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올해 출연작만 4편…남규희 “칸까지 방문, 기세 좋아”

유지혜 기자 2025. 8. 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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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남규희. 런업컴퍼니 제공.
배우 남규희가 새로운 '다작 아이콘'으로 올라섰다.

2020년 드라마 '연애혁명'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남규희는 5년차를 맞은 올해 제대로 상승세를 탄 분위기다. 1월 종영한 ENA '나미브'를 시작으로 MBC '바니와 오빠들', KBS 2TV '24시 헬스클럽', 웨이브 'S라인'까지 상반기도 지나지 않아 무려 네 편의 작품을 쉴 틈 없이 내놨기 때문이다.

각 작품마다 전혀 다른 개성을 드러내며 연기 폭을 넓히는 계기도 맞았다. '바니와 오빠들'에서는 주인공 반희진 역 노정의의 소꿉친구 역으로 다정한 매력을 뽐낸 반면, 지난달 25일 종영한 'S라인'에서는 학교폭력 주동자인 일진 역할을 맡아 180도 다른 거친 면모를 드러냈다.

특히 'S라인'이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이하 '칸 시리즈')에서 한국 콘텐트 가운데 유일하게 경쟁 부문에 초청되면서 난생처음으로 프랑스 칸에 가보기도 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JTBC엔터뉴스 사옥에서 만난 남규희는 “올해처럼 이렇게나 스펙터클한 해는 없었다”면서 “아무래도 올해 기세가 좋은 것 같다. 기운을 받아 끝까지 잘 달려볼 것”이라며 씩씩하게 웃었다.

배우 남규희. 런업컴퍼니 제공.
-'S라인'까지 올해에만 네 작품을 연달아 공개했다. 기분이 어떤가.

“시기가 잘 맞았다. 'S라인'의 김혜영 역이 여태 했던 역할 중에서 가장 차별화 지점이 있는 배역이었는데, 그 작품을 가장 끝에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 반전을 남기고 간 거 같아서 시기가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올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감사했다.”

-'S라인'에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S라인'이 웹툰 원작인데, 원작이 아닌 대본을 먼저 봤다. 술술 읽힐 만큼 소재가 신선했다. 사건 전개가 빨라서 처음 읽었을 때부터 호감이 높았다. 출연하고 싶다는 욕심이 너무나도 들었다. 처음부터 김혜영 캐릭터 대본을 받아서 더욱 그랬다. 여태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여서 정말 욕심났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노력하면 내 안에 있는 새로운 매력을 뽐낼 수 있겠다는 확신은 있었다. 마침 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언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이전에는 비슷한 색깔의 캐릭터를 맡았기 때문에 도전을 원하던 시기에 'S라인'을 만나서 기뻤다.”

-김혜영 캐릭터가 학교폭력을 저지르는 일진에 선생님과 불륜 관계라는 까다로운 설정을 갖고 있다. 표현하는 데 어렵지 않았나.

“처음에는 일상에서 겪지 못한 일이니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은 있었다. 그래서 이 친구의 사연을 마음속에 구축하고, 이 나이에 왜 이런 행동을 해야 했는지를 스스로 생각하려 했다. 선생님과 원조교제를 할 만큼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해 결핍이 클 거란 식으로 상상했다. 폭력적인 액션을 취할 때도 어떻게 해야 김혜영이 단순한 캐릭터가 아닌, '범접할 수 있는 미친년'으로 비칠 수 있을까 고심했다. 제 이미지가 순한 편이어서 오히려 의외성을 드러내자 싶었다. 가장 도움이 된 건 171㎝의 큰 키와 긴 팔, 다리였다. 긴 팔과 다리로 액션을 좀 더 크게 표현할 수 있었다. 높은 톤의 기존 목소리도 굳이 걸걸하게 바꾸려 애쓰지 않았다. 나긋나긋하게 욕하면서 반전을 주려 했다. 전형적인 이미지를 가진 일진은 다른 배우도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꾸며서 하면 '척'하는 느낌이 들 것 같았다. 최대한 내가 가진 걸 활용하려고 했다. 댓글 중에 '범접할 수 없는 미친년'이란 걸 봤는데 제게는 정말 최고의 칭찬이었다. 하하!”

-화면 속 자신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나.

“정말 그랬다. 칸 시리즈에서 처음 봤는데 스스로도 정말 낯설었다. 정말 못 볼 것 같아서 옆에 앉은 신현흡 역 아린의 손을 꼭 잡고 봤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주변에서는 의외로 여태 했던 캐릭터 중에서 가장 매력이 잘 드러냈다고 응원해줬다. 평소의 나와는 사실 제일 접점이 없는 캐릭터였는데, 그런 반응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 내게 없는 걸 할 수 있다는 뿌듯함이 컸고,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마음, 잘 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많이 생겼다.”

