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이 그렇게 나쁘다면, 과일 속 당분은 괜찮은 걸까?

이는 과일이나 채소, 우유와 같은 자연식품에 존재하는 당분(자당, 과당, 포도당 등)과 ‘첨가당’ 또는 ‘유리당’free sugar)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다.
첨가당은 식품에 맛을 내기 위해 인위적으로 추가하는 설탕을 가리킨다.
유리당은 자연식품에 들어있는 당분이 식품 제조 과정에서 과일과 채소의 섬유질로부터 분리된 것이다. 과일·채소 주스, 꿀 등을 떠올리면 된다. 섬유질과 함께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것이 자연당과의 가장 큰 차이다.
호주 시드니대학교 부속 로열 프린스 알프레드 병원의 내분비과 진료 책임자 닉 풀러 박사와 플린더스 대학교 영양학자 케이시 디킨슨 박사가 비영리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각각 기고한 글을 종합하면 건강에 문제가 되는 것은 첨가당이나 유리당이다.
과일 속 당은 건강에 해롭지 않아
과일에 포함된 자연 당분(natural sugar)은 풍부한 식이섬유, 항산화 물질, 비타민, 미네랄 등과 함께 흡수되며, 혈당을 천천히 올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에너지를 제공하고 건강에도 이롭다.
과일 때문에 당분을 너무 많이 섭취할 위험은 크지 않다. 예를 들어 100% 오렌지 착즙주스 350㎖ 한 병에 포함된 당분(약 30~35g)과 같은 양을 진짜 과일로 얻으려면 중간 크기(약 130g 기준) 오렌지 약 3개를 먹어야 한다.
참고로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에서는 총 당류 섭취를 전체 에너지 섭취량(성인 여성 2000㎉·남성 2500㎉)의 20% 미만, 가당 음료 등에 포함된 첨가당을 10% 미만으로 권고하고 있다. 그램으로 환산하면 하루 총 당 섭취 권장량은 100g(남 125g), 첨가당은 50g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첨가당 하루 최대 권장 섭취량은 50g, 건강을 위한 이상적 기준은 25g이하다. 자연당에 대한 기준은 없다. 식이섬유와 각종 영양성분을 함께 먹어 건강에 이롭기 때문에 과도하지만 않으면 섭취가 권장된다.
과일은 자연이 준 건강한 간식
과일은 식이섬유의 훌륭한 공급원이다. 예를 들어, 바나나 하나는 하루 식이섬유 권장 섭취량의 20~25%에 해당하는 섬유질을 제공한다. 식이섬유는 우리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장내 미생물 군집(마이크로 바이옴)의 먹이다. 과일을 섭취하면 장 건강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포만감을 높여 과식 위험을 줄이고, 대장암, 심혈관 질환, 비만 등의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과일은 또한 비타민 A·C·E, 칼륨, 플라보노이드 등 면역력 강화와 항산화 작용에 필수적인 영양소를 다량 포함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과일과 채소 섭취가 많은 사람일수록 암, 비만,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일, 설탕 걱정 말고 맘껏 드시길
WHO는 하루 400g 이상의 과일과 채소를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우리나라 질병 관리청은 이보다 많은 500g을 매일 먹는 게 좋다고 권장한다.

WHO는 하루 2~3회의 과일 섭취를 권장한다. 총량으로 따지면 하루 200~300g이다.
과일별 1회 섭취 기준량(100g)을 예로 들면 사과 중간 크기 반개, 바나나 중간 크기 1개, 딸기 6~8개, 포도 20~25알, 수박 손바닥 크기 한 조각, 귤 작은것 1~2개, 키위 1개 등이다.
‘과일에도 당분이 들어 있으니 적당히 먹어야 한다’는 말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 건강에 해로운 것은 가공식품에 포함된 첨가당이며, 과일 속에 자연스럽게 포함된 당은 함께 섭취하는 여러 다른 영양소 덕에 건강에 도움을 준다.
자연이 준 간식인 과일을 적극적으로 섭취하는 것을 꺼릴 이유가 없다. 다만 주스나 말린 과일(건포도, 건자두, 건바나나 등)처럼 당이 농축되거나 섬유질이 제거된 형태는 먹는 양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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