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기획] 대구 도심 빈집 공포 <3> 해마다 느는 사회문제, 정비 행정은 표류…빈집 철거해 나대지되면 세금 느는 비현실적 기준 자발적 철거조차 막아

대구지역 빈집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를 따라가야 할 행정제도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각 구·군은 예산 부족, 소유주 파악 난항 등으로 적극적인 정비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비현실적인 지원 기준과 세제 역진성은 자발적인 철거조차 어렵게 만들고 있다.
◆쌓이는 빈집, 정비는 뒷걸음질
대구지역은 현재 각 구·군에서 빈집 철거 사업을 개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철거 후 일정 기간 해당 부지를 주차장, 소공원 등 공공 용도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최근 4년간 정비된 빈집은 총 339호에 달하며, 해마다 실적은 줄어드는 추세다. 2021년에는 101건을 기록했지만 2022년 90건, 2023년 73건으로 감소했다. 2024년에도 75건에 그쳤다. 사업 규모는 유지되고 있으나 실제 성과는 뒷걸음질하고 있다.
정비 예산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21년 9억8천600만 원에서 시작해, 2024년에는 14억450만 원까지 확대됐다. 특히 군위군과 달성군 등 빈집 밀집 지역에 배정된 예산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하지만 예산 확대가 정비 실적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최근 철거비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데다, 일부 빈집이 산지나 좁은 골목 등 장비 접근이 어려운 곳에 있어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탓이다. 단층 주택조차 철거비가 3천만 원을 넘기는 경우가 많고, 2층 이상의 건물은 5천만 원 이상 소요되기도 한다. 반면, 현재 대구시가 지원하는 철거비는 최대 3천만 원 수준에 머물러 있어 영세 소유주에게는 여전히 큰 부담이다.
지역별 정비 실적에도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군위군은 132건, 달성군은 80건으로 전체 실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달서구는 같은 기간 10건에 불과했다. 수성구와 북구도 각각 14건에 머물렀다. 특히 달서구는 2024년 한 해 동안 단 한 건의 빈집도 정비하지 못해 사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늘어나는 예산, 제자리걸음 정비
대구 도심 내 빈집은 대부분 노후 기반시설이 부족한 지역에 집중돼 있다. 이들 지역은 접근성과 생활 편의성이 떨어지는 탓에 공공기관도, 민간 개발사도 리모델링이나 매입 사업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특히 빈집이 고르게 분포하지 않고 흩어져 있으며 무허가 건축물이 포함된 경우가 많다. 일괄 개발은 물론 재개발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각종 정비 계획은 수립되고 있지만, 실제로 사업이 착수되거나 마무리되는 사례는 드물어 '행정 표류'가 굳어지고 있다.
안전상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지자체장은 직권으로 철거하거나 이행 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권한이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최근 수년간 대구시는 단 한 건의 직권 철거나 강제 이행 조치도 시행하지 않았다. 주민 민원, 법적 분쟁 우려가 발목을 잡는다. 더욱이 빈집 소유자가 여럿이거나 소재 불명인 경우가 많아 동의를 얻는 데 몇 달이 걸리거나 아예 행정이 멈춰 서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철거하면 세금 더 내야 한다?"… 제도 모순 여전
빈집 철거를 주저하는 또 다른 요인은 다름 아닌 세금이다. 빈집으로 남아 있을 때는 주택으로 간주해 상대적으로 낮은 재산세가 부과되지만, 철거 이후에는 해당 부지가 나대지로 분류되며 세금이 오히려 늘어나는 구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철거 후에도 기존 수준의 주택 세율을 5년간 유지하는 특례 제도를 도입했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한 소유주는 "철거하면 세금 부담이 커지는 건 여전한데, 누가 먼저 나서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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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민 기자 jmkw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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