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으로 바위치기? 野 ‘필리버스터’의 손익계산서

정윤경 기자 2025. 8. 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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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법, 與 주도로 본회의 통과…재석 180명 중 찬성 178명·반대 2명
당 내부서도 회의론 “여야 모두 관심 없어…시간 끌기 수준에 불과해”
친윤 vs 반윤 분열 딛고 결집 계기도…“일시적이지만 당 결속력 확인”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국민의힘이 1년 만에 꺼내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가 실패로 끝났다. 190석의 범여권은 방송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만에 종결시켰다. '거여의 질주'에 흩어져있던 야당 의원들이 집결했다는 점에서 필리버스터 정치가 일정 부분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는 동시에 '시간벌기' 이상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내부 비판도 제기되는 모습이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법에 관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10%대 싸늘한 여론…"지금 국민은 국힘에 관심 없어"

5일 윤석열 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가운데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전날 오후 4시1분 시작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친여 성향의 군소 야당과 함께 이날 강제 종결했다. 방송법은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곧바로 표결에 부쳐져 재석 180명 중 찬성 178명, 반대 2명으로 가결됐다.

필리버스터의 실패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지 3분 만에 종결 동의안을 제출해 흐름을 끊었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180석 이상 동의가 있으면 시작 24시간 뒤 종결시킬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야당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시사저널과 통화에서 "필리버스터의 본래 취지를 살리려면 무제한 토론이 가능해야 하는데 지금은 24시간 안에 끝내야 하지 않느냐"며 "그렇다 보니 여야 구분 없이 큰 관심도 없고 시간 끌기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당 내부에서도 필리버스터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번 필리버스터는 국민적 공감이나 지지 면에서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다. 180석 이상의 의석도, 대통령의 거부권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민 지지가 유일한 동력이었지만 이마저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국민의힘에 대해 국민은 큰 관심이 없다. 전한길씨의 극단적 언행에 이끌려 다니고, 내홍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필리버스터의 효과는 결국 국민이 얼마나 공감하고 지지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지금처럼 신뢰를 잃은 정당이 필리버스터를 한다고 해서 국민의 관심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을 향한 국민의 지지가 부족하다는 점은 수치로도 입증됐다.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은 10~20%대를 횡보하는 모습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1∼23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17%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민 10명 중 8명이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셈이다.

이번 필리버스터는 과거처럼 상징적인 정치 투쟁으로 기억되기 어려워 보인다. 196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5시간 19분 발언'이나, 2016년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192시간 필리버스터'와 같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한 야권 관계자는 "강력한 메시지도, 국민적 관심도 부족했다. 단순히 '우리가 반대한다'는 목소리만 낸 셈"이라고 친정을 비판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오전 방송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여론 못 흔들었지만 '정치적 메시지' 남겨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기의 성과는 거뒀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대선 패배 이후 탄핵 찬반으로 분열됐던 국민의힘 내부가 필리버스터를 계기로 다시 결집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노선과 메시지가 제각각이던 야당 인사들이 '여권 견제'라는 공통의 목표 아래 한목소리를 냈다는 것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비록 일시적이더라도 당의 결속력을 확인한 계기였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성과는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이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민주당 주도로 추진하는 방송법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야당으로서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는 것이다. 신율 교수는 "필리버스터 한 번으로 여론을 환기시키긴 어렵다"면서도 "최소한 야당이 끝까지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것이 쌓이면 국민도 '야당이 야당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방송법은 현행 11명인 KBS 이사 수를 15명으로, 9명인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EBS 이사 수를 13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주체를 다양화한 것이 핵심이다. 또 지상파와 종합편성·보도전문 방송사업자가 방송편성 책임자를 선임하고 5명으로 구성된 편성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한 내용도 담겼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해 7월에도 채상병 특검법, 노란봉투법, 방송법 등을 둘러싸고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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