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업체 다 죽으면 재생에너지 무슨 소용”…태양광 설비 늘었는데 종사자 줄었다
정부, 보급실적 위주 정책에
가격경쟁 밀린 국내업계 고사
웅진에너지·한화솔루션 철수
美, 반덤핑 관세로 공급망 보호
중국산 기술 사용땐 과세 논의
업계 “저탄소 패널 사용 촉진
기술 고도화로 中잠식 막아야”

중국산 태양광 패널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국내 태양광 공급망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최근 파산 폐지 결정을 받은 웅진에너지의 몰락은 무너진 한국의 태양광 초기 공급망을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4일 한국에너지공단이 발간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및 산업통계’에 따르면 2023년 태양광 제조업 종사자 수는 전년 대비 2.5%, 매출액은 22.1% 감소했다. 같은 기간 태양광 설비용량이 12.3% 증가했지만 국내 태양광 제조업 종사자 수와 매출액은 되레 줄어든 것이다.

태양광 공급망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패널) 단계로 구성된다. 국내 공급망은 웨이퍼 이전 단계가 무너진 상태다. 2010년대까지는 웅진에너지, 한화솔루션 등 국내 기업이 태양광 초기 공급망을 담당했지만 중국산과의 경쟁에서 밀려 사업을 철수했다.
OCI홀딩스는 현재 말레이시아에서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지만 이는 한국 시장이 아닌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이 강제노동 금지를 명분으로 중국산 폴리실리콘 수입을 금지하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자국 내 태양광 설비 생산에 세액공제를 지원하면서 비(非)중국산 태양광 기초소재 가격이 중국산에 비해 높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OCI 군산공장은 2020년부터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실적 위주로 정책을 설계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고사를 부추겼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국내에서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을 끝낸 다음에 태양광 보급을 늘린 게 아니라 국산, 외국산 구분 없이 보급 실적 위주로 정책을 펼쳤다”며 “그러다보니 국내 산업이 붕괴됐고 지금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중국의 태양광 공급망에서 벗어나려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왔고, 지난달에는 태양광 패널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에 대한 국가안보 영향을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상원에서는 기업이 태양광 발전소를 지으면서 중국산 기술이나 부품 등을 사용하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법 조항을 논의한 바 있다.
정부는 고효율 태양광 패널 개발과 탄소검증제를 통해 국내 업계와 공급망을 보호하겠다는 방침이다. 탄소검증제는 저탄소 태양광 패널 사용을 촉진하는 제도다. 국내 태양광 업계는 이 제도가 ‘최후의 보루’라고 평가하고 있다. 산업부는 초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모듈, 저탄소 친환경 모듈, 사이버 보안을 강화한 인공지능(AI) 디지털 기반 운영·유지(O&M) 기술 개발 등을 지원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유럽의 탄소발자국을 벤치마킹해 도입한 탄소검증제를 통해 국내 시장을 마련하고 있다”며 “탠덤 차세대 태양전지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태양광 공급망 초기 공정을 장악한 만큼 한국은 미국·유럽의 비중국 공급망 수요를 충족하면서 공급망 후기 공정의 기술 고도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명승엽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PD는 “이미 규모의 경제와 기술력을 독점한 결정질 실리콘의 밸류체인인 폴리실리콘, 잉곳, 웨이퍼로 중국과 경쟁하는 것은 가성비 중심 시장에서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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