 있다"라고 했다.

/김명균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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