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하는 여당 대표’ 정청래…李대통령에 득일까 해일까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사과·석고대죄해야”
‘국민 통합’ 외치는 李대통령 노선과 충돌 여지
6·3 지방선거 ‘시험대’…균형점 찾기 최대 과제
![정청래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만나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5/dt/20250805175527552fffy.jpg)
여당 대표가 야당 대표처럼 ‘투쟁’하는 모습은 이례적이다. 정청래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금까지 정권 견제 역할을 맡은 야당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강경 메시지와 대결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치의 본령인 대화와 타협은 없다. 독재정권에서 탄압받던 야당 대표를 연상케 한다. 팬덤 정치에 편승하는 양태는 포퓰리스트 정치인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표면상으로 이재명 대통령과 ‘굿캅·배드캅’식 역할 분담으로 읽히지만 정 대표의 강경 행보가 극심한 혼란과 진영 갈등 속에서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 짐이 될지, 보탬이 될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일부에서는 ‘자기 정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향후 이 대통령과의 불화 여부도 관심사다.
정 대표는 5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대표를 차례로 예방했다. 취임 후 첫 예방 일정으로 정 대표는 우 의장과 각 당에 민생·개혁 법안 처리의 협력과 공조를 당부했다.
이날 예방 명단에 오른 정당은 모두 민주당과의 공조 가능성이 있는 범여권 성향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범야권으로 분류되는 개혁신당의 예방 일정은 잡지 않았다. 지난 2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뒤 내놓은 “12·3 비상계엄 내란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없으면 그들과 악수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 셈이다.
정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내내 “이재명 정부의 든든한 파트너, 강력한 개혁 당 대표가 되겠다”, “싸움은 제가 할 테니 대통령은 일만 하시라”, “궂은일, 험한 일, 싸울 일은 제가 하고 협치, 통합, 안정의 꽃과 열매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으로 돌려드리겠다” 등 선명성을 내세운 강경 발언을 지속해 왔다. 정 대표의 이날 노선도 그간의 발언처럼 선명했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 위헌정당 해산 추진과 관련해서도 “못 할 게 없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날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진짜로 정당 해산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국민의힘에서 나온다고 한다’는 물음에 “박근혜 정권 때 내란 예비 음모 혐의로 해산당한 통합진보당 사례에 비춰 보면 지금은 내란을 직접 하려고 했던 만큼 10번, 100번 정당 해산 감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내란 특검 수사 결과 윤석열뿐 아니라 국민의힘이 중요임무를 했다거나 수행한 사실이 밝혀지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라며 “(국민들이) 정당을 빨리 해산시키라고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를 여야 동수가 아닌 민주당 다수로 재구성하겠다는 의지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위원장을 포함해 민주당과 국민의힘 각 6명씩 총 12명으로 윤리특위를 구성하는 결의안을 의결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을 6명씩 동수로 하는 윤리특위로는 내란 심판이 불가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이를 바꾸겠다고 번복한 것이다. 정 대표는 또 “불법 계엄 내란에 대국민 사과와 진솔한 석고대죄가 기본으로 있어야 한다”며 “악수도 사람하고 하는 것이지 그렇지도 못한 이들을 어떻게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대표의 움직임은 강성 당원들의 감정에 부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8·2 전당대회에서 ‘당심’(당원들의 마음)을 등에 업고 최종 득표율 61.74%로 박찬대 의원(38.26%)을 이겼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방송인 김어준씨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선거라는 분석도 나왔다. 당초 여권에서는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은 박 의원 쪽에 있다’는 말이 나왔고 실제 정 대표는 대의원 투표에서 다소 밀렸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지난 2일 전당대회 후 ‘검찰·언론·사법개혁 과정에서 당심과 민심에 괴리가 있을 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취지의 물음에 “당심과 민심이 다르지 않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개혁이라는 교집합이 존재할 뿐 당심과 민심이 항상 일치하기는 어려운 데다 중도와 보수 세력까지 포용해야 하는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부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일관되게 ‘국민 통합’, ‘협치’, ‘실용주의’를 외쳐왔다. 이를 고려하면 정 대표의 행보는 이 대통령의 노선과 충돌할 여지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앞세우고 있는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 원팀이 아닌 자칫 엇박자로 비칠 수 있는 소지가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통상 집권 여당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점에서 야당을 설득과 협상의 대상으로 대하는 기류가 강하다. 그러나 12·3 불법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국면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하며 ‘당 대포’를 자처해 온 정 대표는 그간의 여당 대표와는 결이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야당을 설득할 필요가 없는 압도적 의석수가 뒷받침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는 향후 국회가 대화와 타협이 사라진 싸움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는 당 대표 선출 직후 검찰·언론·사법 개혁 태스크포스(TF)도 가동했다.
정 대표는 전임자인 이 대통령의 잔여 임기를 이어받아 내년 8월까지 대표직을 수행하지만 내년 6·3 지방선거 공천권을 쥐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인만큼 단순한 성적표를 넘어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정 대표가 당심에 기대 강경 일변도로만 나아간다면 민심과의 간극도 벌어질 수 있다. 결국 어떤 균형점을 찾아내느냐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 모두에 주어진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선영 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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