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해산 100번도 가능하다”는 정청래, 11년 전 통진당 결정 다시 보니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연일 국민의힘에 대해 ‘위헌정당 해산’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2014년 헌법재판소가 정당해산을 결정했던 통합진보당 사건을 언급하고 나섰다. 헌재 재판관 8명이 내란 예비 음모 혐의를 인정한 것을 인용한 것이지만, 당시 성남시장었던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법조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민주주의 정치 근간을 훼손한 것”이라는 비판이 거셌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 대표는 5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내란 예비 음모 혐의로 해산된 통합진보당 사례에 비춰보면 국민의힘은 10번, 100번 정당해산 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당대표 취임 직후엔 “당이 앞장서서 내란 척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고, 지난달엔 국회가 위헌 정당 해산을 헌재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헌재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12·3 불법계엄 해제 의결에 반대하거나 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등 행동을 한 것이 내란 혐의의 공범으로 볼 수 있다고 보고 정당해산 가능성을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정 대표가 비교 사례로 언급한 통진당 해산 결정문과 당시 재판 등을 다시 본 결과, 통진당 사건과 12·3 불법계엄 등은 내란 사건이라는 점에선 비슷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2013년 11월5일 통진당을 위헌 정당으로 규정하고, 당을 해산시켜 달라고 헌재에 청구했다. “당의 강령과 목적이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종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정부가 특정 정당 해산을 시도한 것은 1958년 자유당 시절 공보부가 조봉암 선생이 이끌던 진보당을 직권으로 강제 해산한 뒤 55년 만에 처음이었다.
헌재는 2014년 1월28일 첫 기일을 진행하고, 1년도 되지 않은 그 해 12월19일 재판관 ‘8대 1’로 정당 해산 결정을 내렸다.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 5명의 의원직도 상실한다는 결정도 내렸다.

박한철 헌재소장과 주심인 이정미 재판관, 이진성·김창종·안창호·강일원·서기석·조용호 재판관 등 8명은 통진당 목적과 활동이 모두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민주적 기본질서는 모든 폭력적·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다수를 존중하면서도 소수를 배려하는 의사결정과 자유와 평등을 기본 원리로 한다”며 통진당 강령인 ‘진보적 민주주의’가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봤다. 헌재는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이 주도한 ‘RO(혁명조직)’ 조직과 관련해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숨은 목적을 갖고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을 개최하는 등 활동을 했다”고 인정했다. 이 전 의원은 대법원에서 내란 음모 혐의가 무죄로 확정됐으나 헌재 결정은 이 선고가 나오기 전에 이뤄졌다.
헌재가 통진당을 해산했지만 이 결정을 놓고 비판이 적지 않았다. 정당 해산 요건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고 그 결과 사법기관이 민주주의 정치의 근간인 정당을 강제 해산시켰다는 지적이 쇄도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의 통진당 해산결정에 대한 분석과 평가’ 논문에서 “헌법상 정부의 정당 해산 제소권은 정치권력의 자의적인 정당 해산으로부터 정당을 ‘보호’하려는 배경에서 도입됐는데도, 재판관 8인의 인용 의견은 구체적 증거 없이 단정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며 “하나의 정당을 해산시켜 정치 현장에서 사멸시키는 막중한 파괴력을 가지는 결정문이 갖춰야 할 논리적 완결성은 이 결정문에서 발견하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법리적인 면에서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나는 결정으로, 법리를 차분하게 적용한 ‘사법적 판단’이라기보다는 인용의견을 낸 8인 재판관들의 정치적 성향을 강하게 드러낸 ‘정치적 판단’”이라고 했다.
헌재에서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냈던 김이수 재판관도 당시 결정문에 “정당 해산 요건은 엄격하게 해석돼야 하고, 해산 제도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최후 수단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의 강령에 숨은 목적이 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고, 이석기 의원 등의 모임에서 나온 발언은 소규모 인사들의 신조일뿐 정당의 목적이 아니다”라고 했다.
헌재 결정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통령도 “오늘은 2년 전 국가기관들이 조직적으로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며 대통령 부정선거를 저지른 날이자, ‘민주적 기본질서 파괴’를 이유로 사상 초유의 정당해산이 결정된 날”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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