-'S라인'이 성관계한 사람들이 머리 위의 빨간 끈으로 연결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소재 자체가 수위가 높아 부담감이 있었을 것 같은데.

“걱정은 있었다. 이 설정 자체가 시청자에 호감을 살 수 있을까 걱정됐다. 판타지로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자칫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다 'S라인'을 배우로서 나 자신의 매력을 뽐낼 기회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가 해보지 않은 일들을 경험하고, 상상할 수 있는 것도 배우란 직업의 매력이기도 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니 걱정이 사라졌다.”

배우 남규희. 런업컴퍼니 제공.
-김혜영 캐릭터가 중간에 갑자기 사라졌는데 아쉽지는 않았나.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복수를 한다거나 좀 더 망가진 채로 사라지면 좋았겠다 싶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먼 미래에 혜영의 지난 서사가 풀릴 수 있는 별도의 작품으로 나올 수 있는 여지가 남은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내친김에 '스핀오프' 욕심을 내자 싶은 거다. 그렇게 유쾌하게 생각하며 결말을 봤다.”

-방주고등학교 친구들인 아린, 이은샘과는 호흡이 어땠나.

“아린이랑 (이)은샘이랑 제가 셋이서 같은 에피소드를 많이 연기했다. 실제로 우리 셋이 동갑이었다. 그래서 첫 촬영부터 셋이서 말을 놓기로 하고 바로 친구가 됐다. 극 중에서는 겹치는 부분이 많지 않아서 연기적으로는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았다. 대신, 개인적인 대화를 엄청 해서 '찐친'이 됐다. 그걸 본 주변에서는 '학폭 가해자와 피해자 캐릭터인데 셋이 도대체 어떻게 친해졌냐'고 하더라. 그런 반응이 재미있었다. 셋 다 배우로서 가진 매력이나 특징이 달라서 그 친구들에게도 많이 배웠다. 나보다 더 활동을 오래한 친구들이고 서로 다 애티튜드가 다르니까 많이 배웠다. 워낙 다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어서 좋았다.”

-이번 드라마로 칸 시리즈에 다녀왔다. 후기를 들려 달라.

“정말 귀한 경험이었다. 문화 차이도 크게 느꼈다. 팬들이 진짜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과 자리해서 영광스러웠다. 제가 아직 국내 시상식에도 참여한 적이 없어서 궁금했다. 축제라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내 사진을 인쇄한 사인지를 직접 준비한 팬들이 사인을 받아가는 경우도 많았다. 내 이름을 다 알고 '규희!'하고 외치더라. 정말 신기했다. 아직 내가 경험할 것들이 정말 많구나 느꼈다. 한 번 더 오고 싶다 생각했다. 유일하게 경쟁 부문에 올라간 작품이어서 인터뷰나 공식 석상에도 많이 참석했다.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도 했는데 질문 자체가 신기했다. 한국에서는 작품에 대한 질문이 중심이라면, 해외 매체들은 '가장 좋아하는 디즈니 캐릭터는 무엇이냐' 이런 식으로 배우 자체에 포커스를 맞춘 질문들이 많더라. 옆에 통역사 분이 동석해서 인터뷰를 나눴는데, 나중에 영어를 더 잘해서 직접 팬들이나 기자 분들과 소통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더라. 그래서 칸을 다녀와서 영어 회화학원을 열심히 다니게 됐다. 하하하! 칸에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이런 욕심도 드는 거니까 참 값진 경험이라 생각한다.”

-올해 네 작품을 연달아 공개하며 변화가 생겼나.

“각 작품 속 캐릭터들이 정말 다 달랐다. 올해를 계기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라는 인상이 남지 않았나 한다. 감사히 생각한다. 오히려 더 욕심이 난다. 좋아하는 분들도 늘어났고, SNS 다이렉트 메시지(DM)나 팬 계정이 확 늘어났다. 아쉽게도 아직 한 번도 팬들을 마주할 기회가 없었다. 기억에 남는 몇몇 분이 있는데 꼭 한 번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 생각보다 제게 정말 많은 힘을 주시는데 그걸 말할 기회를 갖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그 분들에게 손편지를 전하고 싶다. '덕분에 흔들리지 않고 오래오래 일하고 싶다는 의지를 계속 갖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팬들의 게시물을 볼 때면 가끔 울컥한다. 얼굴 한번 직접 본 적 없는 사이인데 이런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게 그저 행복하다.”

