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그대의 퍼스널컬러

방학은 교사에게 쉼뿐 아니라 배움과 성장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번 여름방학에 네 개의 연수를 신청했다. 그중 국립생태원에서 중등교원을 대상으로 하는 '생태와 환경을 이해하는 다양한 방법'이라는 연수가 특히 기대되었다. 산자락이 점차 낮아지고 넓어지며 서서히 변하는 풍경을 보는 것도 연수의 일부인 듯 기꺼운 마음으로 서천까지 세 시간을 달려갔다.
첫날의 교육은 음악과 함께 듣는 자연·생태·환경 이야기, 에코리움 탐방하여 세계 5대 기후대의 식생과 만나기, 에듀테크 활용 생태교육 실습이었다. 다음 날의 강의도 3개였는데, 찰스다윈길에서 만나는 진화론, 자신만의 퍼스널컬러와 패스트패션, 그리고 식물연구원과 함께하는 나뭇잎 스탬프 만들기 체험이었다. 연수의 구성이 다양하고 참신하여 매시간 다른 세계를 만난다.
둘째 날 점심 식사 후 강의실에 와보니 강사가 수업 재료들을 세심하게 정리하며 강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차분한 빛의 노란 원피스에 검은빛의 숏컷 헤어스타일이 참으로 멋스러웠다. 퍼스널 컬러는 개인 피부색과 눈, 머리카락 등의 색깔을 진단해서 각자에게 어울리는 화장이나 패션을 제안해 주는 것이다. 그녀의 강의를 통해 나도 그녀처럼 나에게 어울리는 색과 패션을 알게 되려나 하는 기대감과 함께 자꾸 그녀에게 눈길이 갔다. 그러나 아쉽게도 강의는 난해했고, 나의 색을 알게 되리란 기대감의 싹은 잎을 키우지 못했다.
이어서 나뭇잎 스탬프 만들기 체험이라는 주제를 들고 온 강사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머리를 간단히 묶은 수수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DMZ와 백두대간 보호지역 등에서의 생태 연구 등 자신의 대표적 연구 활동과 더불어 20년 경력의 식물연구원이 어떻게 스탬프 활동이라는 도구를 들고 이 자리에 서게 되었는가를 차분히 소개했다. 평소 생태교육에 관심이 많은 강사가 판화가 이철수 님의 작품과 한수정 작가의 '나뭇잎과 스탬프'라는 책을 만나 생태적 가치를 전하는 유용한 경험적 도구가 탄생했다.
절대 공부가 아니고 단지 잎을 좀 더 잘 관찰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라며 잎의 기본 구조를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야외에 나가 나뭇잎을 관찰하고 맘에 드는 잎을 하나 골라 오라고 했다. 나는 여러 나무 중 뜰보리수나무의 잎을 선택했다. 긴 타원형이고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에 거치가 없다. 잎자루가 있고 그물맥이며 주맥과 측맥이 뚜렷하다. 잎의 뒷면이 은백색인 것이 독특하다. 관찰한 잎의 모양을 투사지에 그린 다음 커다란 지우개에 꾹꾹 누르면 연필그림이 복사된다. 조각칼로 잎의 모양을 판다. 차분한 배경음악 속에서 교육생들 모두 각자의 잎을 새기느라 열심이었다.
완성된 뜰보리수잎 스탬프에 초록색 잉크를 묻혀 하얀 손수건 한쪽에 여러 개 찍으니 뜰보리수 나무의 한 면이다. 다른 선생님의 스탬프 작품을 빌려 산딸나무, 버드나무, 인동덩굴도 만들었다. 강의실에 초록빛 잎과 잎이 만나 많은 나무가 성장하였다.
그녀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 시로 마무리하였다.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자신을 '생태의 가치를 전하는 사람, 이OO'라고 정의했듯이, 오랫동안 창조되고 다듬어진 그녀의 스타일은 누구의 스타일보다 자연스럽고 유니크했다. 퍼스널컬러는 눈에 보이는 색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삶의 가치와 스토리텔링으로도 표현되는구나 싶었다. 지난 시간 매듭짓지 못한 질문을 꺼내 나의 퍼스털컬러를 또다시 생각해 본다. 'OO의 가치를 전하는 사람, 박윤미', 내 빈칸에 어떤 단어가 적당할까? 내 삶의 궤적에서 축이 되는 단어,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꿰는 한 단어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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