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대 아내 어부가 손 모으고 있었지
하얗게 길을 내고 하얗게 길을 지우며
저물녘 포구 안으로 들어오는 어선 한 척
사십대 아내 어부가
고물 닻을 내린다
어선이 사람이고 어부가 어선 같다
바다가 보살피는 어부 둘 어선 한 척
구릿빛 아내 어부가
차광모를 벗더니,
바다와 어선과 어부가 한 빛깔로 물이 들고
고요히 아내 어부가 손 모으고 있을 때
하늘도 포구로 다가와 눈시울을 붉혔지
바다에 모든 것들, 혈육처럼 살가운 것들
하나 둘 불을 켜며 눈물부터 글썽이는…
방파제 등댓불 가까이
초승달도 고왔지.
/2013년 고정국 詩
#시작노트
가끔씩 포구의 아름다움에 반할 때가 있습니다. 그날도 노을 녘에 어로작업을 마치고 돌아온 5톤급 정도의 어선이 있었습니다. 그 어선의 선장은 사십대 중반의 남편이었고, 선원은 사십대 초반의 아내였습니다. 접안 직전 아내 선원이 첨벙 하고 고물 닻을 내리고는, 다시 뭍으로 뛰어올라 쇠고삐를 묶듯 쇠말뚝에 닻줄을 엮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배로 오르더니 선장 남편과 오늘의 어획고를 노란색 컨테이너 상자에 담았습니다. 남편 선장이 그 컨테이너 상자를 일 톤 트럭에 싣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 아내 선원은 배 후갑판으로 홀로 서서 해 지는 수평선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그 감사의 기도가 하늘과 바다에 닿았는지 한층 붉어진 표정의 하늘과 바다가 역광에 비친 아내 선원의 뒷모습을 성자 형상으로 세워놓고 있었습니다. 그 어떤 그림이나 풍경과도 비교될 수 없을 만큼 아무런 설명도 필요 없는 경건한 아름다움뿐이었습니다.
가만히 저물던 바다 멀리에서 오래 전 내가 좋아했던 이태리 영화음악 <철도원> 선율이 들려오면서, 검붉게 저무는 수평선 위로 칙칙폭폭 기차가 지나가는 환상에 젖게 했습니다.
'피안彼岸'이란 낱말을 인터넷 사전에 찾아보니, "진리를 깨닫고 도달할 수 있는 이상적 경지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의 <시와 시작노트>를 함께하시는 독자 분께서는 저마다 자기 삶의 현장에서 아름다움을 지니고 사시는, 이미 한 편의 詩이며, 한 편의 그림이며… 피안의 경지에 펼쳐지는 한 권의 경전 같으실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1947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 출생
▲ 1972~1974년 일본 시즈오카 과수전문대학 본과 연구과 졸업
▲ 198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 저서: 시집 『서울은 가짜다』 외 8권, 시조선집 『그리운 나주평야』. 고향사투리 서사시조집 『지만울단 장쿨레기』, 시조로 노래하는 스토리텔링 『난쟁이 휘파람소리』, 관찰 산문집 『고개 숙인 날들의 기록』, 체험적 창작론 『助詞에게 길을 묻다』, 전원에세이 『손!』 외 감귤기술전문서적 『온주밀감』, 『고품질 시대의 전정기술』 등
▲ 수상: 제1회 남제주군 으뜸군민상(산업, 문화부문),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유심작품상, 이호우 문학상, 현대불교 문학상, 한국동서 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등
▲활동: 민족문학작가회의 제주도지회장 역임. 월간 《감귤과 농업정보》발행인(2001~2006), 월간 《시조갤러리》(2008~2018) 발행인. 한국작가회의 회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