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대작의 힘…폭염ㆍ폭우 뚫고 관람객 몰렸다
전시 2주만에 1만5000명 관람
날씨·유료 조건 뚫은 '문화 갈증'
국제협업 등 전시 유치 과정 '눈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ACC재단)에서 ACC 개관 10주년을 맞아 선보인 특별전 '뉴욕의 거장들'이 개막 2주 만에 누적 관람객 1만5000명, 티켓 판매량 3만6000장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그간 '예향'을 자부했지만, 수도권에 비해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 유치에 난항을 겪었던 광주에서도 블록버스터 전시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라는 평가다.
●날씨·유료 조건 뚫은 흥행돌풍…'문화 갈증' 방증
지난달 18일 막을 올린 이 전시는 그간 궂은 날씨와 유료 관람이라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하루 평균 약 1000명의 관람객이 찾는 등 광주는 물론 전국 관람객들의 관심이 뜨겁다.
'뉴욕의 거장들' 전시는 20세기 중반 현대미술의 중심지였던 뉴욕에서 활동한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 앤디 워홀 등 대표 작가 21명의 작품 36점을 한자리에 선보인다. 특히 잭슨 폴록의 1949년작 '수평적 구조'(Horizontal Structure)는 추정가 2000억원에 이르는 대작으로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5일 찾은 전시 현장은 평일임에도 가족단위관객, 타지역 방문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랜 기간 전무했던 대형 전시가 광주에서 열리는 것 자체에 호기심을 갖고 찾은 이들도 적지 않았다.
광주에 거주 중인 주희영(42)씨는 두 아들과 함께 전시장을 찾았다. 그는 "SNS 홍보를 보고 방문하게 됐다. 서울에 가야만 볼 수 있었던 유명한 전시를 광주에서 볼 수 있어 접근성 면에서 매우 만족스럽다"며 "추상표현주의 작품들이라 해석의 여지가 넓어 아이들 교육에도 유익하고 함께 관람하기에 더 흥미롭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광주까지 전시를 보러 온 자매 관람객도 있었다. 평소 인문학 미술 수업을 듣고 있다는 이금숙(64)씨는 "서울에서 온 교수가 '뉴욕의 거장들' 전시가 광주에서 열리고 있다고 추천해 줘 오게 됐다"며 "수업에서 보던 유명 작품들이 실제로 광주에 있다는 걸 듣고 직접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과거 광주시립미술관의 해외 명화전 경험을 떠올린 김정미(52)씨는 "예전에 열렸던 '루벤스, 바로크 걸작전' 이후, 광주에서 이런 고가의 세계적 작품을 접할 기회는 드물었다"며 "2000억원의 가치를 지닌 작품이 광주에 온다는 게 놀라웠고, 실물을 보고 싶은 호기심이 컸다"고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이처럼 이번 전시 유치에는 광주 시민들이 일상에서 세계 명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수도권 중심의 문화 흐름을 지역으로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국제 협업·긴박한 운송…전시 이면 드라마도 눈길
이번 전시는 리모델링을 시작한 뉴욕 유대인 미술관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ACC재단 단독으로는 추진이 어려운 대형 프로젝트였기에, 노원문화재단, 전시기획사 FEP, 이스라엘 미술관 등 국내외 기관들과의 긴밀한 협업이 전시 성사의 핵심이었다.
ACC재단은 지난해 6월 말부터 본격적인 기획에 참여해 전시 공간의 조건과 운영 여건을 면밀히 검토하며 실현 가능성을 모색했고, 협력 기관들과의 조율을 거쳐 광주 개최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신임 박상희 사무국장을 중심으로 구성된 개관10주년TF팀에게 국제 협업 과정은 매 순간이 도전이었다. 잭슨 폴록의 대표작 '수평적 구조' 운송 과정은 특히 긴박했다. 초기 협의 단계에서부터 전시 조건과 보험, 운송 비용 문제 등으로 협상이 길어졌고, 작품 출국 직전에는 이스라엘 현지의 긴장 상황으로 항공편이 돌연 취소되는 돌발 상황까지 벌어졌다. ACC재단 관계자는 "결국 여러 경유지를 거치는 대체 항공편을 어렵게 확보해 무사히 국내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작품 운송에 드는 비용이 작품값만큼 들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긴박했던 순간"이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 밖에도 해외 미술관 측이 요구한 전시 공간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국제 표준 시설보고서(STANDARD FACILITY REPORT)를 작성하는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조정호 ACC재단 문화사업부 본부장은 "보고서 하나 작성하는 데도 수많은 부서가 힘을 모아야 했고, 국제 기준에 맞추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며 "그동안의 운영 경험과 협력기관들의 국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신뢰를 쌓아나갔고, 전시 환경의 안정성과 전문성을 국제 파트너에게 충분히 증명해 내며 최종 협의를 끌어냈다"고 밝혔다.
한편 ACC는 전시 초반의 긍정적인 반응에 힘입어 해설 프로그램 확대, 야간 개장 등 관람 편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도 검토 중이다. 전시는 오는 10월9일까지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6관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