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석유 계속 사면 관세 왕창" 트럼프 위협에 미국·인도 갈등 고조
중재 이견·협상 교착… 불화 요인 중첩
브릭스와 전방위 충돌… 中 망외 소득

미국과 인도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불화 요인이 중첩된 데다 마땅한 대안 공급망이 없다고 인도가 호소하는데도 “러시아산 석유를 계속 사면 관세를 대폭 물리겠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듭 위협하면서다. 둘 사이가 벌어질 경우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중국이 예상치 못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모디의 진퇴양난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인도는 막대한 양의 러시아산 석유를 사들일 뿐 아니라 구매한 석유의 상당 부분을 공개 시장에 판매해 큰 이익을 얻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그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전쟁 기계(War Machine·군사 자원)'에 의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고 있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이 때문에 나는 인도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할 것”이라고 썼다.
목적은 두 가지다. 일단 우크라이나와의 휴전을 거부하는 러시아를 상대로 자금 압박을 가하기 위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도 전날 미국 폭스뉴스에 출연해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해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쟁에 자금을 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세 협상 교착 국면을 타개하려는 의도도 있다. 현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핵심 지지층인 농민들의 반발을 의식해 미국산 농산물과 유제품 대상 관세를 확 내리라는 트럼프 행정부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자칫하면 인도는 ‘관세 폭탄’을 맞을 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인도에 25%의 국가별 관세(일명 상호관세)와 함께 ‘벌칙’을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가 빨리 우크라이나와 평화 협정을 맺지 않으면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에 100% 이상의 ‘2차 관세’를 매기겠다고도 했다. 상호관세 발효일은 7일, 러시아에 제시된 휴전 합의 시한은 8일이다.
인도도 잠자코 있지 않았다. 란디르 자이스왈 외무부 대변인이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에 성명을 올려 “인도의 에너지 수입은 인도 소비자에게 예측할 수 있고 저렴한 에너지 비용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러시아와의 무역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인도를 표적으로 삼는 것은 정당하지 않고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 인도로 향해 오던 석유 물량이 유럽으로 가는 바람에 러시아산 도입이 불가피해졌다는 게 인도 측 항변이다.
트럼프의 자충수

양국 간 알력 심화는 극적인 반전이다. 올 초까지만 해도 인도는 미국의 핵심적 전략적 파트너였다. 지난 2월 두 나라는 향후 10년간의 방위 파트너십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관계가 삐걱대기 시작한 것은 5월 인도와 파키스탄 간 분쟁 뒤 휴전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중재 역할을 부각하면서다. 당시 인도가 외부 개입을 부인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주변에 불쾌감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무역 협상까지 잘 풀리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더 커졌다. 에스와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교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모디와 트럼프 간 브로맨스(남성들의 친밀한 우정)와 두 신흥 지정학적 동맹국 간의 표면상 긴밀한 관계는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문제는 인도와의 관계 악화가 미국에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다. 인도는 일본·호주와 더불어 중국 견제를 목표로 미국이 이끌며 운영 중인 안보 협의체 ‘쿼드’(QUAD)의 일원이다.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비서방 신흥국 연합체 브릭스(BRICS)의 회원국이기도 하다. 트럼프 집권 2기 들어 동맹과 경쟁국을 막론하고 관세 장벽을 세워 온 미국은 하필 브릭스 주축 국가인 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과 강하게 마찰을 빚고 있다. 각각 50%와 30%의 ‘관세 폭격’을 당한 두 나라는 중국 시장에서 수출 활로를 모색 중이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브릭스의 반미(反美) 결속을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시장의 가치와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미국 덕에 저절로 올라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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