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여전히 질문한다 [오철우의 과학풍경]

한겨레 2025. 8. 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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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누군가가 양자론에 대해 생각하면서도 어지러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양자론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음을 실토하는 것이다." 양자론의 선구자인 닐스 보어도 이렇게 말했다지만, 양자론의 아리송함은 양자역학이 등장한 지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비슷한 듯하다.

이 사고실험은 1935년 양자역학의 창시자 중 한명인 에르빈 슈뢰딩거가 코펜하겐 해석의 터무니없음을 비판하려고 고안한 것이지만, 역설적으로 지금은 오히려 양자론의 상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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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양자이론의 기이한 세계관을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사고실험이다. 방사성 물질과 독가스 장치, 그리고 고양이가 닫힌 상자 안에 함께 있다고 상상하자. 일정 시간 뒤에 상자 안 고양이는 산 상태일까, 죽은 상태일까? 전통적인 양자론의 해석(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고양이는 살아 있음과 죽어 있음이 중첩된 상태에 있다가 상자를 열어 관측하는 순간 중첩 상태가 붕괴하고 한가지 상태로 확정된다고 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만일 누군가가 양자론에 대해 생각하면서도 어지러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양자론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음을 실토하는 것이다.” 양자론의 선구자인 닐스 보어도 이렇게 말했다지만, 양자론의 아리송함은 양자역학이 등장한 지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비슷한 듯하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그런 양자론의 기이한 세계관을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사고실험이다. 방사성 물질과 독가스 장치, 그리고 고양이가 닫힌 상자 안에 함께 있다고 상상해보자. 일정 시간 뒤에 상자 안 고양이는 산 상태일까, 죽은 상태일까? 전통적인 양자론의 해석(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고양이는 살아 있으면서 동시에 죽어 있는 상태에 있다가 상자를 열어 관측하는 순간 중첩 상태가 붕괴하고 한가지 상태로 확정된다고 한다. 이 사고실험은 1935년 양자역학의 창시자 중 한명인 에르빈 슈뢰딩거가 코펜하겐 해석의 터무니없음을 비판하려고 고안한 것이지만, 역설적으로 지금은 오히려 양자론의 상징이 되었다.

그런데 슈뢰딩거 고양이의 운명을 둘러싼 해석은 양자역학 100주년을 맞은 오늘날까지 분분한 모양이다. 최근 네이처의 대규모 설문조사에 응답한 세계 양자역학 연구자 1100여명 중 36%만이 코펜하겐 해석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나머지는 다양한 해석을 선호했다. 상자를 열기 전 고양이의 실재 상태는 아예 앎의 영역 바깥에 있으며 우리는 우리가 아는 과학을 통해 도구적인 정보만 알 수 있을 뿐이라는 정보 기반 해석을 택한 과학자도 17%나 됐다. 또 다른 15%는 다중세계 해석을 선호했다. 상자 안 고양이는 살아 있는 세계와 죽어 있는 세계 모두에 존재하며, 관측을 통해 관측자는 자신이 속한 세계 하나를 선택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 밖에 자발적 붕괴론, 관계적 양자역학을 비롯해 이름도 난해한 해석과 이론을 좇는 과학자도 꽤 있었다.

양자역학의 핵심인 파동함수에 대한 인식도 나뉘었다. 하나는 파동함수가 양자 세계의 실재와 별개로 우리에게 유용한 수학적 도구로 충분하다는 인식론적 해석이고, 다른 하나는 파동함수가 어떤 식이건 양자 세계의 실재를 드러내고 보여준다는 실재론적 해석이다. 응답자 47%는 파동함수가 실험 결과를 정확히 예측해주는 수학적 도구일 뿐이라고 답했으며, 36%는 실재 양자 세계를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하게 나타낸다고 답했다.

흥미로운 점은 해석이 다양하고 심지어 충돌하더라도 양자 과학은 현실에서 놀라운 정확도로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컴퓨터, 통신, 화학, 에너지 등 분야의 첨단 기술에서 양자론은 필수 기반이 되었다. 네이처 보도에서 한 이론물리학자는 “실재에 대해 명확히 말할 수 없다는 점이 당혹스럽다”고 말하지만, 다른 이는 “이런 당혹스러움이야말로 창의성과 진보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양자론의 해석 논쟁은 과학의 근본에 대한 철학적 물음이기도 하다. 양자 과학이 보여주는 것은 세계 자체인가? 우리는 세계를 온전히 다 알 수 있는가? 과학은 의미 있는 질문을 풍부하게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슈뢰딩거 고양이는 여전히 상자 안에서 우리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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