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논쟁] ‘돼지 빌딩’ 도입 논란 | 월간축산
이 기사는 성공 축산으로 이끄는 경영 전문지 ‘월간축산’8월호 기사입니다.
충남도에서 추진 중인 ‘스마트축산복합단지’는 이른바 ‘돼지 빌딩’을 핵심으로 내세운다. 수직형 구조의 다층 돼지 축사는 공간 효율을 높이고, 자동화 설비를 통해 인력 부담을 줄이며, 질병 관리나 분뇨 처리 등을 ‘스마트’ 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적 효율성만 앞세운 채 생명·환경·지역사회를 외면한 돼지 빌딩은 오히려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국제동물복지단체 CIWF(Compassion in World Farming)는 “다층형 공장식 축산이 동물복지의 급격한 저하, 밀집 사육으로 인한 전염병 확산 가능성 그리고 악취와 환경오염 피해로 인한 지역사회 반발이라는 삼중 위험을 안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단지 축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안전과 지속 가능성에 직결된 구조다.
지난 6월 19일, 경남 합천의 3층 양돈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는 다층 구조의 위험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 사고로 대학생 실습생 한 명이 목숨을 잃고, 약 1만 3000마리의 돼지가 죽었다. 다층 돼지 축사의 밀폐된 구조와 부족한 대피 동선은 재난에 매우 취약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책적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핀란드는 ‘원헬스(One Health)’ 개념을 도입해 동물·인간·환경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며, 돼지의 본성에 맞춘 사육 환경을 법으로 보장한다. 유럽 여러 나라들도 동물복지 기준을 강화해 축산업을 재설계 중이다. 우리 정부도 제3차 동물복지 종합계획에서 기준 마련을 예고했지만 여전히 무창돈사만 허가되는 현실이다.
‘스마트’라는 단어는 이제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생명·지역·환경에 대한 책임과 존중을 담아야 한다. 콘크리트 건물 속에서 햇빛도 흙도 모른 채 평생을 살아가는 돼지의 삶은 ‘첨단’이 아니라 ‘고립’이다. 생명 존중 없는 돼지 빌딩은 공장식 축산의 폐해를 더욱 키울 뿐이다. 축산의 미래는 생산량이 아니라 생명과 지속 가능성 속에서 그려져야 한다. ‘스마트’란 이름 뒤 고통을 외면하지 말자. 진짜 미래는 기술이 아니라 가치 전환에서 시작된다.

충남도에 있는 양돈 축사는 상당수가 노후화된 개방식 축사로 근처에 가면 악취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최근 농촌 개발로 도시화가 팽창되고 귀농·귀촌으로 새로운 주거 공간이 기존 양돈농장 인근에 조성되면서 악취에 대한 민원과 갈등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실제로 도내 축산농가의 악취 민원 건수를 보면 2020년 1077건에서 2024년 2552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동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러한 주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안을 찾아 현장에 적용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결국 축산 분야에서 ‘신규 진입’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기존 양돈농장도 민원과 행정처분 강화 등으로 점진적으로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주민 갈등과 민원 해소는 물론 미래 세대의 식량 안보와 식량 주권 확보를 위한 지속 가능한 축산업 기반 마련이라는 더 큰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지난 2022년 7월, 도는 민선 8기를 시작하면서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스마트축산복합단지 조성’을 통해 미래 축산업이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했다. 도가 구상하는 스마트축산복합단지는 돼지의 생산부터 도축·가공까지 전 과정이 한곳에 집적화된 일종의 산업단지 개념이다. 축사는 완전 밀폐와 수세식 분뇨 처리를 전제로 첨단 ICT를 적용해 악취 제로(0)를 실현하고, 분뇨는 에너지화 과정을 통해 메탄가스를 전기나 수소로 전환하는 ‘탄소중립’ 모델이다.
이를 위해 노후화된 논산시 광석면 양돈단지를 3만 마리 규모의 ‘ICT 융복합 스마트축산양돈단지’로 전환 중이다. 생산부터 사육·도축·가공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하고 양복 입고 출퇴근하는 ‘전국 최초 산업단지 형태의 축산단지’가 조성되는 것이다. 미래의 축산업이 가야 할 방향은 정해져 있다. 축사 주변 주민과 갈등이 없고, 대한민국 식량 안보를 책임짐과 동시에 미래 축산을 이어 나갈 청년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축산업 기반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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