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태풍의 눈' 노란봉투법 '핵심' 톺아보기

이경남 2025. 8. 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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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대상 늘리고 손해배상 연대 채무 삭제
재계 "지나친 파업, 산업 경쟁력 위축" 우려
정부·근로자 "간접고용 늘고 노사 대화 촉진"

새 정부 들어 재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상법 개정안 통과, 법인세 인상 등 보폭을 좁히는 정책들이 연이어 시행됐고 자사주 소각 의무 부여 등으로 재계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에 대한 걱정이 큽니다. 이전에 통과된 정책들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이유에섭니다. 대체 노란봉투법은 어떻게 법이 바뀌고 법안이 통과되면 어떤 부정적인 영향들이 있는 걸까요.

노란봉투법 '핵심' 살펴보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이유를 찾기 위해선 시계를 지난 2009년으로 돌려야 합니다. 당시 연이은 적자를 보던 쌍용자동차는 법정관리 신청과 함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노조가 이에 반발해 대규모 파업에 나섰죠. 파업은 77일간 이어졌는데요 경찰의 무력사용, 노조의 불법 무기 사용 및 공장 설비 파괴 등으로 인해 '쌍용자동차 사태'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이후 쌍용자동차는 노조의 불법 행위로 인해 회사가 본 피해를 보상해달라는 소송을 냈고요. 이후 법원이 이 사태에 참여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47억원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합니다. 이에 근로자 측을 지지하던 시민들이 과거 월급봉투인 '노란봉투'에 성금을 모아 지원하기 시작해요. 이후 노조 쟁의 행위에 대한 법률적 정의를 다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는데 이게 바로 지금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노란봉투법'의 시작입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 핵심은 해당 법의 2조와 3조의 내용을 수정하는 것입니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을 살펴볼까요. 해당 법안의 '정의'에 대해 다루는 2조 개정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사용자, 즉 고용인의 범주에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는 사용자로 본다라는 내용이 추가됩니다. 

이전에는 최초로 사업 등을 수주한 '원청기업'과 이 기업에 근로하는 근무자만 이 법의 테두리에 있었다면 이제는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하청근로자라 하더라도 원청기업의 의사결정에 따를 경우 단체교섭의 대상, 즉 관련 기업의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겁니다. A라는 사업을 진행하는 B기업이 C기업에게 하청을 줬고 C기업 직원들이 B기업을 상대로 노조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거죠.  

그 다음 개정 내용도 2조 입니다. 2조 5항의 '노동쟁의'에 대한 정의를 수정하는 겁니다. 이전에는 노동쟁의를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간에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상태를 말한다'라고 돼 있는데요 여기서 '근로조건의 결정'에 '근로조건'을 더하는게 핵심이죠.

근로조건이 추가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근로조건의 결정'만 명시돼 있다면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서로 논의하는 내용, 예컨대 미래의 임금, 복지, 근무 시간 등을 새롭게 논의할 때 노조의 의견이 받아들여 지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었죠. 하지만 '근로조건'이 추가되면 이 외에도 공장 폐쇄, 해외 이전, 구조조정 철회 등에 반대해 파업 등 노동쟁의 행위에 나서더라도 불법이 아닌 합법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죠.

이 다음에 개정되는 것은 3조 입니다. 3조는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에 대한 내용이죠. 파업으로 사용자가 손해를 입었을 경우 이를 노조에 청구하면 노동자의 권리를 헤칠 수 있게 마련돼 있는 항목입니다. 이를 좀 더 구체화 하는게 이번 개정안의 골자죠. 

3조 개정안의 핵심은 손해배상 청구의 대상 행위를 '단체교섭', '쟁의행위'와 더불어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을 더하는게 개정 내용 중 하나입니다. 면책의 범위에 포함되는 '노동쟁의' 범주를 넓히는 거죠. 

또 법원이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근로자에게 인정하는 경우는 손해의 배상 의무자인 근로자에 대하여 책임비율을 정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겼는데요 노동법 개정안 중 가장 갑론을박이 치열한 내용입니다.

이 내용은 사용자가 노조의 활동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이를 법원이 인정했을 경우 배상이 있는 의무자별로 귀책사유를 별도로 입증토록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D기업이 E와 F라는 두 개 노조의 불법 행위가 있었고 이로 인해 10억원의 피해를 입혔다고 가정하죠. 이전에는 E와 F가 연대로 10억원을 배상해야 합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E의 귀책비율이 30%, F의 귀책비율이 70%라면 E는 3억원, F는 7억원의 배상을 하도록 명문화 됩니다. '연대책임'이 사라지고 스스로의 행위에 대한 책임만 지는거죠.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7월 31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노동조합법 개정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골머리 앓는 재계 VS 문제 없다는 정부

재계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상법 개정안, 자사주 소각의무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있죠. 심지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노란봉투법 통과 시 잦은 파업으로 인해 산업 생태계를 뿌리째 흔들 것"이라고 우려습니다. 

재계가 우려하는 근거 중 하나는 파업이 지나치게 빈번해 질 수 있다는 겁니다. 하청 등 간접고용자들도 노동조합의 대상이 되고 노동쟁의의 개념이 확대될 경우 더 많은 이해관계자들과 더 많은 내용을 가지고 합의해야 하는데, 자연스럽게 의견통일이 어려워 '합법'의 영역에서의 파업이 이전보다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거라는거죠. 

손경식 회장은 "수백개 하청 노조가 교섭 요구 시 산업 현장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진다"라며 "하청 노조 파업이 빈번하면 원청은 협력업체와 거래를 단절하거나 해외로 사업체를 이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하나의 근거는 법안 3조에 기인 합니다. 3조가 개정되면 불법행위가 발생했을 때 귀책 비율에 따라 배상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를 바꿔 말하면 귀책사유와 기여도를 기업이 입증해야 하고 이를 해내지 못하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가 담깁니다. 

이와 관련 김&장 법률사무소는 노란봉투법의 주요 내용과 노사관계에 미칠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때, 각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를 입증하도록 하고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라며 "이로 인해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사실상 제한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며 결국 기업들로서는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더 많은 실무적 노력과 충분한 법률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은 근로자의 일방적인 주장이 담겼고 재계 등과는 충분한 논의와 의견수렴이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이 때문에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반면 정부와 근로자 등은 노란봉투법을 통해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를 한 층 더 발전시킬 계기가 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그간 하청 노동자는 원청 사업장에서 원청을 위해 원청 노동자와 함께 일하면서도 자신들의 근로조건에 실질적 결정권을 가진 원청과는 대화조차 할 수 없었다"라며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대해서도 정당한 논의의 문을 열어 노사 간 자율적 대화가 더욱 촉진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갈등에서 벗어나 생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는 분쟁으로 인한 리스크를 줄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근로자 노동환경이 개선되는 선순환 구조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근로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해 OECD 국가 중에서도 법제적인 측면에서 하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노란봉투법이)경직돼 있는 우리나라 근로에 대한 시선을 개선하는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세계 역사에서 민주주의 전환점이 된 프랑스 대혁명 이후 프랑스는 '저항권'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꼽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노동조합 활동 등 투쟁은 민주주의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죠. 이는 갈등을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이 자리잡은 데다가 소수건 다수건 모든 구성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기 때문일 겁니다.

노란봉투법은 이달 임시국회에서 통과 여부가 결정될 예정입니다. 노란봉투법이 일방적인 통보가 아닌 정치권-기업-근로자 간의 충분한 협의와 합의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의 활력이 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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