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돈 인천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시인 시선으로 바라본 일상, 선물과 같아”

정혜리 기자 2025. 8. 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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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등 시집 3권 직접 편집해 발간
2023년 '월간시인' 신인상 당선·등단
“다음에는 표지 디자인 도전하고파”
“시대의 서사, 시로 담아내도록 노력”
▲ 사진제공=본인

"반복되는 일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좋은 접근 중 하나가 시라는 형식이 아닌가 싶어요. 비록 반복되는 일상이더라도 소소한 의미와 가치를 일기 쓰듯 시라는 그릇에 담아내는 즐거움이 큽니다."

인천대학교 윤리교육과 윤영돈(53·사진) 교수는 지난달 세 권의 시집을 세상에 내놨다.

<언약의 무지개>와 <무대>, 그리고 <시인의 눈으로 도서관을 읽다>까지. 여기에는 대학 시절, 또 나이 쉰에 접어들어 펼쳐낸 작품이 고루 담겼다.

그는 "제1시집 <언약의 무지개>에는 스무 살의 순수하고 결연한 마음을 직선적으로 표출한 것부터 좌고우면하는 중년의 흔들리는 모습도 함께 담겨 있다"며 "제2시집 <무대>에는 표제 시 '무대'를 포함해 '자기를 건축하는 여정', '꿈이라서 다행이다' 등 등단의 기쁨을 안겨준 작품이 수록돼 있다"고 소개했다.

2022년부터 학교 도서관장을 맡은 윤 교수는 학산도서관(이룸관)에 대한 애정도 작품에 담아냈다.

그는 "제3시집 <시인의 눈으로 도서관을 읽다>는 도서관장으로 봉사하며 시인의 시선으로 습작했던 것을 도서관 분류 코드(한국십진분류표·KDC)에 맞춰 정리한 것"이라며 "시의 모티브가 '인간'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도서관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열 가지 분류 틀로 '인간'을 읽는다고 보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의 대표작은 제2시집의 표제 시인 '무대'이지만, 그것은 직장인으로서 건강한 개인적 서사에 관련된 것"이라며 "이에 비해 제3시집의 표제 시인 '시인의 눈으로 도서관을 읽다'는 도서관과 그 구성원의 공동 서사라는 점에서 소개해 독자와 공유하고 싶다"고 전했다.

창작은 물론, 편집까지 직접 해내며 시집 곳곳에 윤 교수의 손길이 닿았다.

그는 "한 달 간 세 권의 시집을 낼 수 있었던 건 교보문고의 바로출판(POD) 시스템 덕분이었다"며 "조교를 오래 하고, 학회나 책 편집 작업을 많이 했었기 때문에 편집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으나, 전문가가 보기에는 단출할 수 있다. 다음에는 표지 디자인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앞서 2023년 서울시인협회 주관 '월간시인' 제2회 신인상에 당선돼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에게 '시를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창작을 위한 영감이란 재료는 어디에서 마주할까.

윤 교수는 "'인간은 지상에서 시인으로 비로소 산다'는 하이데거의 말을 좋아한다"며 "대학 1학년 시절 관악산 아래 캠퍼스 벤치에 앉아 내면의 실타래를 풀어간 시가 100여 편 모였고, 연구와 논문 작성에 몰두하느라 30년 가까이 시 쓰는 즐거움을 잃어버렸다가 지천명에 접어들어 등단하며 쓰는 행복을 누리게 됐다"고 했다.

이어 "반복되는 일상에 균열을 내고, 새로운 시선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인의 시선은 선물이자 은총과도 같다"며 "영감이 은총과 같은 선물로 다가올 때면 운전하다가도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시를 쓴다. 연구실에 가서 초안을 완성하고, 소속한 시인협회 누리집의 개인 시집 코너에 시를 공유한다. 시의 단초는 영감이고, 기교와 형식을 통해 시의 옷을 입힌다고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시를 통해 제자들과 위로를 나누고, 각자 세계를 넓히는 경험을 공유한다.

윤 교수는 "교양·전공 교과목에서 한 주는 '이럴 땐 이런 시'라는 코너를 운영한다"며 "학생들이 시를 소개하고, 그 때의 어려움과 시를 통해 받은 위로를 공유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사회 전반에 우울증 등 정신건강에 빨간 불이 켜졌고, 나아가 사회가 이념·성별·세대·지역별 극한 대립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시대적 문제와 아픔을 아우르는 시작(詩作)이 시인의 소명으로 다가온다"고 강조했다.

새 시집을 준비 중이라는 그는 창작 활동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윤 교수는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에 인간의 고유성과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개인의 서사뿐만 아니라 공동체와 시대의 서사를 시로 담아내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이런 노력에 시의 창작과 공유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아래는 윤영돈 교수의 제3시집 '시인의 눈으로 도서관을 읽다'의 표제 시 '시인의 눈으로 도서관을 읽다' 전문.

"읽어야 할 것은 책만이 아니다 / 건물도 사람도 읽히길 기다린다 // 책장 넘기는 숨소리만 나는 정숙한 공간 넘어 / 배경 음악 흐르고 쉼과 협업 펼쳐지는 카페 공간 // 출입도 공간 사용도 수치로 표현되는 그곳 / 누리집에는 데이터와 정보가 쉼 없이 흐른다 // 어디 고전을 매개로 한 프로그램만 있을까 / 온갖 교양과 문화가 꽃피는 배움터이다 // 일당 천을 감당하고도 지역사회와 소통해야 하니 / 뛰어다니는 사서들의 숨이 목에 걸려 껄떡인다 // 사람 사는 곳 어디든 크고 작은 갈등 있으니 / 동료 입장에 서 보고 온갖 민원에 마음 기울여야지 // 이곳에도 AI가 에이전트로 존재감 드러내겠지만 / 시인의 눈으로 도서관을 다시 읽어 본다" 

/정혜리 기자 hy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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