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 기습발표에 지사도 당혹...제주 기초단체 설치 ‘분기점’
오영훈 지사-김한규 의원 수용 관심

이상봉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의 기초단체 의견수렴 발표는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도지사와 국회의원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면서 향후 논의 과정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 의장은 5일 제441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개회사에서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 8월까지 최종안을 마련하고 중앙정부에 요구하는 길을 찾겠다고 언급했다.
지역사회에 논쟁이 되고 있는 기초단체의 행정구역을 2개로 할지, 3개로 할지, 의회가 직접 나서서 도민의 뜻을 정리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정치권에 따르면 해당 내용은 당초 개회사 초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본회의 직전 이 의장의 지시로 수정이 이뤄졌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도 본회의 직전에 관련 내용을 전달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체제 개편을 전담하는 제주도 기초자치단체설치준비단도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다.
관련 법안을 발의한 김한규 의원(제주시을)과 위성곤(서귀포시)과도 사전 공유가 이뤄지지 않았다. 도의원의 상당수도 개회사 공개 전까지 관련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다.
제주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1년간의 숙의를 거쳐 이미 권고한 내용을 재논의 해야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향후 여론조사 방식과 설문 문항도 고민거리다. 기존 공론화 방향과 상반되는 결과가 나올 경우 수용 여부도 논쟁거리다. 지역별로 의견이 갈리면 또 다른 갈등이 촉발될 수도 있다.
제주도 관계자도 "행정체제 개편은 조례에 따라 공론화를 진행하고 권고안까지 마련한 것"이라며 "그 결과를 여론조사로 다시 논의하는 것이 적정한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이 의장은 공론화 이후 도민의 뜻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도민의 뜻을 묻고 이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이 의장의 판단이다.
더욱이 주민투표 요구권을 가진 윤호중 행정안전부장관이 행정구역에 대한 사전조율을 선결 조건으로 제시한 만큼 이에 대한 도민사회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해석도 더해졌다.
이 의장은 "행정체제 개편이 답보 상태에 놓이면서 도민들의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며 "십수년간 끌어온 현안을 현 시점에는 정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의회 주도로 도민의견 수렴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다음 기회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논의로 논쟁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른바 쪼개기 금지법을 발의한 김한규 의원은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것이 맞는지는 고민이다. 제주도와 의회에서 제안이 오면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의회는 제441회 임시회 기간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 회기가 끝나는 대로 여론수렴 방식을 서둘러 정하기로 했다. 여론조사는 2021년 2월 진행된 '제주 제2공항' 방식이 유력하다.
당시 제주도와 의회는 제주도기자협회 소속 언론사 컨소시엄을 통해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었다. 2개 여론조사 전문기관에서 각 2000명씩, 총 4000명을 조사했다.
이후 제주도와 의회는 여론조사 공정관리공동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조사 결과를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