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 역사 장편소설 죽창 [제11장] 전주성 입성(202회)

윤태민 기자 2025. 8. 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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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냥을 가지고 서울에서 내려온 선전관 이주호와 수행원 두 명, 왕의 윤음을 가지고 내려왔다가 장성에서 붙잡힌 초토영 종사관 이학응·배은환 등을 원평 장터에서 참수한 동학농민군은 다음 날인 4월 26일(음력) 경군이 뒤쫓는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홍계훈 경군과 전라감영군, 보부상군, 민보군까지 합세하여 달려들고, 한양의 응원 경군 또한 내려오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래? 그러나 여기서 그들과 싸울 필요가 없다. 지금 전주성으로 출진한다. 싸워도 전주성에서 싸운다."

즉시 진군 명령이 떨어졌다. 주력군은 김덕명, 최경선 등 그 지역 출신들이었다. 지리를 잘 하는 이점을 살리자는 것이고, 이들 군사가 강력한 힘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선도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고창, 고부, 흥덕, 영광, 함평, 무안, 나주, 장성 등 황룡촌 전투 승리를 이끈 서남 농민군이 합세했다. 이들은 손화중 포의 부대와 나주에서 올라온 오권선, 전유창, 강대열, 전천옥, 주경로, 강영희, 김진욱 휘하의 부대에 무안의 김응문, 배상옥, 최장현, 장흥의 이방언 부대 등이었다.

멀리서는 광양의 김인배, 남해의 양익주, 충청도 서산의 문장로, 경상도 상주의 황우원 등도 군사를 이끌고 전주성 앞으로 집결하였다.

연합 동학농민군은 공삼덕 놀이패가 피리와 꽹과리, 장구와 징 소리를 앞세워 길놀이를 열어갔다. 대오의 선두에는 보국안민(輔國安民) 기와 동도대장(東徒代將) 기가 앞장서고, 그 뒤를 이어 청·홍·백·흑·황의 오색기를 휘날리며 각 군의 대오가 따랐다. 또한 각 부대별로 고깔을 쓰거나 포사의 어깨에 궁을(弓乙)을 부적처럼 붙였다. 궁을은 동학의 본질인 천심(天心)의 심(心) 자를 표현한 것으로, 영부의 모양이 태극 같기도 하고 활궁(弓) 자를 나란히 놓은 것과 같기도 하다는 데서 유래하였다. 이 부적을 붙이면 영생불멸한다고 하였다.

어떤 병사는 염주를 목과 팔에 두른 자도 있었으며, 어느 부대의 농민군 등에는 "동심의맹(同心義盟:같은 동지의 마음으로 의를 맹세한다" 글씨를 새긴 천을 붙였다. 또한 두건을 쓰거나 새롭게 차려입은 제복을 입고 농악소리에 맞춰 진군했다.

산모퉁이를 돌아서는데 선발 수색병 10명 중 다섯 명이 경군의 총을 맞고 쓰러졌다. 살아난 수색병이 본진에 달려와 보고했다.

"앞고개에서 수색작업을 펼치던 중 아군 다섯이 경군의 총을 맞고 쓰러졌습니다."

"뭣이? 그렇게 많이 사살돼? 생포된 자는 없더냐?"

전봉준이 물었다. 동학군을 생포했다면 저들은 기밀을 캐내기 위해 온갖 고문을 가할 것이고, 그러면 그는 결국 아군의 기밀을 실토하고 죽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전투에선 생포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 철칙이다. 생포된다면 자결을 결단해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건 모르겄습니다. 다섯 명이 쓰러진 것을 보고 나머지는 뿔뿔이 흩어지고, 소관이 달려와 이렇게 보고를 올리는 것입니다."

"단연코 구출하라. 시신도 반드시 수습하라. 한 사람의 동지도 적에 넘겨주어선 안된다."

전봉준은 진군하는 대오를 잠깐 멈춰 세운 다음 다시 명했다.

"유격전술에 능한 김석돌 군관이 출동하라."

유격대장 김석돌이 선발되고, 그는 자신의 전사들을 유격대원으로 선발했는데 관군 출신 도감봉과 고부의 김옥규와 설진수였다. 갑자기 젊은 여성 전사가 앞으로 튀어나왔다.

"나도 끼워주십시오."

무안 출신 이성단이었다. 모두들 놀라 이성단을 바라보았다. 손화중이 만류했다.

"여성 전사의 용심(勇心:용맹성)은 놀라우나 지금 나설 때가 아니다."

"아닙니다. 나가 나가봐야 할랑만이요."

"왜 나서겠다는 것인가."

이성단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나서야 할 절박한 사정이 있었다. 수색 대원으로 나선 대원 중 조백이 끼어있는 것이다. 그를 잃을 수 없는 것이다. 목숨보다 아끼는 사람이 아닌가. 이제 그가 없다면 그녀 자신도 존재할 이유가 없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