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994년 이후 가장 무더웠다…‘이중 솜이불 현상’이 원인

김규남 기자 2025. 8. 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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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7월 기후특성’ 자료 보니
지난달 22일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를 덮은 가운데, 폭염경보가 발령된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인근 도로에서 시민들이 양산과 옷가지 등으로 햇볕을 막으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은 상순에 이례적인 이른 무더위가 덮치면서 ‘극한 폭염-집중호우-극한 폭염’이 이어지는 패턴을 보였다. 7월 전국 평균기온은 27.1도로, 역대 가장 무더웠던 1994년(27.7도)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7월 우리나라 주변 해수면 온도는 최근 10년 새 가장 높았다.

7월 전국 폭염일수 역대 3위, 평년보다 10.4일 많아

5일 기상청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5년 7월 기후특성’ 자료를 발표했다. 6월 말부터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를 덮으면서 이어진 무더위는 7월 상순에도 지속됐다. 7월 상순 전국 평균기온은 28.2도로 평년보다 4.8도 높아 역대 1위를 기록했다. 특히 8일에는 경기 의왕, 광명 등에서 낮 최고기온이 40도 이상으로 오르기도 했다. 하순에는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이중 솜이불’처럼 우리나라를 덮었고, 맑은 날이 많아 낮 동안 강한 햇볕으로 기온이 크게 올랐다. 밤에도 높은 기온이 이어지면서 밤낮 없는 무더위가 지속됐다. 하순의 전국 평균기온은 28.4도로 ‘역대급’ 폭염의 해인 2018년(29.3도)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특히 25~30일에는 7·8호 태풍으로부터 고온다습한 공기가 남동풍을 따라 우리나라로 유입됐다. 이 공기가 소백산맥을 넘으며 온도가 오르는 푄 현상으로 인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낮 최고기온이 38도 이상 상승했고 밤에도 열대야가 기승을 부렸다.

7월 전국 폭염일수는 14.5일로 역대 3위를 기록했고, 평년보다 10.4일 많았다. 특히 26일에는 강원 대관령이 1971년 관측이래 처음으로 33.1도까지 오르며 사상 최초로 폭염이 발생하기도 했다. 7월 전국 폭염일수 역대 1위는 1994년(17.7일), 2위는 2018년(15.4일)이다. 7월 열대야일수는 6.7일로 역대 4위이고, 평년보다 3.9일 많았다. 특히 서울은 열대야일수가 평년(4.8일)에 견줘 4.8배 많은 23일로 1908년 관측이래 가장 많았다. 서울 외에도 인천(22일), 충북 청주(21일), 전남 목포(21일), 강원 강릉(18일), 충남 보령(15일), 강원 속초(14일), 강원 원주(10일)에서도 관측 이래 열대야일수 역대 1위를 기록했다.

7월 상순 우리나라 무더위에 영향을 준 기상학적 현상들. 기상청

7월 상순에 이른 무더위가 나타난 이유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빠르게 확장했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그 원인을 “열대 서태평양의 활발한 대류 활동으로 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필리핀 인근 해역인 서태평양의 활발한 대류 활동은 우리나라에 평년보다 강한 고기압성 흐름을 유도해 북태평양고기압 발달에 크게 영향을 줬다. 또 북태평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도 충분한 열원을 공급해 북태평양고기압의 발달을 도왔다. 여기에 대기 상층에서 전 지구적으로 중위도 지역을 가로질러 정체된 고기압 구조가 형성됐는데, 우리나라 상공에도 고기압이 지속적으로 위치해 기온 상승에 기여했다. 이러한 전 지구적인 중위도 고기압 정체 패턴은 인도 몬순과 인도 북서부 지역 대류의 강화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7월 강수량의 96%가 중순에 집중

100㎜ 폭우가 쏟아진 지난달 17일 오전 광주광역시 남구 백운광장 인근 상가와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7월 전국 강수량은 249㎜로 평년(296.5㎜)에 견줘 85.8% 수준으로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순(239.4㎜)에 평년(106.5㎜)의 갑절이 넘는 양의 비가 몰아서 퍼부어 비 피해가 컸다. 중순의 전국 강수량은 239.4㎜로 7월 강수량의 대부분(96.1%)이 쏟아졌다. 특히 16~20일에는 북서쪽의 찬 기압골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동쪽-남동쪽에 위치한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덥고 습한 공기가 유입되며 전국적으로 200~700㎜의 극한 호우가 쏟아졌다. 특히 충남 서산(시간당 114.9㎜), 경남 산청(시간당 86.2㎜), 광주광역시(시간당 76.2㎜), 경남 합천(78.6㎜)은 시간당 강수량 7월 최고값을 경신했다. 이 시기 충남 서산, 경남 산청 등에는 총 161건의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특히 국지적으로 단시간에 강한 비가 집중되면서 강수량이 지역적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상순에는 고기압 영향권에서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가 중순에 기압계가 크게 달라지며 상층 기압골의 영향으로 집중호우가 내리게 됐다. 기상청은 상층 기압골의 영향을 받게 된 원인에 대해 “그린란드 부근 북대서양에서부터 동아시아에 걸쳐 중위도 대기 파동이 강화된 것과 관련된다”고 분석했다. 또 이 상층 기압골은 우리나라 주변의 기압능 사이에서 더욱 강하게 발달했고, 동쪽의 북태평양고기압으로 인해 빠져나가지 못하고 일주일 동안 우리나라에 영향을 줬다.

최근 10년간 7월 우리나라 주변 바다 해수면 온도. 기상청

7월 우리나라 주변 바다의 해수면 온도는 24.6도로 최근 10년 중 가장 높았다. 6월 말부터 기온 상승과 함께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도 빠르게 상승해 최근 10년 평균(23.3도)보다 1.3도 높았다. 해역별로는 서해 23.1도, 동해 24.1도, 남해 26.6도였다. 최근 10년 평균보다 각각 1도, 1도, 2도 더 높았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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