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부 설립, 미룰 수 없는 국가 과제다 [세상읽기]


김희강 | 고려대 교수(행정학)
이재명 정부는 ‘기본사회’라는 국정 기조 아래, 국가가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책임지는 사회를 목표로 한다. 이 중 ‘돌봄기본사회’는 영유아부터 초등학생, 어르신, 장애인, 간호·간병에 이르는 ‘5대 돌봄 국가책임제’를 중심으로 국가의 돌봄책임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돌봄이 더 이상 개인이나 가정만의 부담이 아닌, 국가와 사회 전체가 책임져야 할 공동의 과제라는 정책적 전환을 담고 있다. 시대의 변화와 국민적 요구를 반영한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의지 표명은 이전 정부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와 발달장애인국가책임제를 내세웠고, 지역사회 통합돌봄 제도를 시범 운영하며 돌봄의 공공성 강화를 시도하였다. 돌봄과 복지 정책에 미진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윤석열 정부조차 국가가 방과 후 교육과 돌봄을 함께 책임지는 늘봄학교를 시범 진행하였고, 최중증발달장애인 통합돌봄제도를 시행하는 등 돌봄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조하였다. 따라서 ‘국가가 돌봄을 책임진다’는 약속이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려면, 이재명 정부는 이전 정부에서 무엇이 미흡했는지에 대해 깊이 주목하고 철저히 성찰해야 한다. 공공 주도 돌봄 정책이 확대되었음에도, 실제로는 공공성은 여전히 부족하고 역설적으로 국가가 책임을 회피하기 좋은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비판에 겸허히 귀 기울여야 한다. 돌봄에 대한 국가책임이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지 않으려면, 과거의 답습을 넘어선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2026년 3월 시행을 앞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 역시 심각한 우려와 전면 개정 요구에 직면해 있다. 이 법의 핵심은 국민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주거, 요양, 보건의료 등 통합적인 돌봄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 실질적인 책임과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법안 내용 중 돌봄 제공의 핵심 업무(발굴, 조사, 판정 등)를 국민건강보험공단 같은 중앙 조직에 위탁 가능하도록 한 조항은 이러한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이는 지자체의 책임과 권한을 약화시켜 지역 특성과 주민 수요에 맞는 맞춤형 돌봄 제공을 부실하게 할 수 있으며, 돌봄 제공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들어 돌봄의 사각지대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 수많은 돌봄 정책은 교육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 각기 다른 중앙정부 부처 지침에 따라 파편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혜 대상과 성격이 복합적인 돌봄 특성상, 세분화된 관할 부처 규정은 통합적인 돌봄을 어렵게 하고 정책 집행이 개별 부처 이해관계에 따라 분산되게 한다. 또한 돌봄 의제화가 일관된 채널로 집중되기 어렵고, 돌봄 확대가 오히려 더 분절화·파편화되어 공적 책임성이 취약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한다. 현장에서 돌봄을 직접 제공하는 지자체의 책임과 역할이 중요하지만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대부분의 지자체는 중앙정부 보조금에 수동적으로 의존하며 주체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돌봄을 직접 제공하는 지자체의 책임 있는 역할이며, 동시에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책임지는 통합적인 중앙 주체의 존재가 필수적이라 하겠다.
이에 돌봄부 설립을 제안한다. 돌봄부 설립은 단순히 새로운 관료조직을 넘어, 돌봄 정책과 제도를 입안·시행·운영하며, 돌봄의 가치와 시민의 돌봄 책임의식을 고양하고, 이를 제도화하는 궁극적인 책임 주체로서 국가의 역할을 담보하려는 것이다. 돌봄부는 중장기적인 통합돌봄체계를 구축하고, 예산을 확보·관리하며, 법 제도를 마련하고, 인력의 교육·수급 계획을 세우고, 지자체·시민사회와의 민주적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등 핵심 역할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통합 주체 없이는 돌봄 정책이 확대되어도 공적 책임성은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돌봄부 설립은 이제껏 돌봄이 배제되어왔던 역사를 극복하고, 국가가 돌봄에 대한 적극적 의지와 책임을 보여주는 이전 정부와 다른 신호탄이 될 것이다. 국가는 단순히 서비스 제공자가 아닌, 돌봄체계의 민주적 설계자이자 조율자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진짜 대한민국의 시작은 국가가 돌봄에 대한 책임의지를 확고히 하고, 이를 통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돌봄부를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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