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창] 양대 정당 국가

우리나라는 양당제 국가에 가깝다. 대통령은 늘 이쪽 아니면 저쪽 당에서 나온다. 아주 특별한 케이스를 제외하면, 지역구 국회의원도 이 당 아니면 저 당에서 배출한다. 겉으로 보면 철저히 양당에서 권력을 주고받는 구조다. 그런데 요즘 정치권을 보면 우리나라는 다당제에 접어든 듯하다. 같은 당 안에서도 ‘함께 가기 어렵다’는 메시지가 난무한다. 여느 때보다 요즘이 특히 그렇다.
국민의힘은 12·3 비상계엄 이후 당내 심리적인 벽이 견고해졌다. 계엄을 옹호하는 세력과 계엄만큼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는 세력이 뚜렷이 구분됐고, 계엄을 사과해야 한다는 이들 중에도 탄핵까지는 아니라는 세력과 탄핵은 정당했다는 세력이 갈라졌다.
이뿐인가. 전한길 강사를 포용해야 할지, 윤희숙 혁신안을 수용해야 할지를 놓고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구주류의 뜻에 반하는 의견을 내온 한동훈계 젊은 정치인들은 계파정치의 원흉처럼 지목돼 청산 대상으로 몰렸다.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 면면을 보면, 3~4개 정당에서 출마했다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대오가 갈려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분위기가 묘해졌다. 이재명 당대표·대선후보 시절 곁을 지키며 대선 승리를 이끌고 현역 의원 대다수의 지지를 받던 박찬대 후보가 당대표 선거 기간 고전을 면치 못하다 정청래 후보에게 완패했다. 주변의 권유 없이 자발적으로 입당해 유튜브 등 미디어를 통해 스스로 판단하는 ‘개인 당원’들이 판세를 주도했다.
정 후보와 박 후보의 표를 가른 건 팬덤이 아니었다. 지금보다 더 강하게 계엄세력을 단죄해야 한다는 가치관과 이재명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당력을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가치관이 부딪혔다. 선거 이후에도 SNS상에서 두 지지층 간 갈등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YS와 DJ, JP 등 강력한 리더가 깃발을 들면 따르던 시대는 오래된 과거가 됐다. 조직선거의 시대가 저물어가는 징조는 수년 전부터 있었다. 경기도지사 당내 경선에서의 이재명 후보가 그랬고, 국민의힘 당대표로 이준석과 한동훈이 선출될 때가 그랬다. 이번 민주당 대표 경선도 마찬가지다. 유권자들이 더는 정당을 맹신하지 않고, 가치관과 지향점에 점점 표를 던지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에게 확실한 노선 표명을 요구할 것이다. 이런 흐름에서 당내 이견과 충돌, 분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점점 더 많이 더 거세게 불거질 수밖에 없는 당내 ‘다른 목소리’를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다. 꼭 당내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대화와 인정을 거부하는 극단의 정치는 당장 지지층의 환호를 받는 것처럼 느껴질지 몰라도 결국 양대 정당 구도를 폭파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유권자들의 가치판단이 고도화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실질적인 다당제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화성에서 개혁신당과 울산에서 진보정당의 약진, 대구의 김부겸과 호남의 이정현·정운천 당선 등 언제라도 양대 정당 구도를 허물어뜨릴 수 있고 영원한 텃밭은 없다는 시그널을 이미 줬다. 막 출범했거나 곧 출범하게 될 양당 새 지도부가 되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김우성 정치2부(서울) 차장 ws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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