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동물원 “곧 죽거나 원치 않는 반려동물, 맹수 먹이로 환영”

이철민 기자 2025. 8. 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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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보르 동물원 “가장 자연스러운 포식 동물의 먹이사슬 모방”
반대 여론 “동물에 대한 끔찍한 무관심 추세 반영…절대 용납 못해”

덴마크 북부의 오르보르(Aalborg Zoo) 동물원이 생을 마감하거나 더 이상 원치 않는 반려동물을 사자, 유라시아스라소니 등 포식동물의 먹이로 기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동물원은 지난 달 31일 페이스북 게시물에서 “어떠한 사유로든 삶을 마감할 시점에 이른 동물을 기꺼이 받는다”며 “기부된 반려동물은 훈련된 직원이 ‘부드럽게 안락사’ 시킨 뒤, 포식동물의 먹이로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동물원은 기부를 받는 반려동물로 기니피그ㆍ토끼ㆍ닭, 심지어 어깨높이(體高)가 147㎝ 이하의 작은 말 등 생의 끝자락에 있는 반려동물로 명시했다. 오르보르 동물원에는 사자, 호랑이 외에도 유라시아스라소니 등 다양한 포식 동물이 수용돼 있다

동물원 게시물은 “이렇게 하면 아무것도 낭비되지 않고, 우리 포식동물들에게는 자연스러운 먹이 행동과 영양, 복지를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닭, 토끼, 기니피그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사전 예약이 없는 경우 1인당 4마리까지 기부가 가능하다.

이 동물원 웹사이트는 말을 기부하는 절차도 소개했다. 이 웹사이트는 “말은 살아있는 상태로 오르보르 동물원에 보내지며, 동물원 사육사와 수의사가 함께 안락사 시킨 후, 도축된다”고 밝혔다.

말을 기부하는 사람은 세금 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기부되는 말은 반드시 말의 신원과 건강 상태, 소유자 정보 등이 담긴 공식 문서(horse passport)가 있어야 하며, 최근 30일 내에 질병 치료를 받은 병력(病歷)이 없어야 한다.

말고기 값은 ㎏당 5 덴마크 크로네(DKKㆍ약 1000원)으로 산정했다. 동물원은 기부되는 반려동물과 관련해서, “연중 동물원이 필요로 하는 수요가 다르며, 대기 목록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덴마크 오르보르 동물원이 사육하는 유라시아스라소니. 동물원 측은 자연에서 이 포식동물이 먹잇감을 구하는 방식을 최대한 모방할 수 있게, 닭ㆍ토끼ㆍ기니피그 등을 기부해 달라고 요청했다./오르보르 동물원 페이스북

이 동물원 측은 인스타그램 게시물에서 “우리는 동물의 자연계 먹이사슬을 모방할 책임이 있고, 소형 가축은 포식동물의 먹이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런 방식으로 제공되는 먹이는 “야생에서 사냥했을 법한 먹잇감”과 유사하며, 유라시아스라소니에게는 특히 그러하다고 밝혔다.

이 동물원의 피아 닐센(Pia Nielsen) 대변인은 미 과학 대중매체인 ‘포퓰라 사이언스(Popular Science)’ 인터뷰에서 “우리는 수년간 포식동물들에게 소형 가축을 먹이로 제공해 왔다”며 “포식동물을 사육하려면 반드시 고기를 제공해야 하며, 가급적이면 털, 뼈 등도 포함된 자연스러운 형태의 먹이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이유로 안락사가 필요한 동물들이 이런 방식으로 유용하게 사용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며, 덴마크에서는 많은 방문객과 협력자들이 이러한 반려동물 기부 기회에 긍정적으로 반응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이를 “덴마크에서 점점 심해지는 동물에 대한 무관심의 추세”라고 표현했고, 다른 사람은 “반려동물을 먹이로 주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썼다.

그러나 일부 이용자들은 동물원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기부 절차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요청했다. 기르던 토끼를 이 동물원에 기부한 적이 있는 한 사람은 “정말 친절하고 전문적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덴마크 거주자인 시그네 플뤼브홀름은 뉴욕타임스에 자신도 안락사 위기에 처한 900㎏의 말을 포식동물의 먹이로 기부하고 싶었지만, 동물원이 취급하기엔 너무 커서 바이오 연료와 비료를 생산하는 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의 말은 발굽에 있는 연골이 뼈로 변하는 심각한 건강 문제로 인해 안락사가 필요했다고 한다.

한편, 덴마크 동물원들이 사육하는 동물의 죽음을 다루는 방식은 이전에도 논란이 된 적이 있다. 2014년에 코펜하겐 동물원은 건강한 어린 기린 마리우스(Marius)를 안락사시켰다. 마리우스의 유전적 특징이 이미 이 동물원이 기르는 기린 집단에 충분히 공유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코펜하겐 동물원은 마리우스의 해부 과정을 일반인에게 공개해 교육 기회로 삼았고, 마리우스 사체는 사자 등 맹수에게 먹이로 주어졌다. 또 몇 주 뒤, 이 동물원은 사자 무리에서 부모와 새끼 두 마리 등 네 마리를 안락사시켰다. 아빠 사자가 딸들과 번식하는 것을 막고, 다른 수컷들이 새끼 사자들을 공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이유에서였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미국 동물원은 피임을 통해 사육하는 동물의 번식을 통제하는 반면에, 유럽의 동물원들은 동물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장려하기 위해 번식을 허용하고, 과잉 개체는 안락사시키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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