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수의계약 횟수 제한에… “10여년 구축한 친환경 농산물 공급망 무너질라”

목은수 2025. 8. 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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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곤지암읍의 경기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에 지역출하회를 찾아 농산물을 실어오는 중앙물류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2025.8.5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경기도교육청의 급식 식재료 계약방식 변경을 두고 도내 친환경 농산물 공급 체계가 무너질 것이란 우려(8월4일자 인터넷보도)가 가중되는 가운데 실제 공급망을 확인하기 위해 농산물이 농가에서 학교로 공급되는 길을 따라가봤다. 해당 경로에서 만난 이들은 “이번 조치로 10여년 동안 구축한 친환경 농산물 공급망이 무너지며 줄타격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3일(일요일) 오후 2시께 광주시 곤지암읍의 경기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 기자가 이날 동행할 저온냉장고가 수반된 물류차량 한 대가 출발을 앞두고 있었다. 오늘 해당 물류차량의 경유지는 이천과 여주. 이틀 전 학교에서 넣은 식재료 발주내역을 토대로 차량 대수와 경로가 정해졌다. 이날 온 지역 친환경 농산물은 이튿날(월요일) 학교 급식에 식재료로 제공될 예정이다.

이천시 호법면의 친환경 농가 60여곳이 모인 ‘이천친환경출하회’에서 당일 오전 저온창고에 옮겨 보관 중이던 멜론을 중앙물류차량에 싣고 있다. 2025.8.5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이날 진흥원에서 갖고 온 농산물의 총 주문량은 가지·부추·멜론 등 총 1천254개 박스. 학교 대부분이 여름방학 기간이라 전체 물량이 적었다. 평소에는 박스 2만여개가 채워진다. 지난해 기준 경기도 학교 1천305곳(56%)이 진흥원을 통해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받아 왔다. 진흥원과 계약한 친환경 농가는 1천157곳(20개 지역 34개 출하회)에 달한다. 진흥원이 개별 학교와 지역의 친환경 농가를 잇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있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도교육청이 오는 10월부터 급식 식자재 공급 계약에 대해 동일업체와의 수의 계약을 연간 5회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본래 급식 식자재는 수의계약에 횟수 제한이 없었다. 돌봄간식·현장체험학습 버스 임차 등과 함께 ‘학생 안전을 우선 고려해야 하는 경우’인 예외 경우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수의계약 횟수를 제한해 식재료 공급 구조를 다변화하고, 단가를 절감하겠다는 게 도교육청의 취지다.

광주시 곤지암읍의 경기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에 학교 발주량에 맞춰 시·군별로 농산물을 분류해놓은 모습. 2025.8.5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유통센터를 나서고 1시간여 지나자 이천시 호법면의 농가 60여곳이 소속된 ‘이천친환경출하회’의 저온저장고가 눈에 들어왔다. 저장고 내부에는 이날 오전에 생산자(농민)로부터 옮겨진 멜론이 기다리고 있었다. 농민들은 친환경 농법으로 멜론 수확이 가능해진 게 불과 6년 전이라고 했다. 학교급식이 친환경 농산물의 안정적인 판로로 자리잡으면서, 친환경 농법을 활용한 새로운 품목도 개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선주 이천친환경출하회장은 “멜론은 6년 전부터 공급했고, 딸기랑 수박 등도 몇 년 되지 않았다”면서 “팔리는 곳이 있으니까 장목반별로 농법을 연구하고 교육도 들으면서 품목 개발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조치로 판로가 사라지면 품목 개발은 커녕 버티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서 만난 김준식 여주친환경출하회 회장도 “친환경 농산물은 가락시장에서 경쟁이 안되니까 농사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광주시 곤지암읍에 위치한 경기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에서 지역 친환경 농가의 멜론에 생산자명을 표기한 뒤, 육안으로 품질을 검사하고 있다. 2025.8.5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저장고에서 농산물을 실은 물류 차량은 다시 광주의 유통센터로 향한다. 이곳에는 다른 물류차량이 싣고 온 농산물과 과일과 더불어 전처리 업체에서 입고된 감자와 당근. 버섯, 잡곡, 가공식품 등이 모인다. 직원들은 지역별로 발주 물량에 맞게 분류하는 한편, 농가에서 온 식재료를 검수하고 포장하는 작업을 병행한다.

진흥원 관계자는 “검수는 생산자별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농산물을 생산자에 따라 일차로 분류한 뒤, 개별 박스를 뜯어 농산물의 신선도를 살핀다. 과일은 직접 맛을 보거나 기계를 활용해 당도를 측정하기도 한다. 진흥원 관계자는 “친환경 농산물의 학교 공급이 목표라서, 단순 기준치가 아닌 실제 먹어도 되는가를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2만개가 나가면 100개 정도는 문제가 있다. 이때 생산자를 함께 보고해서 반복되면 출하단계에서 다시 살피기도 한다”고 전했다.

광주시 곤지암읍의 경기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에는 중앙물류차량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살펴볼 수 있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2025.8.5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시군별 분류가 끝난 오후 12시쯤이 되면 농산물은 다시 물류차량에 실려 지역별 물류업체로 향한다. 같은 날 새벽까지 저온저장고에 보관한 뒤 새벽부터 관할 학교로 공급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친환경 농가를 넘어서 지역 배송업체의 우려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수원의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학교 급식에 제공되는 농산물은 창고 기준도 까다로워서 김치나 축산 등 다른 식재료와 병행할 수도 없다”면서 “적어도 입찰받은 2~3년 동안은 안정적으로 계약을 유지되니까 기사들을 새로 고용했는데, 다달이 바뀌면 기사 구하는 것부터 난감해진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동일 업체와의 수의계약 횟수를 제한 정책은 경기도가 공적조달 주체인 진흥원을 중심으로 오랜 기간 구축한 친환경 우수농산물 공급체계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친환경 농산물을 확대하고 학교를 넘어 군대 등으로 공급체계를 확대하는 정책에도 차질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전 협의 없이 정책 결정이 이뤄진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목은수 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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