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쌀이라는 딜레마

강필희 기자 2025. 8. 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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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개그맨이 운영하는 유튜브에서 세계 각국의 밥맛을 비교하는 영상을 흥미롭게 봤다.

쌀알의 크기 모양 색깔은 물론, 찰기 수분기 탄력도 풍미까지 천차만별이었다.

같은 아시아권인 캄보디아와 중국 쌀도 특이한 향을 가졌거나 찰기가 너무 없어 좋은 점수를 못 받았다.

한국 밥맛과 가장 비슷한 건 일본 쌀, 푸석 푸석한 느낌이 살짝 있지만 의외로 괜찮다는 평가를 받은 게 미국 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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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개그맨이 운영하는 유튜브에서 세계 각국의 밥맛을 비교하는 영상을 흥미롭게 봤다. 쌀알의 크기 모양 색깔은 물론, 찰기 수분기 탄력도 풍미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영국이나 인도 쌀은 분명 물을 붓고 밥을 지었는데도 숟가락으로 떠지지 않을 정도로 알갱이들이 따로 놀았다. 같은 아시아권인 캄보디아와 중국 쌀도 특이한 향을 가졌거나 찰기가 너무 없어 좋은 점수를 못 받았다. 한국 밥맛과 가장 비슷한 건 일본 쌀, 푸석 푸석한 느낌이 살짝 있지만 의외로 괜찮다는 평가를 받은 게 미국 쌀이다.


“쌀을 한 톨도 수입하지 않겠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약속이다. 그러나 1993년 막상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시작되자 쌀 시장 개방은 필연적인 상황으로 흘러갔고 전국 농민이 들고 일어났다. 시민사회와 농민단체가 연합한 시위대의 격렬한 저항은 지금도 국민 기억 속에 생생하다. 당시 협상 결과는 쌀 시장을 당분간 열지 않는다는 것이었을 뿐, 10년 단위로 두 차례 유예 끝에 2015년부터 결국 개방됐다. 우리가 국가별 쿼터에 따라 국내에 들여온 미국 호주 중국 쌀을 맛볼 수 있게 된 계기다.

지난달 타결된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에서 디테일 차이를 보이는 여러 항목 중 하나가 쌀이다. 협상 종료 후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자동차 쌀 같은 미국 제품에 (한국이)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기로 했다”고 브리핑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교섭을 맡았던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미 통상 협의에 쌀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반박했고, 대통령실까지 나서 진화했다. 미국산 수입 물량을 확대하려면 각국에 배정된 쿼터를 조정해야 하는데 전혀 논의한 바 없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농민은 러스트벨트 노동자와 함께 주요 지지 기반이다. 한국은 우루과이라운드 때부터 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한국인 연간 쌀 소비량은 지난해 1인당 55.8㎏으로 1995년(106.5kg)의 절반이다. 같은 기간 재배 면적도 30% 이상 감소했으나 밥을 워낙 안 먹으니 쌀이 남아돈다.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기 위해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양곡법 개정안은 최초안에 비해 상당히 후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잉여분을 무한정 사들일 수 없다는 판단이 뒤늦게 작동한 것이다.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30년이 흘러 우리는 반도체와 자동차로 먹고 사는 나라가 됐고 넘쳐나는 쌀은 국가적 고민거리가 됐다. 하지만 쌀 시장 개방을 둘러싼 딜레마만은 변함이 없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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