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폭행보’ 김동관과 ‘신중모드’ 정기선…관세협상서 갈린 절친 행보

허인회 기자 2025. 8. 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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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필리조선소 발판 삼아 ‘마스가’ 전폭 지원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자 선정에도 영향?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지난 30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필리조선소를 방문한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왼쪽 두 번째부터),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한화 제공

한·미 관세협상에서 조선업이 주요한 역할을 한 가운데 한국 조선업계를 이끄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의 행보가 갈렸다는 평가다. 오랜 친구이자 경쟁자인 두 사람 가운데 김 부회장은 직접 미국으로 넘어가 협상을 지원 사격하는 등 눈에 띄는 모습을 보인 반면 정 부회장은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덜했기 때문이다. 향후 '마스가(MASGA)'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도 김 부회장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 '빅3'인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한·미 조선 협력 대응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운영에 돌입했다. 한·미 관세협상의 결과물인 조선 협력 패키지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이행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다. 정부 역시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범정부 차원의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추진하고 있다.

TF 목적은 1500억 달러(약 209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마스가 프로젝트 펀드의 운용 방향을 정하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선 3사의 대미 전략이 각기 달라 이를 조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업계에선 이번 마스가 프로젝트를 한화그룹이 실질적으로 이끌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화그룹의 3세 경영인 김동관 부회장이 재계 인사 가운데 가장 먼저 정부 협상단에 합류해 조선 협력안 마련에 적극 나선 탓이다. 실무적으로도 협상 과정에서 큰 도움을 줬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 부회장은 이른바 '핫라인'을 통해 한국 조선업체의 미국 현지 투자와 협력 방안에 대한 미국 측 질의에 정부 협상단이 답할 수 있도록 대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HD현대를 이끌고 있는 현대가 3세 정기선 부회장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펼쳤다. 조선업계 형님격인 HD현대중공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관세 협상 국면에선 두드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랜 친구이자 경쟁자인 이들의 행보가 갈린 데에는 미국 현지 사업 전략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3년 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그룹은 사명을 한화오션으로 바꾸고 조선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말엔 미국의 필리조선소를 약 1380억원에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상선을 비롯해 미국 방산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차원이었다.

미국 내 생산거점을 보유한 유일한 한국 조선사라는 이점은 관세 협상에서 빛을 발했다. 한·미 양국이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던 시점인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과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이 한화필리조선소를 방문해 현장을 둘러본 것이다. 현장에선 김 부회장이 직접 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맞이해 한·미 조선 협력 구상을 설명했다. 미 관계자들의 방문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협상 타결을 발표했다.

반면 HD현대는 직접 투자 대신 현지 업체와의 협력 강화로 미국 시장 저변을 넓히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방산 1위 조선사인 헌팅턴잉걸스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에 나선 상태다.

미국 내 상선 건조 야드를 5개 보유한 조선 그룹사인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도 전략적·포괄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사는 2028년까지 ECO 조선소에서 중형급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컨테이너 운반선을 공동으로 건조할 계획이다.

정기선(오른쪽) HD현대 수석부회장과 디노 슈에스트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 대표가 7월23일 경기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미국 내 컨테이너 운반선 공동 건조를 위한 세부 협력방안 등을 논의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HD현대 제공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권 양상에 영향?

관세 협상에서 김 부회장의 존재감이 뚜렷하게 드러난 가운데 총 사업비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의 향방에도 관심이 모인다.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되는 해당 사업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담당할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개념설계는 2012년 당시 대우조선해양이 맡았고, 기본설계는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맡아 2023년 12월 완료했다. 현재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맡은 사업자가 상세설계를 진행한 관례를 깨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KDDX 개념설계도를 불법 촬영해 직원이 유죄 판결을 받은 HD현대중공업은 감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한화오션 측의 입장이다.

방위사업청은 당초 지난 4월 관련 안건을 논의했지만 보류 결정을 내렸다. 방사청 내부에선 기본설계를 진행한 HD현대중공업에 상세설계를 수의계약으로 맡기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탄핵과 대선 정국이 맞물려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선 더 이상 사업 지체를 막기 위해선 새 정부에선 결단을 내릴 것이라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그룹이 관세 협상에서 역할을 하면서 무게추가 한화오션으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조심스레 나오는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도 사업자 선정을 놓고 여러 말이 나오자 방사청은 최근 "KDDX 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국방부 차원의 사업추진방안 점검 및 국회 대상 설명 과정을 거친 후 빠른 시일 내 위원회에 재상정할 계획"이라며 "아직 사업 추진 방안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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