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균, 아이에게 무조건 좋을까”…유럽 소아학회 권고안 곧 발표

원종혁 2025. 8. 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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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아과학회서 목록 선공개…“효과 입증된 소수 균주만 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장 건강에 좋다', '면역력 향상에 도움된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유산균 제품을 먹이는 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특정 상황에서 효과가 입증된 일부 균주만 어린이에게 권장된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나왔다.

유럽소아소화기영양학회(ESPGHAN)는 어린이에게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를 사용할 수 있는 질환과 조건을 명확히 정리한 새로운 권고안을 준비 중이다. 이 권고안은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5 프랑스 소아과학회(Congress of the French Society of Pediatrics)'에서 선공개됐다. 공식 발표는 조만간 학회지 게재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발표자인 프랑스 파리 로베르드브레 병원의 소아 위장병 전문의 알렉시스 모스카 박사는 "출판 전까지 권고안 내용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프로바이오틱스, 질환별로 선택해야"

프로바이오틱스는 장내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살아있는 유익균을 뜻한다. 의학계에서는 특정 질환에서 효과가 입증된 균주(strain)만을 '의학적으로 유효한 프로바이오틱스'로 본다.

ESPGHAN은 동일 질환에서 최소 두 건 이상의 무작위 대조 임상(RCT, 임상 근거 수준이 가장 높은 연구) 결과를 통해 유효성이 확인된 균주만 소아에게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학회가 권고한 대표적인 균주는 '락토바실러스 람노서스 GG (Lactobacillus rhamnosus GG, ATCC 53103)'를 비롯해 '사카로마이세스 보울라르디 (Saccharomyces boulardii, CNCM I-745)', '락토바실러스 루테리 (Lactobacillus reuteri, DSM 17938)', '비피도박테리움 락티스 (Bifidobacterium lactis, BB-12)', '비피도박테리움 인판티스 (Bifidobacterium infantis, BB-02)', '스트렙토코쿠스 서모필루스 (Streptococcus thermophilus, TH-4)' 등이다.

특히 권고안에 따르면, 위 균주들은 특정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다. ▲급성 위장염 및 항생제 관련 설사 예방에는 락토바실러스 람노서스 GG와 사카로마이세스 보울라르디 균주를 항생제와 동시에 복용하는 것을 권장했으며, ▲병원 내 감염성 설사에는 락토바실러스 람노서스 GG, ▲미숙아 괴사성 장염에는 락토바실러스 람노서스 GG 또는 비피도박테리움 인판티스·비피도박테리움 락티스·스트렙토코쿠스 서모필루스 혼합 조합을 추천했다.

더불어 영아 산통(배앓이)에는 락토바실러스 루테리와 비피도박테리움 락티스가 추천됐는데, 이는 신생아나 생후 2~3개월 된 아기가 신체에 어떤 병이 없는데도 발작적으로 심하게 계속 우는 증상을 말한다. 기능성 복통과 과민성 장증후군에는 락토바실러스 루테리, 락토바실러스 람노서스 GG가 권장됐다.

모스카 박사는 "프로바이오틱스는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 질환과 상황에 따라 균주를 선택해야 하며, 복용 시점도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염증성 장질환(IBD), 변비, 셀리악병, 소장세균과다증후군(SIBO) 등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 사용이 권장되지 않는다.

분유에 넣는 유산균? "뚜렷한 효과 없다"

최근 모스카 박사 연구팀은 《소아 위장병학 및 영양학 저널(JPGN)》에 분유에 첨가된 유산균의 효과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 대상에는 비피도박테리움 락티스, 스트렙토코쿠스 서모필루스, 락토바실러스 존소니(Lactobacillus johnsonii La1) 등이 포함됐으나, 대부분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개선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인간유래 올리고당(Human Milk Oligosaccharides, HMO) 성분은 변을 부드럽게 하는 효과를 보였지만, 이 역시 고용량에서만 가능했다.

유산균 제품의 품질은 여전히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프랑스 소비자보호 당국은 2022년 말 영아용 유산균 16종을 검사한 결과, 표기된 성분과 실제 성분이 일치한 제품은 단 1종뿐이었다. 일부 제품에서는 표기된 균주가 존재하지 않거나 오염, 또는 제품 간 성분 차이가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

세계적으로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제 연구에서 시판 유산균 30개 제품 중 43%가 라벨 성분과 불일치했으며, 일부는 표기되지 않은 균주가 포함되거나 기재된 균주가 빠진 경우도 있었다.

모스카 박사는 "아이에게 프로바이오틱스를 사용할 경우 효과가 입증된 균주인지, 적정 용량과 투여 기간은 어떤지를 전문가와 반드시 상담한 뒤 복용해야 한다"며 "균주의 학명, 코드, 용량이 명확히 표기된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신생아나 면역력이 약한 아이에게는 전문의 상담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원종혁 기자 (every8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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