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반구천의 암각화' 우후죽순 전봇대 뽑아야

신섬미 기자 2025. 8. 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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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m 간격 수백개 들어서
거미줄처럼 엉킨 전선 미관 저해
화재 위험까지 높여 지중화 시급

시, 2010년 문화재청과 협의
예산 부담으로 표류 '없던일로'

순천만 사례 참고 한전 협의 나서야
5일 찾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반구천의 암각화' 일대 곳곳에 세워진 전봇대와 복잡한 전선이 미관을 해쳐 지중화 사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지원 기자
5일 찾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반구천의 암각화' 일대 곳곳에 세워진 전봇대와 복잡한 전선이 미관을 해쳐 지중화 사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지원 기자

세계유산이 된 '반구천의 암각화' 진입로에 수백개의 전봇대와 거미줄처럼 엉킨 전선이 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어 지중화 사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산 등재 후 관광객 발길이 늘고 있고, 이젠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세계적인 보물이 된 만큼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지자체와 전력 유관기관의 적극적인 협력이 요구된다.

5일 오후 취재진이 찾은 반구천의 암각화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는 관광객 방문으로 북적여 세계유산 등재 이후 높아진 관심을 실감케 했다.

하지만 진입 지점인 언양-경주간 35번 국도 삼거리부터 반구대 암각화까지 약 3.3㎞ 구간에 120여개의 전신주가 20~30m 간격으로 우뚝 솟아 있어 미관을 해치고 있었다.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구간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신주 사이로 연결된 전깃줄들은 인도 위를 무분별하게 가로질러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는 대조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더했다.

무엇보다 풍성하게 자라난 나뭇가지와 뒤엉켜 있어 자칫 불꽃이라도 튈 경우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성을 안고 있었다.

부산에서 지인들과 시간을 내 방문했다는 60대 A 씨는 "와 보니 탐방로 정비가 필요한 거 같았는데 그보다 전봇대와 지저분한 전선에 눈에 띈다"라며 "전세계에서 보호가 필요하다고 한 유산인데 빠른 시일 내에 정리를 해야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만난 울산에 거주 중인 박미경(58) 씨 역시 "반구대 암각화를 자주 찾는 편인데 전봇대나 전선이 눈에 확 들어와 흉물스럽다"라며 "세계문화유산인데 반드시 지중화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반구대 암각화 일대 전신주 지중화 사업은 15년 전부터 논의가 됐었다.

시는 지난 2010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반구대 암각화 등재 신청을 하면서 본격적인 본등록이 추진될 경우 전신주 지중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해 문화재청과 관련 문제를 협의했지만, 결국 흐지부지 넘어갔다.

당시 울산시가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일대 7.5㎞ 구간에 286개의 전신주가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고 이에 대한 철거와 지중화 사업에 17억여원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추산했다.

이후 예산 부담으로 사업이 표류하면서 별다른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고, 현재는 15년 전에 비해 지중화 공사비가 더 많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젠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된 만큼 지중화 사업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양 기관은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통상 지중화 공사는 지자체와 전력기관이 5대 5로 부담하는 방식으로 공동 진행하므로, 울산시와 한전이 협의에 착수해 첫 단추부터 끼워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수원시는 1999년 수원화성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계기로 7억여원을 들여 주변 6개 주요지역을 지중화했고, 순천시 역시 2021년 등재된 순천만 갯벌의 세계적인 철새 흑두루미를 보호하기 위해 전봇대 282개를 뽑았다.

이 외에 다른 세계유산 보유 도시에서도 유산의 가치를 보존하고 경관을 개선하기 위해 지중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현재 암각화 주변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미관을 저해한다고 생각되는 전신주들은 상황에 따라 지중화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신섬미 기자 01195419023@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