배우 남규희. 런업컴퍼니 제공.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가족들의 권유로 시작했다.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서 13살에 서울로 왔다. 어린 마음에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어서 안 간다고 울었다. 엄마가 하루는 서울 신사동에 있는 연기학원에 날 끌고 가서 '해보고 재미있으면 서울로 이사 와서 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 모르는 언니들 앞에서 발표하고 연기하는 게 재미있었다. 그래서 서울 올라와서 꾸준히 취미 삼아 3년 정도 연기학원을 다녔다. 그러다 선생님들이 예고 진학을 추천하셔서 안양예고에 갔다. 그렇게 꾸준히 연기를 하게 됐다. 가족 중에서는 예체능 계열 직업을 가진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그런데 아버지 꿈이 방송인이었다고 하시더라. 아버지가 엄청 유쾌하시다. 내가 그걸 닮은 것 같다. 초등학교 때 전교 회장을 하고, 어딜 가든 리드하는 걸 좋아했다. 부모님이 보시기에 본인을 뽐낼 줄 아는 아이라 생각하셨던 것 같다. 운명인 것 같다. 배우가 된 게 정말 신기하다. 부모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서 빨리 잘 돼서 그 사랑에 보답하고 싶다.”

-어릴 적부터 연기만 해온 건데 다른 직업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았나.

“다른 걸 해보고 싶은 생각은 한 번도 안 들었다. 제가 승부사 기질이 있다. 한번 이 길을 들어섰고, 이 직업이 마음에 들어온 이상 내가 최고가 되겠다, 내가 만족할 만한 목표치를 이루고 싶다는 다짐으로 달려왔다. 연기가 원래 내 향기가 짙게 나기까지 오래 걸린다고는 하지만, 나는 연기를 하는 과정 자체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내 평생 키워드가 행복이다. 행복하려고 사는 거다. 그리고 연기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물론 수많은 오디션에 떨어지고, 그럴 땐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포기 없이 계속 달렸다. 그 이유는 긍정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가족들 덕분이라 생각한다. 가족들이 엄청 응원해준다. 내가 정말 욕심이 많은 스타일인데, 마음을 여유롭게 먹고 의연해질 수 있도록 부모님께서 도와준다. 부모님께서 자주 하는 말씀이 '큰 원을 그리라'는 말이다. 당장 눈앞에는 안 보이더라도 크게 원을 그리면 결과가 분명 멀리서는 보일 거라는 의미다. 우리 직업은 운도 필요하지 않나. 매 순간 진심으로 아파하다 보면 무너지기에 십상이다. 언젠가는 이런 노력이 보상으로 돌아올 거다. 그런 순간이 오기 위해 지금 힘든 거라고 다독거리며 일어나곤 했다.”

배우 남규희. 런업컴퍼니 제공.
-노력 끝에 올해 결실을 많이 맺었다. 올해 왜 유난히 좋은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하나.

“드디어 한 단계 밟아 올라왔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한 해다. '바니와 오빠들'에서는 주인공 러브라인 말고 유일하게 로맨스가 있었던 캐릭터였고, 'S라인'에서도 독특한 역할을 했다. 대사가 확실히 많아졌다. 거기에서 변화를 확 느낀다. 저는 평소에도 기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나가 탁 하고 됐을 때 힘을 확실히 받는다. 내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생각이 들면 더 힘이 나지 않나. 올해 그런 기세가 좋았다. 연달아 좋은 결과를 받아서 뛰는 힘이 많이 났다. 운도 좋았다.”

-이후 행보는 어떤가.

“이전보다는 농도 있는 스텝을 밟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전략적으로 생각하며 준비하고 있다. 이제는 내 나이 맞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 지금이 딱 교복과 직업인 사이의 시기다. 이전보다 좀 더 성숙한 매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그래서 더 쉽지 않진 않다. 그만큼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다행히도 많은 작품이 한꺼번에 나온 덕분에 극 중 캐릭터나 작품, 내 이름을 보면 관계자 분들이 알아보는 분위기여서 좋다. 이제는 내 이름이 나왔을 때 호의적인 반응이 나왔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드라마 '도깨비'의 김고은 선배님 역할처럼 정말 사랑스럽고 귀여운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10년 뒤 자신에게 한 마디 남겨 달라.

“언젠가 신인상을 받으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첫사랑 같은 배우가 되겠다'는 말이다. 첫사랑이란 그 순간에는 절실하게 노력하고, 아주 예쁘지 않아도 사랑스럽지 않나. 늘 새로운 느낌, 먼저 다가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10년 뒤의 내게 '아직도 이 끈을 놓지 않고 있구나, 그걸로도 대견하다'며 인사할 수 있는 순간이 오길 바란다.”

유지혜 엔터뉴스팀 기자 yu.jihye1@jtbc.co.kr
사진=런업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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